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 달에 2~3번 꽃을 사지만 조금 기피하는 꽃이 있다.
장미다.
내가 장미를 싫어하나? 그것은 아니다.
장미는 아름답고 향기까지 좋아 선물로 받아도 기쁜 꽃이지만 금방 시들고 시든 모습이 정말 볼품이 없다.
나는 국화 종류는 크게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종류의 꽃들은 금방 시들지 않고 꽤 오랫동안 색과 모양을 지속한다.
그래서 가능한 꽃을 섞을 때, 의도적으로 장미를 빼고 국화 종류를 넣는다.
한동안 홀로 외로운 마음이 들어 밤이고 낮이고 SNS에 빠져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열심히 댓글을 남기거나 내 일상을 올리기에 빠져 들었다.
외롭다고 생각할수록 미국에서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만났지만 언어와 문화 차이로 건성으로 만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스타에 댓글을 남기거나 카톡으로 미국 현지 시간과 낮과 밤이 다른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SNS상의 관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책을 읽거나 운동도 하지 않고 드라마나 온라인에 모든 시간이 뺏기자 외로운 마음이 채워지기는 커녕 오히려 갈증만 생기기 시작했다.
문득 SNS상의 사진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들은 장미들인가?
누구에게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장미.
사실 사진을 찍어 추억으로 남기는 우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요즘에야 물론 휴대폰이 있어 언제든지 기사거리가 될만한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이나 평범해 보이는 사물들을 찍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옛날에는 소풍, 생일, 명절, 입학, 졸업 등 일생에 기쁘거나 중요하거나 행복한 순간을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셔터를 눌러 필름을 현상하는 수고를 들여 남겼다.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여전히 행복한 순간을 기록으로 찍어두는 비율이 슬프거나 화난 불행한 순간을 남겨두는 것보다는 많을 것이다.
사진으로 남기기는커녕 외로움, 불안, 분노, 슬픔 등의 불행은 오히려 가능한 한 빨리 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화려하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여기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감추고도 싶을 것이다.
장미가 한철이듯 행복한 순간도 찰나다.
그 순간이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금방 시들고 시들 때면 가장 추하다.
그것은 정작 장미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장미를 즐기는 이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SNS에 집착할수록 더 외로워져만 가는 내 마음의 갈증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자신의 인생을 각자 편집하며 살고 있구나. 그리고 우리는 그런 편집된 인생을 상대의 인생이라 바라보며 살고 있구나.
인생에서 느끼는 무수한 부정적인 감정은 잘라내고 즐거운 감정은 더 극대화하고 행복한 순간만을 사진으로 남긴다. 멋있는 제품을 소유한 것을 자랑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장소에 있는 내 모습만 기억하고 싶어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랑받고 있는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길 바라며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그렇게 그 순간을 남겨두기 위한 것이다.
장미처럼 아름답게 찍힌 내 모습을 올리고 장미처럼 부러운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결코 길지 않았다.
인생에는 그 보다 더 많은 사건들과 감정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보다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과 감추고 싶은 순간들이 더 많았다. 외롭기도 하고 혼자 우울하기도 했으며 지치기도 했다. 가끔 화도 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투기도 했으며 욕을 퍼부어 대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늘어져 TV만 보기도 했고 게걸스럽게 아무거나 마구 먹는 날도 많았다. 세수나 양치질도 하지 않고 늘어진 체육복을 입고 뒹굴거리기도 했으며 집안꼴은 엉망이기도 했다.
그동안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내 인생을 그렇게 장미처럼 편집하는데 급급하진 않았나 돌아본다. 매 순간들을 그렇게 장미로 만들어 꽃이 질 때면 더 큰 상실을 맛보며 산건 아닌가 깨닫는다.
화려한 순간에 취해 꽃이 지는 상실감을 겪으며 롤러코스터처럼 사는 것을 그만두어야겠다. 평범하고 특징 없어도 여러 사건들과 감정들을 편집하지 않고 살아야겠다.
그저 일상에 일어나는 그 모든 것들과 어울려 은은하게 오래 즐기며 살아야겠다.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미친 듯이 SNS에만 집착했던 갈증에서 벗어나니 나를 돌아보며 산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한 달 만에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글은 사진보다는 더 많은 순간들이 담기고 더 긴 시간을 담을 수 있다. 더 많은 사건들과 인물들을 담을 수 있으며 더 많은 다양한 생각을 담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