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 보리 이리 와. 손 씻었니?”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났다는 Ryan의 말에 수경은 아이들에게 물었지만 곧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뒤꿈치를 치켜들어도 물도 틀지 못할 높이였고 올라설 수 있는 계단이 없었다.
“씻었는데?”
보리는 준이 수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냄새 맡아봐. 좋지?”
보리가 다가와 수경 앞에 손을 내밀었고 준이도 보리를 따라 똑같이 수경 앞에 손을 내밀었다. 수경은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다.
“손을 어떻게 씻었니? 키도 닿지 않는데.”
아이들 손에 비누향기가 났지만 수경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또 물었다.
“씻었어. 진짜 씻었어.”
준이가 답답해하며 말했다.
“아냐. 엄마가 다시 씻어줄게. 높아서 엄마가 안아서 씻어주면 돼. 깨끗하게 손 씻어야지 밥 먹으려면.”
수경은 아이들의 말을 완전히 무시한 채, 화장실로 데려가기 위해 아이들 손을 잡았다. 설사 아이들이 씻었다고 해도 뒷발꿈치를 간신히 들어 손가락 끝에 물만 조금 묻혔거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씻었는데.”
보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그렇게 말하고서 수경의 손을 뿌리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준이도 보리를 따라 뛰어가며 소리쳤다.
“내가 먼저 할래.”
화장실에 들어선 수경은 놀란 얼굴로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세면대 아래 캐비닛의 문을 열어 선반을 계단 삼아 그 위를 밟고 보리가 물을 틀어 손을 씻고 있었다. 보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주 능숙하게 비누로 거품을 내 깨끗하게 손을 씻고 있었다. 수경은 아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라며 물었다.
“누가 이런 생각을 한 거야? 아빠가 말해준 거야?”
“아니. 우리가 이렇게 한 건데?”
보리는 수경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하며 손을 씻고 물기를 수건에 닦았다.
“나 밥 먹으러 나갈래.”
보리는 손을 씻은 후, 수경을 보며 말했다.
“어? 어. 어. 그래. 나가서 먼저 먹고 있어.”
보리가 캐비닛을 닫고 나가자 준이도 캐비닛을 열어 선반을 밟고 올라섰다. 준이도 능숙하게 손을 씻고 수건에 물기를 닦자 수경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들은 주방으로 나갔고 수경은 어쩐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침대에 걸터앉았다.
손을 씻었다며 비누 향기 나는 손을 내밀며 확인시켜줬음에도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이들의 키가 닿지 않기에 불가능하다고, 그냥 손 끝만 겨우 씻었을 것이라고, 어른들의 도움 없이는 아이들은 아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쉽게 그렇게 판단했고 아이들의 말을 무시하며 믿지 않았다. 그것은 아이들을 막무가내로 판단하는 어른들의 고정된 사고였고 진실을 말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폭력이 될 수 있었다. 편협된 사고는 애초에 다양한 해결책을 가로막았고 오로지 어른의 답만 정답이라는 아집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열린 사고는 무한한 상상력과 해결책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해 모든 것을 엄마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품 안에 자식이라 생각해 내내 전전긍긍 마음 졸였던 것은 어쩌면 어른인 자신의 편협된 생각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아이들은 자라고 있었다. 서툴기는 하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수경은 그동안 짓누르던 죄책감의 무게로부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아이들은 오늘처럼 이렇게, 아니 어쩌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고 있었고 엄마의 부재에도 방법을 찾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