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기억해줘요 나를. 그리고 함께했던 우리의 시간을

by Momanf

수경은 버스에 올라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희망에 들떠서인지, 와인을 마셔 취기 탓인지 잘 구별은 되지 않았지만 수경은 살짝 흥분하고 있었다. 이런 기분을 느낄 때면 세상에 근심은 다 사라지고 왜 그렇게 걱정하고 안달하며 살았는지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차창 밖 구석구석,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름답게 여겨졌으며 오늘 같은 기분이면 이 모든 두려움과 슬픔을 움켜쥐고 있는 병도 음흉하게 숨어 있지 못할 것만 같았다. 세상은 온통 환한 빛뿐이었기에 그 어디에도 슬픔, 병듬, 배고픔, 두려움, 낯섦, 아픔이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수경은 취한 듯한 이 기분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선 수경은 오랜만에 활기찬 목소리로 보리와 준이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마침 샤워를 마친 Ryan이 허리 아래로 수건을 감으며 욕실에서 나왔다.

“Hey! Did you have fun? Kelly and Shelly took kids to the shopping mall. They wanted to get some kids’ clothes and gave me some time.They just left.” (재밌었어? Kelly와 Shelly가 아이들 데리고 쇼핑몰 갔어. 애들 옷 좀 사주고 싶고 내게 시간을 주려고. 그들은 방금 떠났어.)

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Ryan에게 미소를 지었다.

“You didn’t even have time for shower.Were they fussy since I left?” (당신 샤워할 시간도 없었구나. 아이들이 내가 떠난 후에 신경질적으로 굴었어?)

“A little bit.” (조금.)

Ryan은 웃으며 대답했다.

“Quiet crazy we were, but when they left with aunties, everybody was happy.” (좀 정신이 없었지만 고모들이랑 떠날 때, 모두가 행복했지.)

수경은 두 팔을 과장해 벌리며 Ryan에게 다가가 그를 꼭 안았다.

“Thank you so much to let me have a great time with Julie. She is so nice.” (내가 Julie와 근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허락해줘서 너무 고마워. 그녀는 진짜 좋은 사람이더라.)

Ryan도 수경을 꼭 안아주며 그 말에 동의했다.

“She’s a good person.” (그녀는 좋은 사람이야.)

수경이 그의 품으로 고개를 더 깊이 파묻었다.

“You smell like wine.” (네게서 와인 냄새가 나는데.)

Ryan이 웃으며 말했고 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Yes. I had two glasses of wine. You know me, I feel so much relief and happy.” (응. 나 와인 두 잔 마셨어. 너도 알다시피, 내 기분이 너무 편안하고 행복해.)

수경이 Ryan의 눈을 올려다보며 말했고 Ryan은 걱정스레 수경에게 물었다.

“Is it OK to drink wine?” (와인 마시는 게 괜찮아?)

“Doctor would say “No”, but honey, I want to enjoy the rest of my life. As I told you, I’m happy now. It is the most important. No worries. Just everything is beautiful, and everything is all right, now.” (의사는 안되라고 말하겠지만, 여보, 나 남은 내 인생을 즐기고 싶어. 내가 당신에게 말한 것처럼, 나 지금 너무 행복해. 그게 가장 중요한 거야. 걱정 마. 단지 모든 것이 아름답고 모든 것이 다 괜찮아, 지금은.)

수경은 Ryan의 눈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그의 품에 안겼다.

“I like your smell, honey.” (당신 냄새 좋다.)

수경이 눈을 감고 그의 살 냄새를 맡자 Ryan이 그녀를 더 꼭 안아주었다.

“You are right, Sukyeong. You can do whatever you want. This is your life. I just worried you might feel pain because of wine. That was all.” (네 말이 맞아.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이건 네 인생이야. 난 단지 네가 와인 마시면 고통을 느낄까 걱정됐어. 그것뿐이야.)

수경은 그를 올려다본다.

“I can do anything, my condition is actually good, honey. I can drink, and I can have a sex.” (나 뭐든 할 수 있어. 내 상태가 정말로 좋아, 여보. 나는 술도 마실수 있고 잠자리도 할 수 있어.)

수경의 말에 Ryan이 웃음을 터트렸다.

“I’m horny now. Seriously, when was the last time we had a sex? I even can’t remember.” (나 지금 흥분되는데. 진지하게, 언제 우리 마지막으로 잠자리를 했지? 난 기억조차 못하겠어.)

수경은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That was because your choice to sleep with the kids. And we were so busy.” (당신이 애들이랑 자는 것을 선택해서 그랬지. 그리고 우리 너무 바빴고.)

“Wow. You must be lonely. I was lonely sometimes, too. Our relationship was quiet tough, wasn’t it?” (와! 당신 외로웠겠다. 나도 가끔 외로웠어. 우리 관계가 꽤 힘들었지, 안 그래?)

Ryan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했다.

“I want to feel you, honey.” (당신 느끼고 싶어. 여보.)

수경은 그렇게 말하며 Ryan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입술에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 둘은 그동안의 그리움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진한 키스를 했다. Ryan의 허리에 감긴 수건이 떨어졌다. 둘은 수건이 바닥에 떨어진 것에 아랑곳 않고 키스를 하며 소파에 누웠다.

“Let’s go to the room. Just in case.” (방으로 가자. 만약을 위해서.)

수경은 Ryan에게 그렇게 말했고 Ryan은 그녀를 두 팔에 번쩍 안아 방으로 들어가며 키스를 했다. Ryan은 문을 닫고 수경을 침대 위에 조심스레 눕혔다. 수경은 Ryan의 목에 두 팔을 감고 매달려 진한 키스를 했고 Ryan은 수경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지며 흥분하기 시작하자 Ryan의 입술이 그녀의 목으로 가슴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의 손과 입술은 강약을 조절하며 그녀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신음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리워했던 사랑하는 이의 몸이었던가?’

이토록 서로의 몸과 영혼을 사랑했던 두 사람. 서로가 서로에게 흥분되어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아 결혼했던 두 사람. 하지만 관계는 변했고 끊임없이 싸우고 미워하며 외로워했다. 둘은 그동안의 서글픈 시간을 만회라도 하듯 서로를 만지고 애무하며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전부인 것처럼 사랑했다. 수경의 옷이 Ryan의 손에 의해 다 벗겨지고 두 사람은 이제 알몸이 되었다.

‘내 남자. 사랑하는 내 남자.’

수경의 머릿속에 온통 Ryan 밖에 없었다. 이토록 사랑하는 남자를 미워했던 시간들이 오히려 낯설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몸에 정신없이 빠져 들수록 처음 만나 서로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기억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한 몸이 되었다.

“I love you, Ryan. I love you so much. You are my man.” (사랑해, Ryan. 당신을 너무 사랑해. 당신은 내 남자야.)

수경은 그의 눈을 보며 속삭였다. Ryan은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더욱더 그녀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내뿜는 열기가 한데 어우러지며 두 사람을 감쌌다. 서로를 너무도 사랑했던 시간들이 다시 그들에게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절정에 달했고 서로를 꽉 껴안았다. 수경과 Ryan의 신음이 절정에 달한 순간 폭죽이 터지듯 두 사람의 입으로 파열음이 터졌다.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에게는 이 보다 더 완벽한 세상은 없었다.

폭죽이 터지고 난 후의 고요한 밤하늘처럼 두 사람은 절정에 오른 후, 서로를 끌어안은 채 한참을 말없이 누워 있었다.

절정과 온전히 서로에게만 집중했던 시간은 찰나였다. 고요가 찾아오자 무수히 많은 상념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삶의 무게로 지쳐 서로를 오해하고 이해하지 못해 미워하기도 했던 시간들에 명백히 후회가 남았다. 사랑했었다는 것을 잊고 산 후회는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다.

“I love you, Sukyeong.” (사랑해, 수경.)

Ryan이 그녀의 가슴에 누워있는 수경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수경은 그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I love you, too. Ryan. I love you so much.” (나도 사랑해. Ryan.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혼자 남겨져 외롭고 가슴 시릴 사람.

어쩌면 아이 둘을 돌보느라 그런 자신의 마음조차도 헤아릴 시간 없이 삶의 무게에 눌려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겠지.

이 남자가 부디 자신의 상처를 마음 한 구석으로 몰아넣고 아픈 채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픈 마음을 묻어 두거나 외면하지 않고 해결할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내 남자, 내 아이들의 아빠. 제발 이 남자의 아픔이 결코 오래가지 않기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그리고 가끔은....

우리들의 이 시간을 기억해주기를. 그가 우리 아이들의 눈을 보며 아주 가끔은 나를 사랑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주기를. 나를 잊지는 말기를.’

수경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수경은 몸을 일으켜 Ryan에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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