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이브와 아담

출근길에

by 만정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는 뱀파이어 부부 아담과 이브가 등장한다. 이름처럼 태곳적부터 인간세계를 살아 온 듯한 이들은 흑사병이며 마녀사냥의 시대를 겪었고 셰익스피어며 슈베르트며 온갖 예술가들과 교류했음이 서서히 드러난다.


두 사람이 불멸의 생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상반되는데, 이브는 온갖 책을 읽고 다시 읽으며 춤을 추고 생을 즐기는 반면, 아담은 지긋지긋한 좀비 같은 인간들 꼴이 보기 싫다며 자살 충동을 느낀다.


컨디션이 좋은 나는 이브와 같다. 나는 혼자서 이브일 수 있다. 그러나 주변의 인간이 좀비처럼 느껴질 때 내 안의 아담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불멸의 생을 사는 것도, 뱀파이어도 아닌데 웃기는 일이다.


오늘 아침 내 안에 있는 아담의 힘이 세다. 이브가 입도 뻥긋 못하네. 출근길이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최소주의 IT업자의 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