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준비 그리고 또 준비

by Momanf

에너지 넘쳤던 아이들은 씻자마자 피곤한지 금방 잠이 들었고 수경은 무탈하게 잘 지낼 수 있었던 하루에 감사하며 주방에서 아이들이 먹다 남은 저녁 식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곤충의 날개처럼 파르르 떨렸기에 무언가 계속 집중해 움직여야 했다. 주방 정리가 끝날 무렵 Ryan이 퇴근해 들어와 수경을 안고 입을 맞추었다.

“You look tired. Are you alright?” (당신 피곤해 보이네? 괜찮아?)

Ryan이 걱정스레 물었고 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I am OK. Taking care of kids makes me happy, honey. How about you? You must be exhausted that you worked all day long.” (나는 괜찮아.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나를 기쁘게 해. 당신은 어때? 당신 하루 종일 일하느라 지쳤겠다.)

수경은 Ryan을 더욱 꼭 안아주었다.

“Do you want something to eat?” (뭘 좀 먹을래?)

“No. I am fine. On the way home, I grabbed a hamburger. I am gonna drink beer.” (아니, 괜찮아. 집에 오는 길에 햄버거 먹었어. 맥주 마실게.)

Ryan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고 수경은 차를 마시려고 물을 끓였다. Ryan은 화장실을 다녀와 식탁에 앉았다.

“You have something to tell me, right?” (할 말 있다고 했지?)

수경이 오후에 문자 했던 것을 기억해 Ryan이 물었다. 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컵에 티백을 넣고 Ryan의 맞은편에 앉았다.

“Ryan. Don’t be surprised! I contacted to my aunt for seeing my dad tomorrow.” (Ryan. 놀래지 마! 내일 아버지를 만나려고 고모에게 전화했어.)

Ryan은 눈을 크게 뜨며 많이 놀란 듯 상체까지 뒤로 젖혔다.

“Wow! Sukyeong. That sounds awesome! How? I mean what makes you change your mind suddenly. I mean I’m so proud of you. Sweetie. You did it.” (와우! 수경. 정말 멋지다! 어떻게? 내 말은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갑자기 바꿨냐는 거야. 나는 당신이 자랑스러워. 여보. 당신이 해냈구나.)

수경은 뜨거운 물을 컵에 따르며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As you know, I think time limit makes me change. I don’t want to say that forgiveness or something because of death. Actually, I thank my parents for giving birth to me in this world because I eventually met my great husband and beautiful kids. My parents gave me hard time, and I hated them when I was young. However, I realized that the hardship made me stronger and wanted to be a good mother unlike them.

After I left them, I enjoyed a bigger and more beautiful world with you. And I could thank to any trifle which people even couldn’t recognize because I never had experienced before. Anyway, I could live totally different life from them and I sympathized with their wrong choice what they made with me. Again, I just want to say thank them for giving birth me in this world.” (당신이 알다시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나를 변하게 한 것 같아. 죽음 때문에 용서나 뭐 그런 것들을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사실, 나를 이 세상에 낳아줘서 결국 멋진 남편과 아름다운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나의 부모에게 감사해. 어릴 때는 내 부모가 내게 고난을 줬고 그래서 미워했었어. 하지만, 고난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들과는 다른 좋은 엄마가 되고 싶게 했다는 걸 깨달았어. 부모를 떠난 후에 나는 더 크고 멋진 세상을 당신과 즐겼고 나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에도 감사할 수 있었어. 나는 그전에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쨌거나, 나는 부모들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었고 나에 대한 그들의 잘못된 선택을 동정하게 됐어. 다시 한번, 단지 나를 이 세상에서 태어나게 해 줘서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던 Ryan이 수경에게로 다가와 그녀를 뒤에서 꼭 안아 주었다.

“You are better mother than them, and I am so proud of you. Sukyeong. And that’s what I love you about.” (당신은 그들보다 나은 엄마고 나는 당신이 정말 자랑스러워. 그리고 그것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야.)

그는 수경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I am so happy for you.” (정말 잘됐다.)

Ryan의 말에 수경은 그를 더 꽉 안으며 말했다.

“Thank you for your support. To be honest, I am quiet nervous.” (지지해줘서 고마워. 사실, 나 좀 떨려.)

“I understand. Me too.” (이해해. 나도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았다.

“Honey, I already made an appointment with them at 11 o’clock, Tomorrow.” (여보, 내가 내일 11시에 벌써 약속을 잡았어.)

Ryan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조금 놀란 듯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Got it.” (알겠어.)

연애 시절부터 몇 차례 Ryan은 수경에게 부모를 만나 그저 이 세상에 낳아주심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었다. 일찍 부모를 여읜 Ryan은 나중에라도 수경이 부모를 잃고 후회하지 않길 바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경은 Ryan의 제안에 늘 날카롭게 반응했다. Ryan은 좋은 부모님 밑에서 올바른 교육과 사랑을 많이 받았기에 자신의 최악의 부모를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라도 부모를 만나지 않겠다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부모가 알 필요가 없고 죽더라도 개의치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녀의 살벌한 반응에 더 이상 Ryan은 부모에 관한 언급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만나겠다는 수경이 얼마나 큰 결심을 했는지를 그는 잘 알았다.

한편 수경은 부모를 한번 만나보라던 Ryan의 제안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때를 상기했다. 그 당시 부모는 자신의 인생을 어렵고 외롭게 만든 모든 문제 제공의 원인이라는 자기 괴로움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조언은 자신에게 상처 주는 것으로 왜곡되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오히려 상대를 할퀴고 소리 지르며 아프게 했다. 날카로운 가시를 뾰족하게 세우고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나머지는 공격하거나 묵살하며 살았다. 수경은 그때 얼마나 자신이 인격적으로 미성숙했던가, 그래서 Ryan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던가를 떠올리며 자신의 부모도 미성숙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친어머니는 열아홉에 수경을 낳았고 그때 아버지 나이는 스물셋이었다. 미성숙한 사람들에게 아이가 생겼고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복잡했던 아버지는 술이 아니면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었고 친어머니는 자식을 버리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아이를 버리고 떠난 아내를 원망하며 술에 의존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폭력만을 일삼았던 아버지. 술이 깨면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또 술에 의존해 그것을 잊으려 했던 아버지. 자식을 생각할 여유는커녕 자식이 문제의 모든 원인으로 여겼을 것이다.

이제 엄마가 된 수경은 아이가 태어났다고 갑자기 남자 여자가 성숙한 어른으로 변해 완벽하게 아이를 기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끊임없는 실수와 경험을 통해 아이와 함께 자란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마음이 성숙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모두가 성공한 부모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최선을 다해도 아이에게는 좋은 부모가 아닐 수도 있고 부모 자식 간의 의무만으로 사는 관계나 미성숙한 부모 때문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만나지 않고 살 수도 있다.

지금 수경의 나이는 집을 나올 때의 아버지 나이와 비슷하다. 서른아홉 살이 되었기에 아버지가 미성숙했다는 것을 이해할 여유가 생겼다. 아니,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죽음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속도를 내 아버지를 이해하고 만날 수 없을지도 몰랐다. 아마 더 오래 살게 되었더라면 여전히 아버지를 미워해 20년이 아닌 더 오랜 시간 미워하며 살았을 것이다. 언젠가 오늘처럼 이런 만날 마음이 생길지라도 이미 아버지를 잃은 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 남은 날들을 ‘후회’라는 마음의 짐까지 얻은 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