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계엄령이 터진 이후, 그동안 한국 정치를 외면해 왔는데 밤을 지새우며 따라잡기를 했다.
헌법까지 읽고 1주일 잠깐 국회의사당 앞으로 탄핵찬성의 집회를 목적으로 한국까지 16시간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서울의 봄을 봤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를 보고 뉴라이트에 대해서도, 민주주의 항쟁이나 계엄이 있었던 역사까지 모두 다 읽으며 그렇게 두 달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며 일어나곤 했는데 유튜브 기사를 들으며 일어나게 되었고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청문회나 뉴스기사를 다 보고 자고 중간중간 차 이동할 할 때나 요리를 할 때나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도 계속 휴대폰으로 기사와 관련한 자료를 읽고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작은 일에도 짜증이 일어났고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되었으며 다시 옛날 모습처럼 욕이 입에서 떠나지 않았고 자꾸자꾸 화가 났다. 말도 안 되는 정치인들의 뻔뻔한 거짓말이나 멀쩡한 사람들이 유치하게 구는 모습에 어처구니없었고 끝까지 밝혀내고 그것들을 욕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루종일 짜증 나고 화가 나고 우리 애들이 살아갈 미래가 암담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그렇게 흐르자 나는 점차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멍 때리고 싶은 마음에 드라마까지 보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덧 하루종일 휴대폰을 붙들고 기사를 보거나 드라마에 중독되어 있었다.
급기야 밤에 잠은 오지 않아 몇 번이나 깨고 뭔가 찌뿌둥하고 무기력해지기 시작했으며 뉴스기사에 매달려 자꾸 다음으로 미루며 나태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을 매일 보고 있잖아? 그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욕을 하고 짜증 내고 화냈다. 근데 웃긴 건 그것을 고스란히 나 자신이 듣고 나 자신이 그 짜증과 화를 받고 있었다.
하물며 소중한 내 가족에게 주던 시간도 없어졌고 성경 공부에 매진하고 글을 쓰던 시간도 사라졌다.
내 모든 시간과 내 에너지와 마음과 생각이 온통 대통령 탄핵문제에 사로잡혀 싫어하는 정치인들의 얼굴을 매일 가장 오래 보고 있었다.
어떤 것을 너무 사랑해 모든 시간과 에너지 마음과 생각이 온통 한 곳에 매달린 사람과 나는 똑같은 사람이었다.
결국 우상이란, 내가 사랑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도 내 우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이 아닌 곳에 내 시간과 에너지, 마음과 열정과 생각을 모두 쏟는 곳이 우상숭배였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배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얼마나 정신없이 사로잡혀 있었던지를 깨닫고 친구들에게 고백을 하니 그제야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영적으로 충만하던 내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들도 내게 고백했다.
나는 평화로웠었다.
성령으로 충만하던 나는 잔잔한 바다에 요트를 타는 기분으로 바람을 즐기고 잔잔한 바다를 즐겼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고 내 기분도 잔잔했다.
그런데 뉴스에 빠져있던 두 달 동안, 내 잔잔히 즐기던 요트는 산산조각이 되어 부서졌다.
내 영혼이 산산조각 되어 부서진 것을 똑똑히 봤다.
내가 예민한 사람이었기에 성령으로 충만해 평화로웠던 내 마음 상태를 똑똑히 기억한다.
사람들도 내가 편안해 보인다고 말했던 때다.
그런데 그 마음의 평화를 잃고 다시 예민해졌고 잡념으로 사로잡혔고 내 마음은 폭풍우가 치는 듯 혼돈과 두려움, 공포와 분노등으로 휩싸였다.
내 평화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몸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우리가 먹는 말과 생각, 즉 우리가 듣고 보는 것들이 우리의 영혼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온 영혼과 육체가 깨지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영혼이 깨지니 나태와 무기력으로 육체가 깨졌다.
그나마 내가 구출되어 돌아올 수 있었던 전적인 이유는 하기 싫어도 습관이 되어해야만 했던 성경묵상과 기도였다. 하지만 마음이 빼앗기니 주님의 말씀을 읽고 기도를 해도 주님이 느껴지지 않아 형식적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주님 앞에 앉아 있는 습관으로 돌아오고 회개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생각한다.
정신이 들고 보니 눈물이 났다.
나는 주님 안에서 진정한 평강을 누렸던 사람이었고 그 평강이 박살 난 경험을 하게 된 사람이 되었다. 모든 것을 경험하고 보니, 하나님을 떠나 사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이라는 것을, 가장 불쌍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님을 잃은 내 영혼은 사탄의 조롱과 멸시를 당하며 단계별로 나를 파괴했다. 나를 목각인형처럼 함부로 대하고 조정했다. 거짓말로 눈을 가리고 나를 여기저기 목적 없이 떠돌며 가지고 놀았다.
그대로 갔으면 나는 영혼이 파괴되다 사망으로 이르렀을 것이다.
그것을 경험해 보니 정말 끔찍했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사람을 만나면서도 온통 머릿속엔 뉴스가 가득 찼다. 입 밖으로 나오는 대부분이 주님 말씀보다 정치이야기로 바뀌어갔다.
내 언어는 생명의 언어에서 죽음의 언어로 바뀌어 갔다. 사람을 함부로 보고 무시하게 되어갔다.
아. 이대로 계속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옛날에 주를 몰랐던 그 힘든 때로 돌아가 또다시 예민하게 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주님을 알고 좋은 것을 많이 경험했기에 다시 그때로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보고 듣는 것도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우상숭배란 내가 사랑하는 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도 될 수 있다는 것.
하나님 외에 내 시간과 마음과 생각을 다하는 모든 것이 우상숭배였다는 것을 잘 배운 시간이었다.
다시는 주님의 따듯한 집을 떠나지 않기로, 가출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