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두 번의 환승과 긴 비행 끝에 애틀랜타에 도착했다. 비행기에 내려 수화물 벨트로 들어서자 Ryan의 누나들 얼굴이 보였다. 두 사람은 수경의 가족을 보는 순간 반가워하며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왔다. 수경, Ryan과 인사가 끝나자 보리와 준이를 번쩍 들어 올려 안고 입을 맞추며 반가워했다. 모두 포옹과 입맞춤으로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두 시누의 도움으로 짐을 싣고 카시트를 장착하고 차에 올랐다.
“I am sorry that your seat is not comfortable, Sukyeong. I should have stayed home, but I just couldn’t wait to see you guys. I was dying to see you.” (자리가 불편해 미안해, 수경. 내가 집에 있었어야 했는데, 그저 집에서 기다릴 수만은 없잖아. 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았어.)
첫째 시누가 아이들 카시트 사이에 앉아 있는 수경을 보며 말했다.
“I’m O.K. Don’t worry about it.”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수경은 그동안 Ryan을 너무 그리워했을 시누들의 마음을 잘 이해했다. Ryan이 열다섯 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갑작스럽게 잃었다. 25살, 22살이었던 두 누나들은 그때부터 실질적으로 그의 보호자가 되어 남동생 이상으로 돌보았다. 세 남매의 우애는 형제애를 넘어 부모와 자식관계 같은 감정이 어우러져 있었다. Ryan과 누나들은 거의 4년 만에 만난 터라 그동안 할 이야기가 많았고 아이들의 이야기나 조카들의 일상을 나누며 웃는 사이 수경은 피곤해서 준이 쪽 카시트에 머리를 기대 쉬었다. 아이들은 컴퓨터로 보던 고모들을 보고 낯선 환경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신이 나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등이 뻐근해지고 속도 답답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수경은 덜컥 겁이 났다. 얼른 자신의 백팩 속을 뒤져 깊은 곳에 있는 파우치를 꺼내 누가 볼세라 물도 없이 통증 완화제를 삼켰다. 모두가 이토록 행복한 시간을 자신의 병으로 망쳐 버리고 싶지 않았다. 수경은 고통이 사그라들기를 바라면서 눈을 감았다.
‘모두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하고 있잖아. 정말 나만 아니면 그저 저렇게 다들 웃으며 걱정 없는 일상을 보낼 텐데....’
괜한 자책감이 들었지만 곧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내 잘못이 아니잖아. 내 시간이 다 한걸.’
수경은 가족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어 눈을 감았다. 누나들은 수경에게 말을 걸었지만 수경은 혹시라도 고통이 올까 봐 두려운 마음에 잠이 든 척을 해버렸다. 그렇게 1시간 남짓 달려 Ryan의 둘째 누나인 Kelly집에 도착했다. 기다리던 Kelly의 아이들 셋과 Kelly의 남편이 Ryan 가족들을 반겼다. 조카들은 사진으로만 보던 사촌 보리와 준이를 반가워하며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동안 수경은 Kelly가 안내하는 게스트룸으로 가방을 들고 따라 들어갔고 Ryan과 매형은 짐들을 꺼내며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I’m so happy, Sukyeong. You are really here.” (정말 기뻐, 수경. 너희들이 정말로 여기에 있다니.)
Kelly는 수경에게 크게 팔 벌려 다가와 꼭 껴안았다.
“Sorry. We should have visited here more often. It took so long.” (미안해. 우리가 더 자주 왔어야 했는데.... 너무 오래 걸렸어.)
Kelly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Everybody is busy. And too far from Korea to here. Not easy at all. I just missed you guys so much. I am so excited to spend time with you all. Please feel like your home. O.K?” (모두가 바쁘잖아. 그리고 한국에서 이곳까지는 너무 멀고. 쉽지 않지. 난 단지 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었어. 너희들이랑 시간을 보내게 되어 너무 신나. 부디 너희 집처럼 편히 있어. 알았지?)
언제나 Ryan의 아내인 수경을 아껴주던 누나들이었다. 부모가 없는 수경에게 시누들의 사랑은 늘 따듯했고 새삼 그녀들의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감사했다.
“Thank you so much.” (고마워.)
“You must be exhausted. Poor mommy.” (정말 피곤하겠다. 불쌍한 엄마~)
Kelly는 수경을 안으며 머리에 입을 맞춰 주었다.
“Why don’t you get some relax. Don’t worry about kids. Here are so many people to take care of kids.” (좀 쉬지 그러니? 아이들은 걱정 마. 여기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너무 많잖아.)
Kelly는 웃으며 말했고 수경도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Kelly가 조용히 방문을 닫아주고 나가자 수경은 방에 딸린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었다. 거실은 아이들과 조카들이 웃는 소리, 시누와 남편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마음이 놓인 수경이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 쉬고 있을 때, Ryan이 캐리어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Tired?” (피곤해?)
“A little bit.” (응. 조금)
Ryan은 짐을 내려놓고 아내에게 다가와 그녀를 안았다.
“Take a nap. Kids are fine with their cousins.” (낮잠 좀 자. 아이들은 사촌들이랑 있으니 괜찮아.)
“But they might be hungry.” (아이들이 배고플지도 모르겠는데.)
수경은 아이들이 배가 고플까 봐 걱정되어 말했다.
“I will take care of it. OK? Get some relax. You couldn’t relax that much in the plane.”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았지? 좀 쉬어. 당신 비행기 안에서 충분히 쉬지 못했잖아.)
수경도 Ryan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Then, Would you give them some milk first?” (그렇다면, 아이들 우유부터 좀 줄래?)
수경은 침대에 누우며 Ryan에게 말했다.
“Sure.” (물론이지.)
Ryan은 수경이 침대에 눕자 이마에 입을 맞추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커튼을 쳐 방을 어둡게 만들어 주고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 실로 집 떠난 후, 처음 누워 보는 것이라 곧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