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은 죽기 전 부모님과 남편,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미정을 찾아가 그 의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정은 휴무에 자신도 따라가 사진사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수경은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 따라나서려 하는 미정의 진심을 알고 있었다. 수경은 미안했지만 가족 여행을 강행하고 싶어 미정의 동행에 감사해했다. 부모님과 Ryan과 상의 끝에 가까운 남해로 다녀오기로 했다. 한 차로 온 가족이 움직일 수 있게 Ryan은 큰 밴을 빌렸다. 병원 주차장으로 오는 내내 아이들은 신이 나 노래를 불렀고 미정은 수경에게 필요한 약과 주사 등을 챙겨 수경과 함께 주차장으로 나왔다. 날씨도 가족여행을 도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렀으며 햇살은 따듯했다. 수경은 복부가 팽창해 조금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잘 한 선택이라 싶었다.
“고마워요. 미정 선생님. 이렇게 동행해줘서 제가 한결 마음이 놓여요.”
미정은 수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의사가 아니라 수경 선생님 옛 동료이자 친구예요. 아셨죠?”
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남해는 멸치쌈밥이 유명하대요. 어머님 아버님 좋아하세요?”
미정이 물었고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엄마랑 이렇게 여행 가니 너무 좋아.”
보리가 웃으며 수경의 손을 잡았다.
“그렇지? 나도 그래. 보리야. 우리 얼마 만에 이렇게 놀러 가는 거야? 미안해.”
“엄마 아프잖아. 괜찮아.”
네 살인 보리에게서 그 말을 듣자 수경은 내심 놀랐다.
“보리가 언제 이렇게 컸어? 엄마는 큰 언니랑 이야기하는 것 같아.”
“나 큰 언니야. 엄마.”
모두들 보리의 말에 웃었다.
“맞아. 보리 이제 큰 언니 됐지? 그래서 엄마 없어도 혼자 잘 자고 그렇지?”
“응. 준이랑 나랑 잘 때는 배꼽 만지고 자.”
보리가 티셔츠를 들어 배꼽을 만지자 준이도 웃으며 티셔츠를 들어 배꼽을 만지며 보리를 따라 했다.
“배꼽은 왜?”
미정이 물었다.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나랑 준이가 엄마 배 안에 있을 때 줄이 연결되어 있었대. 거기로 엄마가 밥 먹으면 우리가 먹고. 의사 선생님이 엄마 뱃속에서 우리를 꺼내면서 엄마랑 우리랑 연결된 줄을 자르셨는데 그게 배꼽이라고 엄마가 지난번에 말했어. 엄마 그렇지?”
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엄마가 엄마 보고 싶을 때 이렇게 배꼽 누르고 말하면 엄마에게 전달된다고 했어. 처음에 엄마 없이 자니까 너무 무서워서 내가 배꼽을 만지면서 준이한테도 엄마 보고 싶으면 배꼽 만지라고 하니 준이가 따라 했어. 내가 준이한테 가르쳐 줬어. 엄마.”
“음. 너무 잘했어. 배꼽 만지며 엄마 생각했구나. 엄마도 그랬는데. 엄마가 지난번 해준 얘기 잊지 않았네. 우리 보리? 진짜 똑똑하다.”
수경이 눈시울을 붉히며 보리를 안았고 새어머니는 눈물을 훔쳤다.
“그랬구나. 보리 말이 맞네. 엄마랑 보리랑 준이는 배꼽으로 연결되어 있네. 의사 선생님이 잘랐지만 아무도 볼 수 없는 줄이 엄마와 너희들을 연결시켜 주고 있네. “
미정이 보리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Ryan. Bori said that she and June press their tummy button every night thinking of Sukyeong because Sukeyong told them before they can communicate even though they are away each other by pressing tummy button. It means to them, they connect each other with invisible cord even though they are not together with. If they say something pressing their tummy buttons, then the message would deliver to the others. At the first night when Bori and June sleep without Sukyeong, they touched their belly buttons thinking of their mom.” (Ryan. 보리가 준이와 매일 밤 배꼽을 누르며 수경을 생각한대요 왜냐하면 수경이 비록 그들이 떨어져 있어도 배꼽을 누르며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었대요. 그래서 그들이 함께 있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줄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요. 그들이 배꼽을 누르며 무언가를 말하면 그 메시지가 서로에게 전달된다고. 수경 없이 자는 첫날에 보리와 준이가 배꼽을 만지며 엄마를 생각했대요.)
Ryan은 백밀러로 아이들과 수경을 보며 미정의 통역을 들었다. 먹먹한지 아무 말이 없었다.
“난 보리가 무슨 말 했는지 준이가 무슨 말했는지 다 안다?”
수경이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엄마 나 무서워. 하지만 참을게 엄마 아프니까. 그리고 엄마 사랑해.라고 말했지?”
보리는 수경의 말에 신기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무슨 말을 했는 줄 알아?”
두 아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 왜 전달이 안됐을까? 너무너무 사랑한다고 했는데. 엄마는 준이 보리 안보는 순간순간에도 온통 너희들만 사랑하고 너희들 곁에 있다는 거 잊지 말라고 말했는데. 앞으로는 매일 엄마가 그렇게 메시지 보내고 있다는 걸 기억해. 알았지?”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주머니도 기억하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Bambi볼 때, 사냥꾼 아저씨의 총에 엄마가 죽자 엄마 사슴 생각주머니가 요술처럼 아무도 볼 수 없게 짜안 Bambi 마음으로 들어갔잖아. Bambi마음속으로 쏙 들어간 엄마의 생각주머니는 이제 Bambi가 가는 어디든지 함께 갈 수 있고 마음속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화장실을 가거나 친구들하고 노는 시간에도 자는 시간에도 언제나 함께 할 수가 있게 되잖아.”
수경은 그렇게 말하며 아이들을 다시 한번 꼭 안으며 이마에 입 맞추었다.
“나쁜 사냥꾼이 엄마에게 총을 쏘고 데려간다면 아무도 안 보이게 엄마의 생각주머니가 보리와 준이 마음속으로 쏘~옥 들어가 그때부터는 언제나 함께한다는 걸 기억해. 그래서 보리, 준이, 그리고 아빠가 가는 곳 어디든지 함께 가고 무서울 때 보호해줄 거야. 슬플 때는 위로해주고 기쁠 때는 함께 웃어줄 거야. 그러니 혹시 엄마에게 그런 일이 생겨도 슬퍼할 이유가 전혀 없어. 엄마의 생각 주머니가 너희들과 늘 함께 할 테니까. 너희들 푸푸 할 때마저도 따라 들어간다!”
아이들은 푸푸라는 말에 웃음이 터졌고 어른들은 모두 말이 없었다. 미정은 그것을 또 Ryan에게 영어로 통역해 주었고 Ryan은 생각에 잠겼다. 수경은 아이들을 간지럽히며 ‘푸푸 푸푸’하고 웃었다.
“우리 보리 준이 똥 누가 많이 싸나 엄마가 생각주머니로 봐야지.”
“안돼. 안돼.”
보리가 웃지만 심각하게 말했고 준이는 그저 까르르 웃었다. 미정은 돌아보며 그들의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찰칵’하는 소리에 셋은 미정을 보았다.
“다시 한번 찍어주세요. 이리 와 얘들아. 엄마 안아줘.”
수경과 아이들은 끌어안고 휴대폰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어느덧 남해에 도착해 멸치쌈밥 식당 앞에 도착했다. Ryan은 수경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고 수경은 Ryan의 팔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Thank you.”
그녀는 Ryan에게 윙크를 하며 속삭였다. 수경은 식사를 많이 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을 꼼꼼히 챙겨 먹였다. 멸치 쌈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김가루를 부탁해 달걀과 비벼서 채소 반찬과 함께 입에 떠 먹여 주었다. 악착같이 공기 그릇에 쌀 한 톨 안 남도록 다 먹였다.
“잘 먹어야 키도 많이 크고 건강해져. 단거 많이 먹고 몸에 안 좋은 거 많이 먹음 병원에 가서 이빨도 뽑고 주사 맞아야 한다.”
아이들은 수경의 말에 음식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수경이 밥을 반도 못 먹고 숟가락을 놓은 후로 더 먹지 못하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더 드세요. 아버지. 저는 소화가 좀 안돼서 그래요. 조금 있다 주스라도 마실 거예요. 그러니 걱정하시지 마시고 드세요. 다들.”
수경은 모두들 돌아보며 말했지만 Ryan은 생선이 좀 비려서 괜찮다며 나중에 다른 것을 좀 더 먹겠다 하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아이들을 제외한 모두는 밥을 남겼다.
식사 후, 상주 은모래비치에 차를 주차했다. Ryan은 수경에게 선물을 준비했다며 기다려 달라고 말했고 미정은 두 사람에게만 시간을 주려고 부모님과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소나무 길을 지나 해변으로 걸어갔다.
“Here it is, Sukyeong.” (여기 있어. 수경.)
Ryan이 멋쩍어하면서 트렁크 문을 열어 수경이 갖고 싶어 했던 브랜드의 종이가방을 건넸다.
“What is this?” (이게 뭐야?)
“Open it.” (열어봐.)
수경은 정성 들여 포장된 가방을 조심스레 꺼냈다. 수경이 예전에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그 가방이었다. 가방을 사고 들어온 날, Ryan과 심하게 다투고 반품했던 그 가방이 눈앞에 있었다.
“Ryan!”
수경은 그 가방을 보자 놀라서 남편을 쳐다보았다. 이제 정말 곧 죽을 자신에게 더 이상 이 가방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무엇보다 아이들과 살아가야 할 Ryan이 이렇게 큰돈을 쓴 것도 미안했다.
“Ryan. Thank you so much but I don’t need this bag anymore. Now you should go and refund this bag.” (Ryan. 너무 고맙지만 나 이제 이 가방 필요 없어. 이제 당신이 가서 이 가방 반품해.)
Ryan은 고개를 흔들었다.
“Try it on.” (한번 매봐.)
Ryan은 수경의 어깨에 가방을 매주었다.
“You look goo,. Sukyeong. The other day, I was thinking about you and what I really regret was that I didn’t understand you. We came from different culture and environment. I should try understand you better. Overall, You are the best mom for my kids and you’re deserve with this because of whatever you’ve done for me and my kids. Thank you so much Sukyeong. And I apologize the last time about this bag.” (멋지다. 그전에, 당신에 대해 생각하면서 내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정말로 후회가 되었어. 우리는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았잖아. 나는 당신을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했어. 무엇보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엄마고 당신이 나와 아이들에게 해 준 모든 것들이 이 가방을 받기에 충분하니까. 정말 고마워 수경. 그리고 이 가방에 관해서 지난번에 대해 사과해.)
수경이 그 가방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 “Now I understand why you said that and made me refund this. Ryan. I really do. Thank you so much but I don’t need anymore. I also apologize you, honey.” (이제 왜 당신이 그렇게 말했는지 왜 반품시켰는지 이해해. 나 정말로 알아. 진짜 고맙지만 나 더 이상 필요 없어. 나도 미안해, 여보.)
수경이 가방을 종이 가방에 다시 넣으려 하자 Ryan이 고개를 흔들며 다시 꺼냈다.
“This belongs to you from now and you can give Bori later. As you said before, she would be happy to keep your bag when she grows up. Give something fancy for Bori. OK?” (이 가방은 이제 당신 거고 다음에 보리에게 줄 수 있어. 그전에 당신 말했듯이, 보리가 컸을 때, 당신 가방을 가지고 있는 것을 좋아할 것 같아. 보리에게 무언가 비싼 걸 줘, 알았지?)
수경은 다시 가방을 꺼내 수경의 어깨에 걸어주는 Ryan을 바라보며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지난번 가방 사건을 생각해서라도 받지 않는다면 Ryan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또, 수경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보리에게 전해주라고 하니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OK. Thank you so much. Honey. I will take this everywhere from now.” (알았어. 정말 고마워 여보. 나는 지금부터 모든 곳에 이 가방을 가지고 다닐래.)
수경은 미소를 지었다.
“This bag symbolize that you tried to have our kids, and put so much effort for them. Thank you again everything you’ve done for my family. You really deserve this.” (이 가방은 당신이 우리 아이들을 갖기 위해 시도했고 아이들에게 많은 노력을 했는 것을 상징해. 다시 한번 고마워 당신이 우리 가족을 위해 한 모든 것에 다시 한번 고맙고 당신은 이것을 받을 자격이 있어.)
Ryan이 수경을 안으며 말했다.
“Hold on.”(잠깐만.)
수경은 얼른 차 안에 있던 자신의 가방을 꺼내 선물 받은 가방 안으로 소지품을 옮겼다. 그리고 그 가방을 어깨에 걸며 Ryan에게 미소를 지었다.
“Could you take a photo of me?” (나 사진 한 장 찍어줄래?)
수경이 가방이 잘 보이도록 옆으로 선 자세로 포즈를 취하며 웃었고 Ryan은 사진을 찍었다.
“You look great!” (멋진데.)
수경은 Ryan의 팔을 잡고 함께 셀카도 찍었다.
Ryan에게 이 가방을 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은 내 방식이 아닌 상대방의 방식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아이들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시험관 시술 과정, 쉽지 않았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에 대해 감사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이 그 수고를 알아주고 이해해주길 바랬기에 그 증거로 인생에서 단 한번, 고가의 선물을 원했던 것이라는 걸, 남편의 사랑이라는 매개로 삼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여자들에게 이런 명품이 훈장처럼 여겨졌다는 것을 마침내 Ryan은 이해할 수 있었고 딸에게 엄마의 훈장을 물려주고 싶었던 수경의 마음을 이해했다.
하지만 수경은 이제 이 가방을 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부잣집 딸인 것처럼, 남편이 돈이 많고 아내를 위해 물질로 애정 공세를 하는 것처럼, 건강한 여자처럼 보이는 것에는 더 이상 흥미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거짓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겉보기에 화려한 인생보다 자신의 불완전한 삶이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 자체가 아름다웠고 그것 자체가 독특했기에 진짜 명품은 자신의 인생이었음을 알았다.
수경은 Ryan에게 고마움으로 입을 맞추고 그의 팔짱을 끼고 해변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은 밝게 웃으며 해변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고 새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늘에 잠시 앉아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미정은 아이들 사진을 찍고 있었다.
“I will brag to Mijung a little bit.” (나 미정에게 자랑 좀 할게.)
수경은 Ryan에게 찡긋 윙크를 하고 미정에게 걸어갔고 Ryan은 아이들에게 뛰어가 아이들을 잡는 몬스터 흉내를 냈다.
“어머. 멋진 가방이에요. 수경 선생님. 남편한테 선물 받으셨군요? 남편 완전 능력자네요? 이런 명품백을 다 선물하고. “
미정은 수경이 들고 온 가방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렇게 말했다.
“사실 이 가방에 얽힌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어요. 이 가방을 가지고 가치관 문제로 얼마나 싸웠는지 몰라요. 미정 선생님은 남자 친구 있나요?”
“Ryan이 만회하는 선물이네요 그럼. 하하하. 네 저 연애한 지 2년쯤 되었어요.”
수경은 미정의 대답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 그럼 지금쯤은 싸움도 자주 하지 않고 잔잔한 시간들을 보내시겠네요?”
미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처음부터 많이 싸우지는 않았어요. 성격이 조금 비슷한 것 같아요.”
“결혼도 생각하세요?”
미정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년 봄에 결혼하기로 약속했어요.”
“어머 축하해요. 미정 선생님!”
수경은 진심으로 기뻐했고 미정은 고맙다고 말했다.
“Ryan과 나는 참 많이도 싸웠죠. 언어와 문화 차이도 컸고 무엇보다 가정환경 등 가치관의 차이도 컸어요. 나는 이 명품백을 오랫동안 받고 싶어 했죠. 시험관으로 고생해 임신했고, 힘든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고 있다는 걸 남편이 이 가방을 사줌으로써 이해받고 싶었죠. 하지만 Ryan에게는 말도 안 되는 사치품일 뿐이었고요. 이 가방으로 서로 얼마나 상처를 주며 싸웠던지 이제 웃음만 나네요. 서로를 비난하고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원망하기만 바빴죠. 그때를 돌아보면 나는 이 가방에 참 허무한 가치를 많이 담아 두었던 것 같아요. 이 가방을 받아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채우고 싶었고, 이것을 내세워 다른 사람인 척 꾸미고 살고 싶어 했죠. 상대방의 시선과 말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살았어요. 남편이 알아주든 몰라주든 나는 아이를 갖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정성을 다해 아이를 낳고 기른 것에 이미 내 기쁨은 그 안에 있는 거였는데.... 남들이 어떻게 봐주길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사랑했어야 했어요. 그랬더라면 함께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우자의 힘든 일상을 위로하고 지친 하루를 쓰다듬어 줄 수 있었을 테죠. 나는 그 시간들이 참 후회가 돼요.”
수경은 아이들과 뛰어노는 Ryan을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해변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부모에게 손을 흔들었다. 새어머니도 수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새어머니, 내가 어릴 때, 아버지께 많이 맞았어요. 저렇게 나이 들고 함께 늙어가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부부인데 참 모질게도 아프게 했었죠. 왜 젊은 우리들은 그토록 뭘 모르고 살았는지. 서로를 원망하고 싸우고 상대를 아프게 하고 물리적으로, 언어로 폭력을 가하고.... 새어머니가 어떻게 아버지를 용서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꼭 만회하며 살아가고 있기를 바래요.”
그때 해변가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턱시도 입은 신랑이 사진기사와 함께 웨딩 사진을 찍으려고 걸어왔다.
“모든 신부는 참 예쁘네요. 미정 선생님은 더 이쁠 것 같아요.”
미정은 수경의 말에 수줍게 미소 지었다. Ryan도 해변가의 신혼부부가 사진 찍는 걸 보며 수경에게 다가왔다.
“You were so beautiful when you wore the wedding dress.” (당신 웨딩드레스 입었던 날 참 아름다웠어.)
Ryan은 수경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세 사람은 그 신혼부부를 한참을 쳐다보았다. 신혼부부가 그들 곁을 지나자 수경이 손을 모아 입에 대고 큰소리로 말했다.
“두 분 너무 아름다워요. 행복하게 잘 사세요. 축하합니다 “
그들은 감사해하며 미소를 보냈다.
“두 분도 사진 찍어요. 여기 좀 서 보세요. I want to take a photo of you, guys. Stand here, please.”
미정이 바다를 배경으로 부부의 사진을 찍었다. 해변에서 뛰놀고 있던 보리와 준이도 불러 가족사진을 찍었다. 부모님과 수경의 사진, 가족 전체의 사진도 찍었다. 아이들 각자와 함께 사진도 찍고 Ryan에게 부탁해 미정과 수경의 사진도 찍었다.
“아 참. 미정 선생님.”
모두들 짐을 챙겨 차로 돌아가려는데 수경이 미정을 불렀다.
“네?”
미정이 앞서가다 뒤에 따라오던 수경을 보며 고개를 돌렸다.
“혼자 찍을 사진을 깜빡했네요.”
모두 그 말에 가던 길을 멈추고 수경을 바라보았다.
“네. 바다 배경으로 한 장 찍어 드릴게요.”
미정은 수경이 영정 사진으로 찍을 사진을 준비하려는 것을 알고 재빨리 수경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걸어오던 곳으로 되돌아 걸었다. 수경이 해변에 서서 웃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바라보며 Ryan과 부모님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셨다. 수경은 돌아오는 길에 애써 부모와 Ryan의 시선을 외면하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아쉬운 바다를 뒤로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어 차가 정차한 사이, 창밖을 내다보던 준이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스크림. 엄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나도 나도.”
보리가 그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려고 고개를 빼면서 말했다.
“Honey, Could we stop at that ice cream shop? Let’s have some dessert.” (여보, 우리 저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를 수 있을까? 디저트 좀 먹자.)
수경이 아이들의 간절한 표정에 Ryan에게 물었고 Ryan은 고개를 끄덕였다.
“OK.” (알았어.)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Ryan은 백밀러를 보며 조심스럽게 차선을 바꿔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차를 세웠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가게에 들어서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케이크를 보고 감탄하는 아이들을 위해 수경은 케이크를 사주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초 4개를 꽂고 모두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보리 준이.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들의 생일은 이미 지나갔지만 케이크에 불을 붙여 노래를 부르니 아이들은 너무 기뻐했다. 보리 한 번, 준이 한 번, 함께. 몇 번 촛불을 불고 나서야 케이크를 떠먹기 시작했다.
“보리 준이 생일 케이크 좋아?”
“응. 너무 좋아 엄마.”
보리가 대답했다.
“준이도 케이크 맛있어?”
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스크림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미정은 아이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수경은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결혼도 축복이고 생일도 축복이다.
케이크에 초를 꽂고 앞날의 소원을 빌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초를 분다.
그리고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박수를 치며 주인공을 축하한다.
모두들 웃는 얼굴로 사랑 어린 축하를 건네는 결혼과 생일.’
수경은 해변에서 스쳐 지나간 웨딩드레스를 입은 커플을 떠올리며 아이들을 표정을 바라보았다. 모두 밝게 웃는 얼굴이다.
수경은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행사인 장례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검은색 리본이 달린 자신의 영정사진 아래로 사람들은 슬픈 얼굴로 말이 없다.
‘달콤한 케이크 대신 죽은 돼지로 만든 수육들로 상이 차려져 있고 사람들은 방정맞게 행동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식사만 하겠지. 남겨진 가족을 위로하고 슬픈 얼굴로 떠나가겠지. 어떤 사람들은 울기도 하겠지.’
주인공이 죽어야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여드는 장례식.
자신은 없고 자신을 위해 그 자리에 온 사람들의 슬픔과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수경은 짐작할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우울감이 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뱉었다.
“Are you OK?” (당신 괜찮아?)
Ryan이 수경의 한숨에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I just recognized that we all celebrate birthday party or wedding with this sweet cake. The person who has birthday or wedding is surrounded by families and friends who are happy for.” (우리 모두는 생일이나 웨딩 같은 건 이 달콤한 케이크로 축하한다는 걸 알았어. 생일이나 웨딩의 주인공은 행복한 가족들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지.)
Ryan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경의 말을 들었다.
“But funeral is not. I couldn’t be there and everybody is sad and cries. Only my picture would be with you guys. Especially, no cake like this!” (하지만 장례식은 아니야. 나는 그곳에 있을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슬퍼하고 울지. 오직 사진만이 당신들과 함께 할 거야. 특히, 이런 케이크도 없고.)
수경이 씁쓸하게 농담을 하며 슬픈 눈으로 말했다. Ryan은 말없이 그녀의 팔을 쓰다듬어 주었다.
“I am sorry to hear that Sukyeong. It makes me sad too.” (미안해 수경. 나도 슬프네.)
그렇게 한참을 둘은 말없이 아이들이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먹먹하게 지켜보았다.
갑자기 수경이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Ryan을 휙 돌아보며 말했다.
“I want to throw the party for me. Celebrating to my death. I know it sounds weir but I want to have.” (나를 위해 파티를 열고 싶어. 내 죽음을 축하하기. 이상한 소리인 줄 알지만 나 파티를 열고 싶어.)
미정도 흥미 있다는 듯 수경을 쳐다보는 눈이 반짝였다.
“Instead of funeral, which I can’t see or hear anybody, I want to have a death party for me. Death is the part of our lives, so I don’t want to regard death as sadness. I want to see people who I love and talk with them before I die. I want to send them my message about what the death means. Could you make a plan for me, Ryan? I want to invite American family and friends on line as well.” (내가 못 보고 아무도 듣지 못하는 장례식 대신, 나를 위해 죽음의 파티를 열고 싶어. 죽음은 삶의 일부니 슬픔으로 생각하지 않을래. 내가 죽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어. 죽음이 의미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나를 위해 계획해줄래, Ryan? 나는 미국 가족과 친구들도 온라인으로 초대하고 싶어.)
Ryan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미정은 수경의 말에 동의하며 수경의 부모에게 이것을 설명했다. 미정의 설명이 끝나자 수경은 부모님을 보며 덧붙였다.
“이상하게 들리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제가 없는 장례식에 와서 슬픈 얼굴로 눈물 흘리는 것보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장례식을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죽은 후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는 자리가 장례식이란 걸 알지만 죽음도 인생의 한 부분이기에 끝까지 제가 참여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서 못다 한 얘기도 나누고 그곳에서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새어머니와 아버지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제가 죽으면 저를 화장시켜 주세요. 사실 화장터에는 Ryan과 Ryan을 도와줄 수 있는 미정 선생님이 와 주었으면 좋겠어요. 장례식은 제가 원하는 대로 제가 살아 있을 때 미리 했으면 좋겠고요.”
부모님은 구체적인 수경의 계획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에요. 우리는 죽음을 마치 끝이라 치부하고 자꾸 삶에서 떼어 내려고만 하죠. 물론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서로가 슬퍼서 피하거나 부정하며 숨기기보다는 죽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죽음도 내 삶의 마지막에 포함되어 있기에 제가 계획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 눈치 보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절차를 밟지 않을래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제 남은 삶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어요.”
모두들 수경의 말을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 동의해주셔서 감사해요. 아이들이 생일노래 부르며 케이크의 촛불을 불며 좋아하고 아까 낮에 해변에서 본 신혼부부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에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우리가 태어나고 가정을 이루는 것처럼 죽음도 중요하잖아요. 인생이 연극이라면 피날레인데 우리는 언제나 그 피날레를 가장 초라하게 마무리하는 것은 아닌가? 주인공도 없는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이 예의에 맞춰 슬퍼해야 하는 게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 그렇게 한 사람의 생애가 우울하게 사라지는 것이 슬펐어요.”
미정은 수경의 말에 강력하게 동의하며 말했다.
“멋진 생각 같아요. 언제가 좋을까요? 저도 도울게요.”
Ryan이 휴대폰에 달력을 꺼냈다. 벌써 10월의 셋째 주였다.
“Honey. I want to pick this Saturday. I think Saturday is good for party.” (여보. 난 이번 주 토요일로 정하고 싶어. 내 생각엔 토요일이 파티하기 좋은 날 같아.)
수경은 약 10월 31일 토요일을 가리키며 말했다. 1주일 뒤였다.
Ryan은 잠깐 ‘며칠 만에 갑자기 사람들을 모이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스쳤지만 얼마 남지 않은 수경의 시간을 생각하며 그녀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기로 했다. 수경은 의사가 약속했던 6개월에서 1주일 전이었기에 적당한 날짜라 생각했다.
“그럼 친구분들, 평소에 보고 싶어 했던 분들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연락드릴게요. Ryan은 미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시간을 맞추면 될 것 같아요.”
수경과 미정은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죽음 파티’ 라니 부모님은 이 상황이 적응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조금 들떠 파티를 준비하는 수경의 얼굴에 그저 할 말을 잃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Ryan은 자신의 죽음에 이렇게 의연한 아내가 그저 대단하게 여겨졌다.
수경은 자신의 죽음을 위해 파티를 계획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