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다시 일어서다
며칠이 지났다. 슬럼프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선호는 도서관에 앉아 책을 펴다가 해주를 봤다. 그녀는 형광펜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칠하고 있었다. 세 가지 색. 노란색, 주황색, 분홍색. 그녀만의 체계.
문득 깨달았다.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327페이지에서 멈춰 있던 그때. 천장만 바라보며 왜 사는지 모르겠던 그때. 캔커피 하나가 없었다면. 그리고 지금, 해주가 없었다면.
“선호 씨.”
해주가 불렀다.
“네.” “오늘 좀 나아 보여요.” “……그래요?” “눈빛이 달라요. 며칠 전보다.”
선호는 작게 웃었다.
“해주 씨 덕분인 것 같아요.” “그런 거 아니에요.” “칭찬 부정하면 안 된다며요.”
해주가 웃었다. 눈이 가늘어지는 그 웃음.
“선호 씨, 농담도 늘었네요.”
* * *
저녁, 버스 정류장에서 선호가 말했다.
“해주 씨.” “네.” “그날 말해줘서 고마워요.” “뭘요?” “같이 힘들면 반으로 나눌 수 있다고. 그 말.”
해주가 멈춰 섰다.
“기억하고 있었어요?” “당연하죠.”
선호는 해주를 바라봤다.
“그 말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해주의 눈이 촉촉해졌다.
“……바보.” “네?” “진작 말하지.”
버스가 왔다. 해주가 올라타기 전에 돌아봤다.
“선호 씨.” “네.” “우리, 꼭 붙어요. 둘 다.”
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이요.”
*26화 이어서 보기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