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7. 진짜 강한 것은 흔하고 천하고 만만하다

by Momanf

우스운 이야기지만 우리 강아지는 정말 스위트하다.

절대 짓지 않고 아이들이 아무리 귀찮게 해도 으르렁거리지 않는 진짜 순둥이 중의 순둥이다.

어디 내놓으면 찍소리도 못하고 치일 것만 같은 강아지다.

우리 강아지 걸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걸리가 순하고 너무 다정해 무척 좋아한다.

병원 수의사님도 미용실 트리머도.

하지만 걸리가 약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건이 있었다.

남편과 걸리를 데리고 예전에 애견카페에 갔었는데 걸리보다 덩치가 더 큰 비숑 프리제 한 녀석이 남편에게 사납게 짖으며 물 기세를 하자 멀리서 친구들과 놀던 걸리가 빛의 속도로 달려와 그 녀석을 온몸으로 쳤다. 그러자 그 덩치 큰 놈이 깨갱거리며 도망갔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고 걸리가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데 보여준 그 카리스마로 우리는 크게 감동받았고 우리 강아지가 나서야 할 때는 나설 줄 아는 강아지임을 알았다.

이렇듯 진정한 강함은 평소에는 만만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은 물, 공기.

이것들이 없으면 사람들은 금방 죽는다. 하지만 이 생명과 연결되는 강한 물질들이 너무 흔하기에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것보다 더 강력한 생명은 무엇일까? 이것을 만드신 분은 과연 누구신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신 분이기에 우리에게 흔해지기로 하셔서 모든 시간과 모든 장소와 모든 상황에 계신다.

사람들에게는 어떤 상황이든 하나님이 계셔야 하기에 가장 흔해져서 존재조차도 의식하지 못하게 하셨다.

숨을 쉬는 것,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먹을 수 있는 축복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시간, 따듯한 물로 샤워하고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 즐거운 관계, 여행하는 시간, 일할 직장, 함께 하는 동료. 가만히 돌아보면 정말 그 모든 곳에 하나님의 보호와 공급이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절망하고 울부짖고 슬프고 낙담할 때, 종교가 없는 사람도 하나님을 찾는 것은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하나님이 이것을 도와주실 수 있다는 것을.

실패하거나 상처를 받거나 계획과 마음이 무너질 때도, 무엇을 갖지 못하거나 절박한 상황에서 하늘을 원망한다. 그것은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과 공기처럼 우리에게 너무 흔하고 너무 가깝게 나를 은혜 속에 흘러넘치게 해 주시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귀중한 것들을 너무 당연한 듯이 알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후하게 주시는 귀중한 것들을 너무 당연한 줄 알고 감사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없는 것을 동경하고 필요 없는 것을 절박하게 바란다. 자기의 욕심을 채워달라고 주님께 기도하고서는 들어주지 않으면 원망한다.


'나에겐 하나님이 있다' 신재웅 님의 글에서 이런 흔한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 천해지기로 하셨다고 전한다.

이 땅에 오시고 십자가에서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으시고 너에겐 내가 있다는 걸 죽음으로 외치고 계신다. 흔해지시고 천해져셔 우리와 함께하고 계시는 하나님은 오늘날 우리에게 뭐라고 하실까?

주의 손으로 우리를 잡아주시고 당겨주시고 우리가 쓰러졌을 때 일으켜주신다.

우리가 어디로 갈지 모를 때 주의 손이 인도하시고 주의 손이 내 믿음을 붙잡고 계신다.

내가 등 돌린 것 같아도 주의 손이 여전히 나를 안고 계신다.


나의 강함은 나의 약함에서 오고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의식하지 못할 만큼 가볍고 낮고 흔하고 천한 것임을 배운다.

이것은 세상이 가르치는 방식과는 완전히 정반대다.


모자라고 약하고 부족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말하고 또 묵묵히 참여하고 말없이 그 자리에서 일하고 다른 사람을 챙기고 다른 사람에게 다정하고 만만하며 편안한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배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