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오르는 것이 사랑. 우아하게 사는 것은 시를 담는 것
산초입에 들어섰다.
한들거리는 초록풀, 알록달록한 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발걸음은 가벼웠고 살랑이는 바람은 심장을 간지럽혔다.
작은 오르막 길을 오르고 내리며 한참을 걸으니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먼 정상을 바라보며 그냥 내려갈까?
고민이 된다.
결단을 할 수 없어 머릿속은 시끄러운 채 그냥 걷는다.
들고 있던 짐가방이 무거워지고
등은 찝찝하게 젖어든다.
한참 힘들다는 생각만 되뇌며 걷는다.
어차피 내려올 산, 시작을 한 내가 바보지
언제 저 산 꼭대기에 올라가나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다
벌레는 왜 이리 꼬이나
나무를 붙잡으며 엉기엉기 기어오른다
그루터기 발견하고 지친 다리 쉬며 주위를 본다
초록색 황토색으로 뭉개졌던 산이 다시 선명히 분리된다
초록색도 각종 모양이 다른, 이름도 다른 식물이었고 나무였다.
그 속에 간간히 여러 가지 색의 다양한 꽃도 있다
키가 다른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황토색에는 사람의 발자국과 종류가 다른 돌들이 박혀 있다
속까지 시원한 바람 한 점 불자 땀이 식는다
얼마큼 걸어왔나 산 아래 한번 보고
정상을 한번 더 올려다본다.
딱 중간쯤이다.
내려가기는 아깝고 더 올라가기는 버겁다.
까짓것 올라왔으니 끝까지 올라가 보자!
오르막은 더 가파르고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땀은 이제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머릿속 군중들은 하나 둘 입을 닫는다.
걷고 걷고 무거워지는 다리 들어 한 걸음 또 걷고
이곳에 발그레한 미소만으로도 나를 아는 꽃들이 있었고
힘겨운 손 내밀어 잡으니 든든하게 버텨주는 나무가 있었다
속에 있는 먼지까지 날려버리는 바람이 있었고
탁 트인 파란 하늘이 구겨진 것 없이 쫙 펼쳐져 있었다.
처음으로 잡념하나 없이 산 정상 모든 것이
오롯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내려가야 할 산이지만
이곳까지 오르는데 마음과 장비를 준비해야겠지만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머릿속이 군중으로 가득 차 시끄러워지기도 하겠지만
나는 얻기 힘든 물아일체의 자유함을 위해
끊임없이 산을 오르고 또 오르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