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P.S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

by Momanf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거울 앞에 섰다. 얼굴빛이 어두워지고 수척해진 서른아홉의 수경이 서 있었다. 점심을 먹고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 때, 자신의 초췌한 얼굴로 은주를 더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콤팩트를 꺼내 몇 차례 얼굴을 두드려 환화게 만들고 평소에 좋아하던 분홍색 립스틱을 발랐다.

마지막 인사는 이미 미국에서 경험을 해봤다고 해서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메이크업을 하고 예쁜 옷을 고르다 문득 수경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억되고 싶어 한다. 그것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으로.’

수경은 다시 고개를 들어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인간이란 타인에 의해 그 삶이 기억된다. 죽은 후, 내가 기억하는 나는 사라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에 대한 기억이 남는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나는 한참 동안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집을 나서기 전 자신의 모습을 한번 더 확인하고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갔지만 다음 버스까지 7분을 더 기다려야 해 수경은 벤치에 앉았다.

‘내가 없어도 나는 한참을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수경은 그 말이 다시 생각나자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다.

“보리야, 준이야. 엄마는 지금 너희들 어린이집 보내고 은주 이모 만나러 간단다. 은주 이모에게 조금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날이기도 해. 엄마가 아프다는 걸 미처 말하지 못했거든.”

수경은 버스를 타고 창밖으로 보이는 자신의 시선이 닿는 곳들도 휴대폰으로 찍었다. 지금 남겨지는 엄마의 모습들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위로가 되었다. 아이들 곁에 있어주면 좋을만한 기억들을 기록해두어 남겨주고 싶었다.

은주와 만나기로 한 식당에 들어선 수경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은주를 발견해 반가운 마음으로 테이블로 걸어갔다.

“빨리 왔네?”

수경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응. 차가 안 막히더라. 앉아. 우리 늘 먹던 걸로 주문할까?”

“그래. 코스 A로 하자.”

두 사람은 자주 먹는 한식 세트를 주문하고 마주 보고 웃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익숙함이 좋았다.

“아이들은 어때? 잘 지내지?”

“우리 애들이야 뭐 매일 똑같아. 보리 준이도 잘 지내지?”

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18살 고등학교 2학년 때, 둘은 짝으로 만났다. 그 우연한 자리배치가 평생 단짝이 된 것이다. 20년 넘는 우정을 지켜오며 두 사람에게는 몇 번을 반복해도 늘 똑같은 장면에서 폭소를 터트리는 추억들이 많았다. 둘은 식사를 하며 아이들 이야기, 각자의 삶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은주의 시댁 이야기에 함께 화를 내기도 했다가 고등학교 때 사건이 기억나 추억 소환을 하며 웃기도 했다. 수경은 실로 오랜만에 자신이 얼굴의 모든 근육으로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수경의 병을 모르고 걱정이나 슬픔 없이 나누는 과거의 추억이 너무 좋았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수경은 ‘이제 남겨질 은주가 이 시간을 그리워하며 아파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금 울컥했다.

“너 살이 많이 빠졌다. “

은주가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계산하는 카운터 앞에 서서 말했다.

“아. 응. 요즘 속이 좀 안 좋아서 밥을 적게 먹으니 그런가 봐.”

수경은 은주에게 얼버무리며 그렇게 말했다.

“우리 나이에는 너무 빠져도 아파 보여 못써. 살 좀 찌워. 커피숍 가서 케이크 사 먹자 그런 의미로. 하하하.”

은주는 수경의 허리를 쿡 찌르며 싱겁게 웃었다.

“그래. 그래.”

수경도 웃으며 대답했다.

둘은 계산을 마치고 나와 식당 옆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자주 오는 둘만의 코스였다. 커피숍에 들어선 수경은 조금 긴장이 되었다. 시계를 보니 둘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었고 그 시간 안에 아프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감정을 추슬러야 한다는 재촉감이었다. 거기다 현실적인 걱정들이 밀려왔다. ‘커피숍에서 은주와 내가 울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텐데. 우리가 눈치 때문에 울면서 소리를 죽이느라 서로의 말을 잘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하지만 그것들은 그 순간 수경에게 중요했다.

“은주야, 우리 그냥 커피 들고 좀 걸을까?”

“왜 걷고 싶어? 너무 더울 텐데? 케이크는 어쩌고?”

“소화도 시킬 겸 공원에 있는 연못 한 바퀴 돌자. 케이크도 싸가지고 가서 벤치에 앉아 먹으면 되지 소풍삼아. 공원에 그늘 있을 거야. 응?”

수경의 부탁에 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 두 잔과 케이크 하나를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했다. 둘은 그늘이 있는 벤치를 찾아 앉았다.

“나쁘지 않은데?”

은주가 잠깐 그렇게 말하고는 커피숍에서부터 시작한 동네 여자의 몰상식한 스토리를 이어서 말했다.

“그 여자 좀 미친 거 아니야?”

늘 그렇듯 수경은 은주 편을 들어주었다.

“내 말이? 완전 또라이라니까.”

은주는 수경이 자기 말을 공감해주자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연못을 바라보았다.

“나는 나이 40쯤 되면 인생을 통달할 줄 알았다? 이렇게 고삘 이때랑 똑같이 짜증 나는 사람 너랑 앉아 험담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야.”

은주의 말에 수경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근데 나이 40이 되어도 인간은 다들 유치해.”

수경의 말에 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 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기 좀 봐.”

은주가 자신의 정수리를 수경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흰머리 많지? 얼마나 머리가 세는지 감당이 안된다. 아무리 화장으로 감추고 옷으로 차려입으면 뭐하냐? 이 흰머리가 “야, 너 40이야. 나이 값 좀 해.” 이러면서 나이를 알려주는데?”

은주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어 그래. 여기 좀 많아졌네.”

수경은 은주의 머리카락을 확인하며 말했다.

“애들 때문에, 남편 때문에, 그 이상한 여자 때문에 내 머리가 세어서 남아나질 않는다 아주 그냥.”

둘은 또 웃음이 터졌다.

“그래. 우리도 늙고 있겠지. 옛날 40은 완전 아줌마 아녔니? 중년?.”

수경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맞아. 40 은 다 뚱뚱하고 뽀글하게 파마하는 아줌마. 50은 할머니였어 옛날에는, 그렇지?”

은주도 커피잔을 들며 말했다.

“응. 요즘엔 40도 아가씨처럼 피부 팽팽하게 당기고 20대처럼 차려입고 다니는 사람 얼마나 맞니? 그런데 자연스레 변해가는 몸이란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구나.”

둘은 자신들이 나이를 실감하며 동시에 한숨을 쉬었고 그것에 또 웃음이 터졌다.

“한숨만 는다. 야.”

은주가 웃으며 말했다.

“앉았다 일어날 때도 ‘아이고. 아이고.’ 저절로 소리 나는 것도 추가”

수경의 말에 둘은 또 마주 보며 키득대며 웃었다.

“은주야.”

갑자기 진지하게 수경이 이름을 부르자 은주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수경을 쳐다보았다.

“나 사실 그저께 아버지를 만났어.”

수경은 은주를 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 진짜? 벌써 만났어? 기분은 어땠어? 너무너무 잘했다. 어떻게 마음이 바뀌었는지도 궁금해. 건강은 하셔?”

수경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은주는 속살포처럼 질문을 했다.

“나이가 들고 자식을 키우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자식을 낳고 나이가 들었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구나.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미성숙했고 그냥 나는 그런 가정에서 자라서 힘들었구나. 그런데 그런 부모와는 상관없이 나 자신을 놓고 인생을 돌이켜보니 그런 생각이 들대?”

수경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고 은주는 다음 말을 기다리며 수경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는 늘 내 인생을 나쁜 인생, 좋은 인생으로 나누었었다? 아버지와 살던 20년은 소위 나쁜 인생, 집을 나왔고 좋은 남편 만나 여행하며 살다가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사는 지금은 좋은 인생이었지. 그래서 내가 집을 나온 뒤만 내 인생이라 인정하고 아버지와 살던 나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아.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러한 가정환경이 있었기에 내 인생을 내가 잘 꾸리려고 애썼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 또 결혼 생활중에도, 육아를 하면서도 내가 이전에 어떤 것을 보고 어떻게 살았는지는 고스란히 묻어 나오더라. 가령 남편과 다툴 때, 너무 감정적인 나를 보면서 내 모습에서 아버지가 보이기까지 하더라. 그러니 어떻게 내가 그 이전의 인생이 나쁘다고 그것을 부정하며 살아갈 수 있겠니? 내가 내 부모로부터 배운 것들이 내 성격과 삶의 방식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그것뿐만이 아니야. 과거의 기억 때문에 부모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아니? 또 그런 나쁜 부모가 있었기에 내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었어. 소위 내가 불렀던 나쁜 인생이란 기준이 있었기에 좋은 인생으로 만들며 살아왔더라. 그렇게 무엇이든 원인과 결과는 다 있는 것 같아. 그러니 과거를 부정하고 산다면 완전한 나를 설명할 수 없더라. 부정할 수도 없고 또 너무 명백한 역사라 없어지지도 않더라. 그 모든 게 나였어.”

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경의 말에 공감했다.

“또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세상에 참 많잖아? 고아원에 버려진 사람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며 어릴 때부터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사는 사람들. 폭력과 강간 같은 잔혹한 범죄에 그대로 노출된 아이들.”

수경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오히려 나를 이 세상에 낳아주시고 어떻게든 고아원 같은 곳에 보내지 않고 혼자 자립할 나이였던 스무 살까지 아버지 그늘에서 살게 해 준 것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더라? 마침 고모 번호를 받아둔 게 있어서 먼저 고모께 연락했고 고모가 아버지에게 연락을 드려 약속을 잡을 수 있었어. 우리 가족들 다 데리고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식당으로 가서 만났어. 새어머니가 참 많이 우시더라. 고생 많았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난 새어머니가 참 고맙더라. 내 자식 낳고 보니 친딸도 아닌데 밥 해먹이고 키워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나는 참 무뚝뚝하고 차갑고 이기적으로 굴었는데.... 그런 남의 딸 키운다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내 자식 키우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니? 내 새끼니 키우지. 남의 새끼면 못 키우겠다? 그런데 새어머니가 그래도 나를 키웠잖아. 남들이 볼 때는 그래도 내가 아버지 있고 어머니 있는 가정에서 살았던 거잖아.”

은주는 연신 수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아버지를 안아드렸어. 새어머니도. 난 한 번도 부모를 안아보거나 손잡은 기억이 없거든. 내 인생 처음으로 아버지와 살이 닿은 것 같아. 하하.”

은주는 수경의 말에 잘했다는 의미, 대단하단 의미로 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수경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목요일에 새어머니가 아이들 반찬 해주신다고 오래. Ryan이랑 애들 너무 이쁜지 눈을 떼지 못하시고 아버지는 Ryan손을 붙들고 Thank you, Thank you라고 말하며 고마워하셨어. 아버지가 애들 용돈 5만 원씩 주셔서 아이들이 고맙다며 안아주고 뽀뽀해주니 좋아하시더라. “할아버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손주들 보니 그냥 좋으신 것 같았어. 잘한 것 같아. 정말로 친정집이 좋더라? 새어머니가 차려준 밥 그냥 앉아서 받아먹는 것도 너무 좋았어. 나 사실 집 밥 먹을 곳이 없었잖아. 누가 차려준 집밥 먹으니 그렇게 꿀맛이대? 그리고 불편할 것 같았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너무 편해서 좋았어. 그리고 두 분도 참 많이 늙으셨더라. 내가 상상하던 그때의 모습이 아니라 안쓰럽고 불쌍하게 여겨지기까지 했어. 그냥 뭐랄까? 나 이제 정말 마음이 아주 편해. 그리고 이 모든 게 다 나잖아. 이제 부정하고 싶었던 내 과거도 완전히 받아들인 것 같아. 이제 완전히 동그라미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제 모든 모습의 나를 받아들여야지만 완전한 나라는 걸 깨달았어.”

수경은 언제나 그랬듯 은주에게 아주 상세히 설명했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까지 세세하게 전했다. 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경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정말 잘됐다. 너희 아버지도 얼마나 좋았을까? 귀여운 손자들 봐서 얼마나 좋았을까?”

은주는 친구와 그녀의 가족이 얼마나 행복한 재회를 했었을까를 상상하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야, 대단하다. 곧 죽을 사람처럼 어떻게 그런 심오한 걸 깨달았니? 도에 이르렀구나. 완전히 신선이 따로 없는데? 자랑스럽다 내 친구.”

은주의 말에 수경은 슬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은주야. 네 말이 맞아. 나 곧 죽어. 그래서 이런 걸 깨달았나 봐.”

수경이 눈물을 머금고 은주의 눈을 바라보았다. 은주는 그런 수경의 진지함에 멈칫하더니 곧 웃었다.

“연기 많이 늘었는데?”

은주가 수경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 췌장암이야. 미안해. 은주야. 나 이제 한 두세 달 정도밖에 못 살 것 같아.”

“너 무슨 말하는 거야 지금?”

은주는 수경의 말이 장난이 아님을 깨닫고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커피를 벤치에 놓았다.

“나 얼마 못 살아 은주야.”

“너 지금... 장난치지 마. 이건 아주 고약해 너?”

수경은 울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은주가 수경의 두 팔을 잡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수경의 눈물에 젖은 눈이 은주를 마주 보자 은주가 놀라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췌장암 말기야. 여기에서도 병원 두 곳이나 확인했고 미국에서도 확인했어. 이제 손 쓸 방법이 없대. 그냥 약과 주사로 버티고 있어.”

은주가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나도 이런 소식을 전하고 싶지 않았어.”

수경이 오열하는 은주의 등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어... 어떻게. 왜 왜 너한테 왜? 왜 이런 일이 생긴 건데? 왜 이제 좀 살만한데. 왜 왜 이러는데 왜?”

은주는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하듯 울부짖었다.

‘늘 다른 사람과 싸우면 내 편이 되어주던 내 친구 은주.’

힘없이 암을 받아들여만 했던 수경을 위해 이토록 화를 내고 있는 은주를 보며 수경은 고마웠다. 은주는 지나가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한참을 큰 소리로 울었다. 수경도 은주의 등에 손을 얹고 함께 울었다. 약 10분쯤 정신없이 울고 나서야 둘은 시간을 확인하며 진정하기 시작했다. 둘 다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들을 제시간에 데리러 가기 위해서는 30분 후에 떠나야 했다.

“은주야!”

수경은 마음을 추스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너무 울어서 새빨개진 눈으로 수경을 바라보다 은주는 또 울음을 터트렸다.

“고마워. 늘 힘들 때 곁에 있어주고 함께 기뻐해 주고 화내 주고 울어줘서. 너라는 친구를 가진 게 내겐 큰 재산이야. 너는 내게 가족 같은 친구였어.”

은주가 수경의 손을 잡았다.

“나도 그래.”

은주가 훌쩍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미안해. 정말로. 너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은주가 고개를 젓는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그냥....”

은주는 진정하려고 애를 쓰며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수경아,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수경은 은주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무 많이 슬퍼하지 않기로 하기?”

은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 애들은”

은주는 또 남겨질 보리와 준이 생각에 목이 메어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울었다. 수경도 아이들 얼굴이 떠올라 은주와 손을 잡고 또 한참을 울었다.

“애들은. 내가 가끔 돌볼 테니 몸 힘들 때 쉬어. 응? 우리 애들이랑 놀리면 되니까 무리하지 말고. 응?”

은주는 간신히 수경에게 말했고 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해야 해. 아니다. 내가 1주일에 몇 번이라도 아이들 데리고 너네 집으로 갈게.”

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나 떠나면 Ryan 좀 도와줘. Ryan이 아이 맡길 때가 없으면 네가 좀 아이들 봐주라. 부탁해 은주야.”

수경은 ‘나 떠나면’이란 말로 은주를 더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부탁을 해야 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은주는 수경의 예상대로 그 말이 아팠는지 또다시 눈물을 떨어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경은 은주를 안았다. 정말 오랜만에 친구를 꼭 껴안았다.

“고마워. 고마워 은주야. 네가 있어 언제나 든든했어 나는.”

은주도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 수경을 더 꽉 껴안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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