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렸다.
새벽에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난관에 부딪힌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서는 또 대수롭지 않은 느낌도 들었다. 그저 비 일뿐인데...
그래서 무작정 강아지를 데리고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짧은 코스로 줄이지도 않고 매일 돌던 코스를 도는데 비 맞고 걷는 동안 내 마음에는 환희가 차올랐다.
'비'가 무엇인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만든 '방해물'이 아니었다.
내가 걷기로 선택하는 한. 그저 강아지와 내가 다 젖었고 조금 추웠지만, 그런 불편을 빼놓고는,
우리 둘 다 평소에 하던 그대로 산책을 잘하고 들어왔다.
비처럼 내 인생에서 방해물로 여기고 나를 막거나 그만하게 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못하게 만드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
그저 불편하고 어려울 뿐, 내가 하겠다면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나는 오늘 아침 비가 와서 잠깐 산책을 가지 말까 망설였던 순간처럼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순간을 망설이고 선택하지 않고 스스로 포기해 버렸나 생각해 봤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고 공상으로만 끝내버린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저 해버리고 말았다면, 오늘 아침의 축축한 기분처럼 가끔 어려운 상황 속에서는 만족스럽지는 않았겠지만 강아지와 우리 둘 만 아침을 즐기는 소중한 시간을 지켜내 보람을 느꼈던 것처럼 많은 꿈들을 지켜낸 보람이 더 컸을 것이다.
또 나는,
걷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차 안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추측하며 눈치를 보기도 했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저렇게까지 꼭 산책을 시킬 필요가 있을까?'
'다 젖어서 저렇게 떨면서 우산이라도 쓰고 나오지.'
남들이 내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이상한 여자로 이해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동시에 내가 고상하게도 보였다.
흔히 사람들이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개의치 않고 남들이 볼 때, 초라할지언정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선택하고 그 시간을 오로지 지켜내는 내가 고상하게 여겨졌다. 또 내 삶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삶이 가진 의미에 더 무게를 두고 매 순간을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내가 고상하게 느껴졌다.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내가 자유를 갖고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행위자체가 고매한 사람같이 느껴졌다.
오히려 비가 와서 아무도 없는 거리를 홀로 걸으니 내가 다 세 낸 것처럼 좋았다.
내가 하고 싶고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어떤 방해도 두려워하지 말고 그저 조금 불편하고 시간이 걸려도 하자고 다짐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나 분위기 때문에 'YES'라고 하지 않고 나를 위해 'NO'라고 할 수 있어야겠다.
그것이 내가 고상하고 고매하게, 정말로 내 인생을 충분히 만끽하며 내 인생을 충분히 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