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정 Jun 14. 2022

회사원이라는 모험 : 회사와 퇴사에 관한 50개의 단어

단어 2: 와이셔츠

2011년 봄인가.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고 배정 받은 팀으로 복귀했을 때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맞춤 셔츠. 이태원 해밀턴에서 나와 내 동기 여덟명은 원단을 고르고 몸 사이즈를 쟀다.


회사 차원에서 모든 신입사원에 주는 선물도 아니고 심지어 우리 팀장님이 우리 팀비로 준비한 선물도 아니었다. 같은 스킬셋으로 일하는 1, 2팀에 신입사원이 각각  명씩 들어왔는데, 2팀장님이 본인 팀원도 아닌 우리  신입사원 네명까지 챙긴 것이다.


IT회사의 솔루션 ‘컨설턴트’로 입사한데다, 당시에는 회사 복장 규정도 정장이었기 때문에 셔츠를 선물로 정했으리라. 셔츠와 함께 이런 메시지도 전달받았다. 앞으로의 회사생활을 축복한다고. 회사생활 하면서 힘든 일이 있는 날, 이 옷을 입으라고.


개인적으로 전혀 친분이 없는 사이로 그 팀장님과 나의 관계는 끝났다. 그래서일까? 이 선물과 거기 담긴 의미를 생각하면 마음도 눈가도 더 뜨거워지는 것 같다. 오직 선의로 가득한,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기엔 어쩌면 너무나 인간적인 선물같아서다.


아직도 내 옷장엔 이 셔츠가 걸려있다. 한번도 입은 적이 없지만 가끔 바라보며 그 팀장님과 그의 선의와 댓가 없는 축복을 떠올린다. 감동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어쩌면 그 옷을 처음 입을 날이 내일일지도 모르겠다. 수미상관은 뻔하지만 아름다운 구조니까.

작가의 이전글 회사원이라는 모험 : 회사와 퇴사에 관한 50개의 단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