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되돌아 걷기

by Momanf

아이들은 예쁜 옷을 입고 외출한다는 사실과 여태껏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에 차 안에서 내내 들떠 있었다. 수경은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초점 없는 눈으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Ryan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Everything gonna be fine. Don’t be nervous.” (다 괜찮을 거야. 긴장하지 마.)

수경도 Ryan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OK.” (알았어.)

큰 한숨을 내뱉으며 그에게 과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목적지에 도착해 차를 주차한 후, 홍삼 선물 세트를 들고 수경의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걸어갔다. 가게 앞에서 문을 열기 전 수경은 한번 더 큰 심호흡을 하고 Ryan을 쳐다보았다. Ryan은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수경이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고모와 새어머니가 테이블에서 일어나 수경을 맞았다. 고모와 새어머니는 놀라고 기쁜 얼굴로 아이들을 보며 감탄의 말을 했고 수경과 Ryan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새어머니는 수경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며 다가와 손을 잡았다.

“수경아...”

고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테이블로 데려가 앉히는 동안 새어머니는 수경의 팔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지? 고모에게 네가 어떻게 지냈는지 잠깐 들었다. 참으로 고맙다 이렇게 와줘서. 이렇게 얼굴 보러 와줘서.”

수경을 조심스레 안으며 새어머니는 눈물을 터트렸고 수경은 어색해 땅만 쳐다보았다.

“건강하시죠?”

새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경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그래. 나야 뭐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다. 자 자리로 가자. 뭘 마실래?”

“아. 이 사람이 제 남편 Ryan이예요. Ryan, this is my step mother.”

새어머니는 Ryan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Ryan은 만나서 반갑다며 손을 내밀었다. 새어머니는 Ryan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으며 ‘와줘서 고맙다, 수경과 잘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며 그의 손을 토닥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경에게 걸어왔다.

“잘 왔다.”

수경은 아버지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입가를 올려 보았지만 입가가 경직된 듯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새어머니는 주방으로 들어가 간식을 준비했고 수경은 Ryan과 아버지를 소개해주었다. Ryan과 아버지는 악수를 하고 함께 테이블로 가 자리에 앉았다. 아이들을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짓는 아버지를 보고 수경이 말했다.

“보리와 준이예요.”

아버지는 아이들을 쳐다보며 수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참 예쁘구나. “

아버지는 아이들을 한참 보며 그렇게 말했다. 새어머니가 간식을 들고 나와 테이블에 놓자 아이들이 수선스럽게 간식을 먹으며 장난을 쳤다.

“아이들이 TV를 볼 수 있게 리모컨을 좀 주시겠어요?”

수경이 새어머니를 보며 물었고 어쩐지 자신의 말투에 온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으며 TV에 몰입하기 시작하자 수경은 다시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건강은 어떠세요?”

수경이 어색한 분위기에서 아버지에게 말을 건넸다.

“나야. 뭐 그냥 이 나이에 누구나 갖고 있는 그런 사소한 문제들. 큰 걱정은 없다. 너는 어떠니?”

“뭐 저도 그래요.”

아버지와 딸은 곧 할 말을 잃었다.

“고생 많았겠구나. “

고모가 옆에 앉아 수경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이렇게 이쁜 강아지들을 낳고 한참 손 많이 갈 때인데 얼마나 바쁘고 힘드니 그래?”

“아니에요. 쌍둥이들이지만 꽤 말도 잘 듣고 자기들끼리도 잘 놀아주어 많이 힘들지 않았어요.”

수경은 고모를 보며 편안하게 미소를 지었다. 고모가 함께 와줘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뭘 좀 먹어야 되는 건 아니냐? 애들도 배고플 것 같은데”

아버지는 시간을 확인하며 수경과 새어머니를 보며 말했다.

“저희는 보통 1시쯤 점심을 먹어요. 괜찮아요.”

점심 먹기에는 이른 11시 30분을 가리키는 벽시계를 보며 수경이 대답했다.

“Sukyeong. Can you translate this?” (수경. 이 말을 번역해주겠어?)

Ryan수경에게 물었고 모두들 Ryan을 바라보았다.

“OK. I will. Tell me.” (응. 할게. 말해.)

수경은 Ryan에게 그렇게 대답하며 어른들을 보며 말했다.

“남편이 할 말 있다고 통역해 달라고 했어요.”

Ryan이 말을 이었다.

“Tell your father, thank you so much giving birth to you. You are strong and smart, and that’s why I love you. You are also great mom to take perfectly care of our children. I am so proud of you and you guys must be too.” (아버지께 말해줘, 당신을 낳아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당신은 강하고 똑똑해. 그래서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신은 아이들을 완벽하게 돌보는 대단한 엄마이기도 해. 나는 당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당신들도 그럴 거라고.)

수경은 Ryan의 손을 잡으며 그에게 입모양으로 ‘Thank you’라고 말했다. 그리고 Ryan의 말을 아버지에게 전달했다.

“남편이 아버지께 저를 이 세상에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 달래요. 제가 강하고 똑똑한 것이 이 사람이 좋았대요. 제가 좋은 엄마고 아이들을 잘 돌본다며 그래서 자랑스럽다고 해요.”

아버지는 Ryan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수경이 말을 꺼내다가 아이들을 한번 돌아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집을 나간 후로 영어 학원에 취직했어요. 그것이 제 인생을 바꿔 놓았어요.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친구들이 대학 캠퍼스를 누릴 때, 저는 12시간 정도 일만 했거든요. 그렇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전문대를 마치고 영문과로 편입을 했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고생이라 여겨졌던 모든 일들이 인생 수업이 되어 좋은 일이 많았어요. 제 돈으로 계속 학업을 이어나갔고 제가 사는 공간도 마련했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좋은 남편을 만나 해외여행을 통해 많은 세상을 보며 살았어요. 남편 부모님은 남편이 청소년 시기에 사고로 돌아가셨고 남편은 누나가 둘인데 누나들이 남편을 애지중지하며 돌봤어요. 그래서 남편과 누나들 우애가 부모 자식만큼 두텁고 시누들이 저에게도 친언니들 이상으로 잘해줘요. 아이들은 쌍둥이지만 걱정 없이 건강하게 잘 태어나 잘 먹고 잘 놀고 성격들이 밝고 활달해요. 제가 지난 20년을 돌아보니 열심히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이렇게 예쁜 가정 꾸려 남편에게 사랑받고 귀여운 아이들까지 얻고 즐겁게 사니까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요.”

수경은 집을 떠난 20년 긴 세월을 짧게 전한 후, 앞에 있던 물 한잔을 마셨다.

“아버지,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어요.”

수경이 아버지의 눈을 보며 마침내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고 새어머니와 고모는 수경의 말에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수경을 보며 긴 한숨과 함께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며 눈을 잠시 감았다.

“네 생각을 많이 했었다.”

잠시 후, 아버지는 수경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너는 어릴 때부터 영리해서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20대나 30대 전반에 수경이 이런 말을 아버지에게 들었다면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참지 않고 대답해 버렸을지 모른다. 왜 무책임하게 자식을 낳아 술만 마시면 딸을 때리고 아프게 했었냐고 따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경은 지금 아버지의 그 말이 어쩐지 고마웠다. 아버지가 완전히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생 많았다. 수경아. 너를 보면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럽고. 나는 또 그때 내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돈 한 푼 없이 집을 나간 너를 한번 챙겨주지도 못하고. 미안하다. 내가 죄인이다. 미안해. 지금 생각하면 그때 너도 어렸는데...”

새어머니는 울먹이며 말했다.

“울지 마세요. 어머니도 그때 힘드셨잖아요. 이해해요.”

한창때의 아버지의 폭력으로 주눅 들어 살며 친딸 양육만으로도 고생스러웠던 삶에 남의 자식 걱정까지 할 형편이 안되었던 새어머니의 상황을 그 누구보다 이해했다. 같은 여자로서 새어머니의 삶에 연민을 느낀 적도 있었다. 수경의 말에 새어머니는 울음이 터져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모두들 침묵한 채로 그녀의 울음으로 그녀의 힘들었던 마음을 전해 들었다. 아이들이 우는 새어머니를 동그란 눈으로 보며 수경과 Ryan의 얼굴을 살폈다. 새어머니는 문득 아이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급히 눈물을 닦으며 일어섰다.

“화장실 좀.”

수경은 그녀를 안쓰럽게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도 술 많이 드세요?”

아버지는 손사래까지 치며 대답했다.

“아이고 아니. 이제 술 많이 안 마신다. 늙으니 나도 장사 없고. 니 어머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생겨서. 이제 안 한다.”

그 말에 수경이 마음이 놓였다. 이제 안 한다는 말속에는 술도 안 마시지만 어머니를 때리지 않는다는 말이 포함되었다고 수경은 확신했다.

“건강을 위해서도 잘하셨어요.”

진심으로 수경은 아버지의 눈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모습에서 20년이 흘러가버린 시간은 꽤 길었다. 자신 앞에 이제 노인이 되어 앉아 있는 모습에 동정심이 생겼다.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고 비난했던 아버지는 수경의 상상 속 덩치 큰 사람이 아니었다. 작고 왜소했다.

수경은 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반드시 미안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경은 이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할 때가 있다. 타이밍을 놓쳐 버려 미안하다는 말을 삼킬 때가 있다. 지금 행복해 보이는 상대 앞에 서로가 힘들었던 그날의 사건들을 적나라하게 두 사람 앞에 펼쳐 놓기가 두려울 수도 있다. 수경은 이제 그런 것들을 다 이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와 한 공간에 있는 수경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소소한 안부나 아이들의 일상을 나누고 새어머니가 아버지와 낳은 이복동생의 안부도 물었다. 동생은 지금 강원도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고 수경의 소식을 듣고 반가워했다고 새어머니는 전했다. Ryan은 그들의 대화를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따듯한 분위기를 느낀 듯 미소를 지으며 수경의 등을 쓸어내렸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얼마 후, 가게에 예약 전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Ryan과 수경은 분주해 보이는 식당 분위기에 아이들 옷을 챙기며 떠날 채비를 하자 새어머니는 말했다.

“수경아, 좀 더 있다 가라. 점심시간 2시간 반짝 바쁘면 또 조용해져. 근처에 커피숍에 가서 차라도 마시고 돌아오면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수경은 아침부터 긴장을 많이 한 탓에 이미 피곤함을 느꼈다.

“아이들도 계속 TV만 보면서 앉아 있을 수 없고 남편도 한국말을 못 하는데 계속 앉아 있게 하기가 미안하네요.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 놓고 다음번에 저 혼자 다시 올게요.”

고모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경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애들도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해 힘들겠구나. 언니. 오늘만 날인가요? 이제 이렇게 얼굴 봤으니 앞으로 자주 보며 살아요.”

수경은 ‘앞으로 자주 보며 살아요’라는 고모 말의 무게가 가슴속으로 덜컹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힘겹게 돌아온 것이 지금 모두 해피엔딩이라 착각하는 끝이 아니었다. 자신이 아프다고, 자신은 이제 곧 죽게 될 거라고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여줌으로써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기 위해 어렵게 찾아왔는데.... 수경 자신과 부모님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이 늙고 힘없는 가련한 사람들 앞에 자신의 죽음이란 시한폭탄을 던지게 되었다.

수경은 차마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자신이 순간 원망스러웠다. 자신의 병과 죽음은 과거와 무관했고 집을 떠났던 과거와 죽음을 앞둔 현재 사이의 20년은 수경과 아버지에게는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를 떠날 때의 어린 수경과 병들어 돌아온 수경만이 접해져 있었다.

이보다 더 멋들어진 복수가 어디 있으랴?

수경의 머리로는 절대로 나올 수 없었던 반전이었다. 만약 이전에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았더라면 수경은 부모님을 찾아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수경은 애초에 부모를 딱 한 번만 만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거기까지가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또 부모님을 닷 만나고 싶어졌다.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고 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게 할 수 있어 이렇게나 기쁠지 몰랐다. 집을 나와 처음으로 어머니의 따듯한 밥상을 받고 이리 행복할지도 몰랐다. 다시 새어머니를 찾아와 어머니가 차려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고 생각할게 될지도 몰랐다.

“오늘은 이만 갈게요. 저 수요일쯤 또 와도 돼요?”

많은 상념이 회오리쳤지만 수경이 용기 내 먼저 그렇게 묻자 새어머니는 수경의 두 손을 잡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뭘 묻니? 여기가 네 집인데 아무 때나 오렴. 우리가 목요일은 영업을 안 한다. 너 그때 우리가 사는 집으로 오겠니? 내가 아이들 좋아할 만한 반찬이고 너희들 먹을 것을 좀 만들어 주고 싶구나.”

수경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이 친정이나 시댁에서 받아온 반찬이 늘 부러웠었다. 또,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반찬을 만들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니 감사하게 잘 받는 것이 그녀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럼 목요일에 집으로 갈게요.”

수경은 그렇게 대답하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모두 인사를 나누는데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5만 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나누어주었다. 아이들은 아직 돈을 잘 몰라 그것을 받아 들고 물끄러미 수경을 올려다보았다.

“보리야, 준아, 그건 돈이라는 거야. 준이와 보리가 할아버지 주신 돈으로 맛있는 간식이나 장난감 살 수 있어. 감사합니다 하고 말할까?”

아이들은 수경의 말대로 “감사합니다” 하며 아버지가 내민 돈을 받았다. 보리가 할아버지를 덥석 안으며 볼에 뽀뽀를 했고 준이도 보리를 따라 할아버지를 안으며 다른 쪽 뺨에 입을 맞추었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아이들을 꼭 껴안아주었다.

수경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와 나는 한 번도 스킨십을 해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나를 때리기만 했을 뿐.‘

Ryan과 아버지는 악수를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Thank you. Thank you.”

아버지는 Ryan의 손을 꽉 잡고 그의 눈을 쳐다보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그 말속에는 오늘 이렇게 와줘서 Thank you, 수경의 곁에서 수경을 잘 지켜주고 행복하게 해 주어 Thank you였다. 더 이상 외롭지 않게 예쁜 아이들과 예쁜 가정을 만들어 Thank you였고 이렇게 수경에게 자신을 용서해주고 함께 올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준 것에 Thank you였다. 수경은 친구들과 늘 포옹하며 인사하는 습관대로 고모를 안아드리며 함께 자리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새어머니를 꼭 안았다.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점심 너무 맛있었어요.”

새어머니는 수경의 그 말에 금방 눈시울을 붉혔다. 수경은 아버지에게도 용기 내 손을 내밀어 안았다.

“아버지.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건강하게 지내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가 수경을 꼭 끌어안았다. 낯설었지만 아버지에게서 느껴지는 전율과 강한 팔의 힘은 수경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눈을 보며 수경은 말했다.

“또 올게요. 목요일에 봬요.”

아버지는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차마 수경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대답했다.

“고맙다. 와줘서.”

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으로 수경은 자신을 오랫동안 옭아매던 마지막 사슬에서 풀려나 완전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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