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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anf Apr 29. 2023

77. 들켜버린 마음. 수습했던 내 변명들

사소한 사람들 간의 관계와 문제를 통해 그동안 억눌려 포장해 왔던 마음이 모두 들키고야 말았다. 그동안 포장해 왔던 내 변명들을 보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주인이었다. 내가 옳았고 내 기분과 생각, 감정이 맞았으며 그렇게 느끼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겼다. 내 자체가 죄성뿐이건만 나는 내가 의로운 듯 다른 사람을 정죄했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줬다고 선심 쓰듯 했으며 내가 그동안 아낌없이 주었던 마음을 유치하고 욕심스럽게도 되돌려 담아 오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상대를 참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고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라고 나를 토닥였다.

이상한 상대를 참아주는 것은 나라고.


최근 나의 성급한 감정을 통해 나는 나 자신에게서도 꼭꼭 숨겨왔던 진심을 알게 되었다.

나는 상대를 미워하고 있었다.

내가 마음을 주었다가 내 마음대로, 예상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 기대에 맞춰주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내 예민한 콤플렉스가 거듭 건드려진다고 해서. …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나는 그 모든 원인에 건드려지는 이유로 개인적으로 상대를 싫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감추기 위해 좋은 사람인척 굴기 위해 이것저것 다른 것들로 포장하고 그렇지 않은 척 혀를 놀려 상대를 비난하는 말을 해왔다. 또, 때론 상대가 느끼도록 눈치도 주었고 대놓고 무시하기도 했다. 일부러 못 본 척도 했었고 은근히 무리에서 뺀 적도 있었다. 반데로, 옆에서 챙기는 척, 좋아하는 척을 하기도, 생각하는 척 거짓말도 해왔었다.


그런데 관련이 전혀 없는 문제에 싫어하던 상대를 떠올리고 이 문제를 야기시킨 장본인으로 몰고 갔다.

이성을 차리고 돌아보니 내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문제의 발달과 상관없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감싸고 아무 상관도 없던 상대를 향해 화를 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스타일이 다르고 내 예상과 기대를 따라주지 않는다고, 나를 맞춰주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를 미워해왔다.

그런데 상대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를 보며 내 곁에서 맴돈다. 집을 찾아오고 내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며 나에게 그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지려고 애쓴다.


오히려 웃는 얼굴로 멀리해 왔던 건 내가 아니었을까?

상대가 착각하리만큼 연기를 하며 신경 쓰고 챙겨주는 듯 상대의 마음을 오히려 가지고 놀건 있는 건 내가 아닌가?

내가 외려 상대를 은근히 무시하고 빼버리고 제외시키려 해 왔던 게 아닐까?

나 자신의 적나라한 얼굴을 본다.

그래서 늘 상대는 내 주위만 맴돌았을 것이다. 은근히 나에게 오랫동안 스트레스받아왔었는지도 모른다. 감정으로 나에게 무시당해 왔고 제외당해 왔기에 오랫동안 알지 못하는 원인으로 아파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교묘했고 비겁했고 나 자신도 속여오고 있었다.

맨 얼굴을 들킨 나는 사실 부끄럽기도 하고 나 자신이 싫다.


솔직하게.라는 핑계로 얼마만큼의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제멋대로의 말로 상대를 아프게 했고 넘어지게 해왔을까? 교묘하게 사람을 미워하면서 제외시키고 진심을 주지 않으며 가식을 떨고 거짓말을 해왔던가?


이런 내 거짓말을 진실로 알아주는 내 불쌍한 친구들, 아니면 알고도 내 마음의 문제를 이해해 주고 내 콤플렉스를 이해해 주기에 모른 척 나를 참아주고 오히려 위로하며 내 화를 가만히 누그러뜨려주는 친구들의 인내와 사랑.

그런 나를 참아 주던 사람들을 나는 결코 알지 못했다.

내가 참아주고 있다고, 내가 용서해주고 있다고 착각해 왔다.


우리 모두. 조금씩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입으로만 주를 외치는 간교하기 짝이 없는 나 자신을 보고 있다.

이 육신의 법이 나가 죽을 때까지 나를 차지하고 있다면 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신뢰하는 일이 과연 옳은가?

나를 믿고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가?

절대로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주님의 변치 않는, 공정하고 공평한 그 사랑에 매달리는 수 밖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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