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일기, 22/07/19
의연하자는 말을 반복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 일요일 저녁, 나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내안에서 울려퍼지는 근거없는 불안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방법으로는 행동하는 것이 최고일지니.
연락도 않고 저녁시간 가정집 벨을 울렸다. 두근두근. 어라. 근데 응답이 없다. 돌아서다 말고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더니 진짜 누나야? 라며 문을 연다. 다들 현관 카메라에 비친 내 얼굴을 못 알아봤다고 했다. 루이를 제외하면 말이다(왤까?). 역시. 내 얼굴 알아보는 사람은 당신 뿐이구랴 : )
현관에서 얼굴만 보고 돌아서려 했으나 루이는 당장 들어와랏! 하며 이미 거실로 사라졌다. 아, 그럼 잠깐만 들어갈게, 하고 신발을 벗자마자 루이는 내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밥을 오물거리는 한편 도입부도 없이 본격적으로 놀이를 시작한다. 냥코 배틀을 하고 우리 사이의 고전, 던져서 벽에 흘러내리기도 한다. 이제 보니 나를 반가워하는 일인 거 같다. 발차기와 주먹이 이젠 제법 단단해져서 살살해야겠다고 주의를 주자, 민망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20분 새 잠수 시범도 보여줬다. 요새 시작한 수영이 잘 되가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투명한 유리컵에 물을 받더니 코를 넣는 모습이 귀여워서 하루에도 몇번씩 떠오른다. 이 기억이 나를 웃음짓게 한다. 샴푸할 때 물이 얼굴에 흐르는 것도 질색하는 사람이 코에 물 들어가는 걸 참아내다니. 용하다. 처음엔 코에 물이 좀 들어간 표정이었다. 그다음엔 컵 안으로 보글보글 물방울이 보이는 걸 보니 성공.
만난 이래 최대치의 까불이 에너지였다. 지난번보다 애틋함 같은 건 좀 줄고 경쾌함과 장난기가 늘었다. 무엇이든 즐거워 모드라고나 할까. 헤어지는 순간도 전에 없이 쿨하다. 엄마는, 이제 헤어져도 다시 만난다는 것을, 언제든 통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거라고 하신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게, 성장한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사실, 해줄 말이 있었다. 사랑한다고 안아주어야 했다. 자라느라고 수고가 많다고 꼭 안고 말해주어야 했다. 루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내서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또 안아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