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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어디에 기준을 두고 사는가?

섹스에 관해

by Momanf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다 보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이 야한 옷을 입고 야한 화장을 하고 해변을 서성거리며 외국인 남자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그들은 그날 밤, 그들의 몸을 팔고 돈을 번다.

그런데 마음 아프게도 이들 대부분은 이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단다. 한 여성에게 10명 정도의 가족의 생계가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우리나라에서도 IMF때 가정주부들이 먹고살기 위해 성매매를 많이 했다고 한다.

낙후된 지역과 국가의 생계수단이 성매매라는 안타까운 기사나 상식이 공공연하게 전해진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여행을 다니가 보면, 똑같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동남아시아보다 더 야한 옷을 입고 남자친구랑 팔짱을 끼고 다니며 퍼블릭한 공간에서도 키스를 하고 몸을 만지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혼전순결이란 구세대적이고 지킬 수 없는 고리타분하고 촌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젊은 세대들에게 만연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나 그런 것을 지키고 살 수 있지, 세상은 변했고 오픈되었다. 시집도 놀던 여자가 더 잘 간다고 말한다.

남녀 간의 사랑의 행위, 한 인간이 가지는 자기 신체에 대한 자유, 그리고 경험에 가치를 두는 세상의 풍조.

뭔가 그럴싸한 이유로 십 대나 결혼 전 젊은 남녀 간의 섹스는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성매매에 대해서는 창녀라 욕을 하며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왜 젊은 아이들이 하는 섹스는 연애라고 부르며 관대한가?


두 사람 중, 피치 못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동남아시아 여자 아이들에게는 그것은 육체와 치욕을 파는 중대한 노동이다. 우리의 시선은 그들을 창녀라 쉽게 정죄하고 함부로 바라보기보다는 그런 상황을 만든 사회와 국가, 또 인류애를 통해 온세계가 그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 해결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여자 아이들을 돕기 위해 부모와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생계를 어떻게 극한 상황에서 유지하며 살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시스템을 갖추어 도와주어야 한다. 같은 인간으로서 그들에게 긍휼 한 마음, 뭔가 해결해 줄 수 없는 게 안타깝고 어쩐지 미안해하며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바라봐야 하고 혹시 나의 시선에 상처받지 않을까?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는 책임질 수 없는 나이에 남녀 간의 사랑의 행위 중의 하나로, 자신의 신체에 자유를 내세우고 세상에서 스펙을 쌓듯 경험을 쌓는 것으로 섹스를 정의한다.

그것에 우리는 너무 관대하며 오히려 어린 나이부터 콘돔 사용법을 가르친다. 건강한 섹스 생활을 하라고 오픈하는 것이 쿨한 어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나는 혼전순결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결혼 전에 하는 섹스가 죄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섹스가 육체의 욕망만 탐닉하는 것이 된다면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명확하다.

섹스를 하는 행위는 그저 스포츠나 게임을 하는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관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새 생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고 서로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생명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그 생명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까지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두 경우가 다른 청소년을 생각해 보자. 이제 우리의 기준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사랑하지 않는데 섹스를 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받는 것이 비난의 대상인가, 아니면 가벼운 마음으로 깊은 관계나 책임감 없이 단지 가볍게 손을 잡는 행위처럼 섹스를 하는 것이 비난의 대상인가?

나는 두 가지 기준으로 섹스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먼저 사랑하는 관계에서 섹스할 때, 두 사람은 서로 존중해야 한다. 사랑하는 남녀 간의 관계라면 서로를 존중하고 분명히 시간을 갖고 대화하고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아직 결혼이거나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분명히 생명이 생기지 않을 수 있는 대비를 하고 섹스를 하거나 혹시 대비하더라도 계획과는 다르게 새 생명이 생긴다면 책임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둘째는, 사랑하지 않는 관계에서 섹스할 때, 섹스는 착취와 육체적인 탐닉을 넘어서 인간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섹스를 돈을 주고 사는 경우라도 상대를 상품으로 대하거나 비인간적으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생계를 위해, 혹은 범죄에 이용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상대를 최대한 존중하고 긍휼히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섹스는 물건처럼 착취할 수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착취는 범죄다라는 인식도 정확히 해야 한다.


착취만큼 나쁜 것이 상대방의 관계의 존중이나 책임감을 무시하고 새 생명에 대한 책임감도 없이 육체적인 탐닉을 위해 섹스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섹스로 성을 착취하거나 육체적 탐닉을 위해 책임감 없이 하는 섹스 모두 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태도다. 섹스의 문제들은 늘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된다.


결국 섹스의 비난이 되는 것은 행위가 아니라 착취인지 탐닉인지의 기준이다.
둘다 상대방을 무시하고 자기의 욕망만 충족하는 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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