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녀 본다.
어찌 된 일인지 한 여자가 집 앞에 양동이에 든 물을 냅다 확 부어버리고 들어간다.
그 집 밖으로 고성이 터져 나오는 걸 보니, 저 집은 오늘 싸움이 났나 보다.
얼마나 마음이 답답했으면, 물을 획 부어 버리고 다시 돌아가 저렇게 소리를 질러댈까?
뒷짐 지고 동네 강가로 걸어내려가니,
한 여자가 물끄러미 강둑에 앉아 하염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에 저렇게 빠져 있을까? 그 여자의 작은 등엔 많은 사연이 짊어져 있다.
다가가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홀로 거기에 머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돌아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따라 동네 골목길로 들어가 보니,
아이들이 발가벗고 물총을 쏘아대며 까르르 웃어대며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넘어지고 흠뻑 젖도록 물을 맞아도 좋다고 좋다고 웃어댄다.
아이들과 함께 물총 놀이를 하고 싶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족해 나도 따라 웃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해 질 녘,
오늘따라 유달리 핑크빛의 석양이 아름답다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물방울 하나둘씩 어깨로 떨어졌다. 곧 비가 쏟아지려나보다 했지만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다.
빗방울로 젖어들고 굵어지자 씻겨나가고 흠뻑 젖어드는 것에 기쁨과 안식과 평화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