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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anf Oct 27. 2022

51. 화라는 존재와 화내면 안 되는 이유

나는 다혈질인 데다 성격이 급하지만 언제나 화를 내는 이유가 있어야 화내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그런데 페어런팅 책을 읽다가 아이가 나를 화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내 안의 화를 보여줄 뿐이다라는 구절을 읽었다.

예를 들어, 책상에 염산이 든 종이컵이 있다. 남편이 지나가다 나를 실수로 밀어 그 염산 든 컵이 쏟아지게 되었기에 나는 남편에게 난리가 났다. 남편의 문제인가? 나는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남편이 잘못이라 생각해왔었다. 조심하지 않는다는 둥, 내가 거기 있는 게 보이지 않느냐는 둥이다.

그런데 그 책은 남편은 연산을 넣어 둔 사실도 몰랐고 내가 염산을 넣어 둔 그 컵이 문제라 했다. 그 종이컵에 염산이 없었으면 바로 세우면 되기 때문에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염산은 내가 넣어놓은 내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상대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자리를 지나간 것뿐,  그 종이컵에 염산이 없었더라면 그게 큰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내 마음에 약함과 콤플렉스, 무언가 부정적인 감정들의 염산을 내가 거기 부어 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못해 늘 사람들은 나를 떠난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 불안감을 컵에 넣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나와 약속을 잡아놓고 다른 약속이 생겼는데 그 약속이 꼭 중요해 나에게 양해를 구한다면? 나는 매일 볼 수 있는 친구지만 갑자기 생긴 약속은 먼 지방에서 깜짝 방문한 친구일 수 있다.

그 친구는 우연히 나를 지나치다 살짝 건들린 것이다.


그 상황이 이해되면서도 나는 당장 화가 나기 시작한다. 왜? 내 마음의 염산, 불안감이 그 컵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는 그저 내게 상황을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을 뿐인데 내 마음에는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무시한다’, 나와의 관계에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으로까지 확장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나도 그 사람을 똑같이 무시하려고 애쓰고 다음번에 바쁘다는 핑계를 대거나 초대에도 응하지 않으며 내가 먼저 그 관계에서 떠나버림을 선택한다.

내가 염산을 담아두고서 모르고 나를 건들린 남편에게 화를 내는 것처럼.


사소한 작은 사건이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감정들로 인해 상대에게 그 화가 전가된 것이다.

그러니 타인에게 화가 날 때 내 마음을 살펴보면 상대가 나를 화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어떠한 이유로 그것에 자극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것과 관련한 부정적인 감정의 염산을 컵에 담아둔 까닭이다.

즉, 내가 무언가에 화나는 건, 대부분 내 마음속에 그것과 연관된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 상대의 문제가 아니다는 말이다.

얼마 전, 영어를 잘못해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찬찬히 내 마음을 살펴보니 내 마음에 그것과 관련한 부정적인 감정이 이미 내제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에서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 못한다는 콤플렉스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남의 태도에 예민했던 것이다. 또, 상대가 내 말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기대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상대가 내 기대에 미치지 않았기에 버림받은 내 불안감이 건들렸고 나는 그것으로 화를 낸 것이다.


앞으로 화가 날 때는 상대방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찬찬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그것을 통해  내 마음에 쌓인 염산, 즉 고통과 불안감을 확인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컵에서 염산을 제거하기 시작하면 누가 지나치며 실수로 그 컵을 쓰러뜨려도 담긴 염산이 없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컵이라는 마음에 염산이라는 부정적인 생각과 어릴 적 상처, 풀지 못한 마음에 고통을 담은 채 불안해하며 긴장하거나 나를 치는 사람에게 화를 내지 말고 그 염산, 내 마음에 있는 고통을 비워내는 연습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다.

마음문제를 비워낼 수 있다면 고의로 나를 미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나는 자극받지 않고 다시 떨어진 컵을 세우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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