캔커피 한 잔의 온도[23화]

23화. 시험 D-60

by 선비천사

23화. 시험 D-60


시험 D-60. 긴장감이 도서관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선호는 아침 일찍 도착했다. 오늘은 해주가 조금 늦었다. 평소 같으면 걱정할 시간이었지만, 문이 열리며 그녀가 들어왔다. 얼굴이 안 좋아 보였다.

점심시간, 선호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버지요.”

해주의 목소리가 낮았다.

“오늘 병원에서 연락 왔어요.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셨대요. 며칠째 아무것도 못 드시고… 저를 완전히 잊으셨대요.” “……” “주말에 면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선호는 잠시 생각했다.

“같이 갈까요?”

해주가 고개를 들었다.

“진짜요?” “부담스러우면 안 가도 되는데……” “아니요.”

해주가 손을 저었다.

“고마워요. 같이 가줘요.”


* * *


토요일. 요양병원은 서울 외곽에 있었다. 버스로 한 시간 반.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창밖을 봤다.

“선호 씨.” “네.” “긴장돼요?” “……조금요.”

해주가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아래 불안이 비쳤다.

병원에 도착했다. 해주의 아버지는 창가에 앉아 계셨다.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자리. 한 달 전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 뺨이 움푹 파이고, 손등에는 혈관이 드러나 있었다.

“아버지.”

해주가 다가가 손을 잡았다. 아버지는 해주를 바라봤다. 한참을 멍하게. 선호는 숨을 죽였다. '못 알아보시는 걸까.'

그 순간, 아버지의 눈에 미세한 빛이 스쳤다. 희미하게 웃었다.

“……왔어.”

알아보셨다. 해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선호는 뒤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 * *


병원을 나오며 해주가 말했다.

“아버지, 좋은 날은 저를 알아보세요. 오늘이 그런 날이었어요. 하지만… 그런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선호 씨가 와서 그런 것 같아요.”

해주가 선호를 봤다.

“고마워요. 진짜로.”

선호는 목덜미를 긁었다. 긴장할 때 나오는 버릇.

“그런 거 아니에요.” “또 그러네.”

해주가 웃었다. 눈이 가늘어지는 그 웃음.

“선호 씨, 정말 고마워요.”



*24화 이어서 보기

캔커피 한잔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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