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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정 Jun 07. 2022

회사원이라는 모험 : 회사와 퇴사에 관한 50개의 단어

오직 감자(의 재미)를 위하여

태어나면 죽듯 입사를 하면 퇴사하는 것이 회사원의 숙명이다. 다만 언제 어떻게 퇴사하느냐가 다를 뿐.


여기, 입사로 시작해 퇴사로 11 여의 모험이 있다.  모험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모험이라는 표현에 어울리긴 한가? 말할 만한 모험이긴 했던가?


한 시기가 지나갔고 그저 지나가도록 둘 수도 있겠지만 10년이라니. 어떤 정리와 교훈 없이 덮어버리기에는 길지 않은 생에 짧지 않은 기간이다. 설명이 필요하다. 내 뇌는 설명을 요구한다. 설명이 아니라면 해명이라도. 다른 인간에게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단 한 인간, 나 스스로를 위해 쓴다. 애초에 쓰는 인간이었던 나로 돌아가기 위해. 쓰는 인간이었던 나의 흔적을 찾기 위해. 쓰는 인간이었던 내게 관찰하고 정리할 기회를 주기 위해.


단어 1: 노력

어떤 이혼에 대해 상상한다. 그 직전에 거의 이혼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이혼 말이다(실재할지는 모르겠다). 이 상상은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한번은 파국을 피해보려는 지구적인 노력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8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회사에서 기획한 어떤 교육을 수강한 적이 있다. 마지막 세션은 어쩐지 캠프파이어나 촛불 없는 학교 수련회 마지막 밤처럼 둘러앉아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눈물을 흘리는 자리 같았는데, 다들 이미 학생도 아닐 뿐더러 잘못도 있을 리 없기 때문에 적당히 자기 시간을 마무리해 갔다.


내 순서는 40명 가운데 거의 마지막이었다. 다들 자세처럼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태임이 분명했다. 그때 나는 약간 선을 벗어났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적당히 끝낼까도 했다. 마음 속에 몇 가지 버전을 만지작거리던 참이었는데, 분위기는 너무 지루했고 나는 10:1로 지는 팀의 구원투수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내게 역전홈런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대체 어떤 구원투수가 마운드에서 홈런을 친단 말인가?). 어쩌면 애초에 등판하라고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불행하게도 나는 등판했고 적어도 잠깐은 모두에게 위안을 주었던 것 같다. 조금은 웃었으니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매년 내년에 퇴사할 마음으로 지난 8년을 지냈다는 것을, 어떤 심폐소생술인지는 몰라도 수도 없이 내 회사생명을 연장해냈다는 사실을 ‘본의 아니게’ 고백하게 된 배경은.


이건 추접스럽지만 놀랍지는 않은 이야기다. 곧이어 내가 한 말에 비하면. 나는 처음으로 회사생활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치 HOT 노래(한번도 HOT의 팬이었던 적은 없다)캔디의 가사처럼 말이다. “단지 널 사랑해. 이렇게 말했지. 이제껏 준비했던 많은 말을 뒤로 한채.”


나조차 예상치 못했던 결어였다. 세상에. 열심히 해보겠다니. 내가? 회사생활을? 이제 와서?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나서 출근했을 때 실제로 조금 열심히 해보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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