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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솔직함의 반대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by Momanf

나는 여태껏 솔직하다의 반대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속이지 말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좀 있었다.

그래서 내 마음에 조금 불편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쉽게 넘기지 않고 굳이 그것을 '솔직하게 얘기할게' 하면서 숨기지 않고 말해왔다.

나에게는 솔직하지 않은 것이 일종의 거짓말이나 마음을 속이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이혼 숙려 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지나친 솔직함'은 '폭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내 마음 편하자고 상대에게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했던 나의 솔직함이 때론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말하는 순간 편안할지는 모르지만 상대방의 상황과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 솔직함의 대부분이 상대에 관해서는 넘겨짚기였음에도 내가 늘 옳다고 생각한 것이기에,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당당히 여겨왔다.


솔직함의 반대말이 거짓말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바꿔 생각하니 자괴감이 들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하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상대의 상황과 마음을 고려해 이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 나는 이런 불편함이 들지만 내 입장을 넘어서 상대의 상황에서 생각해 보고 고려한다면 내 불편한 마음을 굳이 설명하거나 내뱉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늘 참길 잘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나중에야 그 사람의 입장을 듣고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부딪히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마음은 깊어진다. 관계가 깊어지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가 배려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또, 서로에게 못난 부분도 이해받고 있구나 싶어 더 감사히 여기게 되고 상대가 나에 관해 인내심이 있고 진정으로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 주는 것에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솔직해야 할 부분은 법과 질서, 사회 시스템이다. 자신의 프로페셔널한 직업에서 일 뿐이다.

관계에서는 솔직함보다는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사랑이다.


앞으로는 인간 관계에서, 솔직하게 내 마음을 밝히기보다는 일단 묻어두며 지켜봐 주고 시간과 기회를 주며 배려하고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상대방을 진실하게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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