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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인생은 여행이 아니라 순례다1

by Momanf

우리는 보통 우리의 인생을 여행으로 잘 묘사한다.

그렇다면 여행의 정확한 의미는 뭘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행에는 그 자체의 여행과 순례가 속한다.


먼저 여행이란 travel, 사람에게 삶을 살아갈 용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한다. 삶과 비슷한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용기를 얻고 기존의 삶과는 다른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통해 삶을 살아갈 활력을 얻게 된다.

순례란 pilgrimage, 종교적 의무 또는 신앙 고취의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다.


여행과 순례가 어딘가 간다는 것은 같지만 여행과 순례는 큰 차이점이 있다.

여행은 어떤 목적이 분명히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휴식이고 탐구다. 그곳에서 장소와 사람과 그곳에서 만나는 상황과 그 어떤 것에 의미를 찾고 생각을 하거나 깨닫게 된다.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은 특히나 당황스럽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며 겁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이런 여행 경험은 삶을 살아갈 활력이 된다.

반면, 순례는 어떤가? 뚜렷한 목적이 있다.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생각하고 증명하고 발자취를 따라가는 종교적 의무 또는 신앙 고취의 목적이 뚜렷하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을 인생의 여행, 또는 여정이랑 불리는데 위에서 여행과 순례를 구별한 것처럼

인생여행과 인생순례의 자세는 어떻게 다를까?

먼저, 인생을 여행으로 본다면,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살게 될 것이다. 좋은 일이 생기면 행운으로 여기고 나쁜 일이 생기면 불행으로 여기면서 어떤 상황과 사건에만 해석을 하고 살아가게 된다. 가끔 행운으로 여기며 좋아했던 일이 실망으로 변해 받아들이기를 어려워하거나 나쁜 일이라 생각했는데 좋은 일로 변해 놀라기도 하며 다행이라 여기며 사건 중심으로 해석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모든 사건에 해석을 하게 되고 해석이 판단으로 정의되면 결과가 달라질 때, 헷갈릴 수밖에 없다. 무엇이 정답인지를 모를 삶은 혼란하고 막연한 곳이 될 것이다. 여행이 힘들면 집에 돌아가고 싶듯이 인생이 그런 식으로 계속되면 그저 힘들다는 생각으로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죽지 못해 살아가며 겨우 버티는 사람들,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여행을 우리 손으로 멈추지 못한다면 자신이 자기 여행의 주인이 되어 인생을 즐기려는 마음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인생이 자기 뜻대로 잘 되지 않기에 자기가 가진 돈과 인맥과 모든 것으로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여행하려고 애를 쓰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돈에 집착하게 되고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더 이상 여행이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되지 못한다. 누군가에게는 자기 뜻대로는 가고 있지만 고통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의 특징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수단인 돈이 목적으로 변해 그것을 쫓아간다. 돈이 목적이 되면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고 자기 자신도 원래의 방향을 잃고 돈을 따라 자기를 희생시킨다. 이렇게 사는 것은 모두 행복한 여행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며 리조트 큰 건물 안에 갇혀 있으면서 성공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성공한 여행 기준은 그저 리조트가 된 것이다.


순례는 목적이 분명하다. 인생순례란 하나님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고 그 목적지엔 하나님이 계신다. 하나님은 나와 이 세상의 창조주이시고 나에게 천국과 영생을 약속하신 분, 그 복음을 듣고 경험하고 점점 믿음을 깊이 하는 과정이다. 인생순례는 내 인생 모든 사건과 상황이 하나님이 나의 온전한 하나님이 되신다는 목적으로 이끈다.

이 말은, 내가 옳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던, 내가 주인 되어 살았던 곳을 출발해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고 동시에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분이 내가 고집하던 내 마음밭을 점차 그에게 드리는 동안, 그는 내 마음밭의 주인이 강력히 되어가시는 과정이다.

내 인생은 내가 일상을 사는 것이다. 일상에는 다양한 사람과 상황이 있고 나는 매일 그곳에서 내가 누군지, 하나님은 누군지를 경험하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순례다.

내 목적지가 하나님이 나의 온전한 주인이 되는 것이기에 하루에 일어나는 일상을 해석하려고 애쓰는 일에 몰두하지 않는다. 주님이 이 모든 것의 주인이시고, 내게 경험하게 하시는 모든 일들이 다 나의 온전한 주님 되시기 위한 목적으로 향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니 불행이나 행운이라 라벨을 붙이지 않고 주님이 이 모든 것을 통해 나를 목적지로 이끄신다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퍼즐과도 같다.

퍼즐 하나하나를 보고 어디에 의미를 이해하거나 해석하려 애쓰는 것은 부질없다. 목적 없이 사는 인생여행과도 같다.

목적이 있는 순례여행은 퍼즐에서 전체 그림, 청사진을 아는 것과 같다.

청사진 없이 퍼즐 한 조각을 붙들고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끙끙 앓는 사람과 청사진, 즉 전체 그림을 아는 사람은 인생을 사는 자세부터가 다르다.

전자는 막연하고 시간 낭비와 에너지 낭비를 하다가 결구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청사진을 아는 사람은 그 완성된 그림을 반복해 보며 한 조각의 퍼즐을 인내심 있게 다 제자리에 맞춰보거나 맞추지 못할 때는 그것은 그대로 두고 비교적 쉬운 퍼즐을 맞추는 등, 묵묵히 포기하지 않고 퍼즐을 맞출 수 있다. 이미 완성된 그림을 알기에 막연해 보이는 퍼즐 조각일지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 완성된다는 여유가 있다. 비록 한 조각을 쉽게 맞추지는 못해도 반복해 그 청사진, 큰 그림, 나의 하나님이 된다는 그 목적, 그 언약을 반복해서 확인한다.

우리에게는 성경책이 청사진, 하나님의 목적, 큰 그림, 그 언약이다.

하나님의 언약인 성경책을 통해 우리는 주님을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동행한다. 함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인생을 걷는다. 그리고 그 퍼즐을 모두 맞추려고 나를 이끄시는 분이 주님이심을 온전히 믿게 된다.

그래서 인생 순례를 하는 사람에겐 이 언약, 이 목적, 하나님이 산 소망이 되는 것이다.

나의 하나님이 되시겠다는 언약, 큰 그림이 완성될 것을 알기에 우리는 막연한 퍼즐조각이 힘들더라도 견딘다. 막연한 인생, 어려운 인생을 견딘다.


나는 앞으로 인생여행이라 부르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인생순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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