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말고 이해하자.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할 때, 여러 가지 과목이 있다.
언어나 추상적인 것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문과 쪽이 될 수도 있고 분석적이고 정답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면 이과 쪽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과목들처럼, 한 인간이 사회의 인격체로 살아가기 위한 많은 과목들이 있다.
어떤 부분은 어릴 때부터 단계 단계 잘 밟아 올라와 자기 나이만큼 성숙하고 잘 이해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좀 모자라기도 하고 이해를 할 수 없기도, 또 어떤 부분은 너무 어려워 일치감치 포기한 부분도 있다.
성인이 되어 살아가는 내게 필요한 과목은 무엇인가? 한번 나열해보고 싶다.
금전관리, 건강관리, 감정관리, 시간관리, 인간관리의 다섯 분야로 나뉠 수 있다.
금전관리는 수입과 지출, 또 노동/지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계획 관리하며 나이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
건강관리는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운동하고 음식도 선별해서 먹어야 한다.
감정관리는 자기 자신의 욕구 분석을 잘하고 관리하고 타인의 감정을 잘 캐치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시간관리는 일상에서 할애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과 작고 크게 세워야 할 계획으로 헛된 시간은 줄이고 생산적인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간관리는 자신의 욕구와 다른 사람의 욕구를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협의하고 중간지점에서 조율할 수 있는 올바른 소통방법을 알아야 한다. 함께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기에 의무감과 책임감, 서로 협력하는데 필요한 매너, 규칙, 법을 배우고 따라야 한다.
이 다섯 분야를 내 나이에 맞게 골고루 배우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관리하며 사는 것이 웰빙이다.
하지만 각 사람마다 이것을 완벽하게 골고루 배우고 관리하며 잘 사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사람은 금전관리는 높은 수준으로 잘하지만 인간관계에서 낮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시간관리를 잘하지만 건강관리나 감정관리는 잘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이 다섯 분야를 균형적으로 골고루 잘 배워야 하지만 우리의 호불호가 다르고 강점약점이 다르듯 높고 낮은 부분이 다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 나이에, 이 시점에서 상대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어떤 이는 원인 불명의 난독증처럼 지능, 시각, 청각이 모두 정상인데도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증상을 느낀다.
나는 최근에 남편과 계속 같은 문제를 겪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분야는 인간관계다. 감정관리와도 연결될 수 있다.
먼저 남편은 자기 욕구를 숨기고 다른 사람 욕구를 지레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내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다른 사람 욕구를 질문한다.
이제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문제다.
우리 둘 다 참 못하는 부분이다. 남편은 무엇인가 원하지만 하자고 권유하는 대신 내 눈치를 살피고 나는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에 나는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질문한다. "당신 그것하고 싶어 지금?" 남편은 자신의 욕구를 숨기고 내 욕구를 지레짐작하기에 내가 그렇게 물어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지금 안 해도 된다. 괜찮다."하고 말해버린다.
여기서부터 소통이 애매해진다.
남편은 자기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불만이 있고 나는 내 욕구는 채워졌고 남편에게 질문도 해봤기에 지금 하지 않고 다음에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불편한 감정이 없다.
남편은 자기 욕구에 불만을 갖고 "너는 항상 바쁘지." 하면서 좋지 않은 의사소통, 다른 사람에게 지적하고 불만하는 말을 한다.
더군다나 아내인 나도 의사소통 문제가 있다.
"지금 안 해도 된다고 해놓고는 왜 항상 바쁘다고 말해? 왜 사람을 불편하게 해? 조금만 기다린 순 없어? 뭐가 그리 급해서 당신이 원할 때 당장 해야 하는데? 내가 일하고 있는 중이었잖아. 한가할 때는 잘 묻지도 않더니."
하고 결국 싸우게 된다.
이렇게 큰 분야에서 요구하는 각각의 이해와 경험, 반복해서 학습하고 습관이 된 후, 적용해 보니 문제점도 확실히 보였고 사람마다 개인차이가 있을 수 있겠구나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이해해야 하고 학습하고 연습해야 하는 부분과 높여야 할 부분이 명확해지고 남편에게도 도움을 줘야 할 부분이 이 부분이며 내가 이해를 해주면서 천천히 가르쳐 줘야 할 부분이 이 부분이구나 명확해졌다.
앞으로 이렇게 한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과목으로 생각하고 나도 꾸준히 골고루 잘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자식도 어릴 때부터 이 부분을 골고루 가르치고 다른 사람도 약한 부분, 안 되는 부분을 이해하고 잘 되는 부분을 존중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는 이렇듯 서로를 이해하고 따듯하게 사랑하며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