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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정 Apr 29. 2021

#08 휴가의 맛(feat.명연주 명음반)

베토벤 교향곡 2번 피아노 트리오 ver.

목요일 오후 세시. 흰 면 파자마를 입고 침대에 누워 베이지 린넨 이불로 몸을 감싼 채 머리맡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명연주 명음반을 듣는다. 마침 파우스트, 케라스, 멜니코프의 신보가 소개된다. 하이든/모차르트 느낌이 나는 발랄하고 경쾌한 베토벤 교향곡을 피아노 트리오로 편곡했다는 처음 듣는 노래가 귀와 뇌에 새로우면서 익숙한 자극을 준다. 정삼각형 같은 연주다. 이 정삼각형은 바닥에 변을 두고 있을까 꼭짓점을 두고 있을까, 눈을 감고 삼각형을 굴려본다. 어디가 바닥에 닿았든 정확한 균형을 이룬다. 가벼운 포르테 피아노와 정확한 바이올린을 낮고 폭넓은 첼로로 감싸는군. 그렇다면 묵직한 꼭짓점이 마주한 변을 바닥과 평행하도록 받치고 있는 쪽이 좋겠다. 세 사람이 아름다운 협업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확인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아, 달콤한 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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