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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정 Aug 05. 2022

어떤 손길에 관한 기억

첫 수술을 받을 때의 일이다. 밝은 수술실에서 천 한 장에 덮인 채 베드에 누워있었다. 그때도 추위에 떨었던가? 수술방에 있던 두 사람 중 한 남자가 내 머리맡으로 와서 내 오른쪽 턱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며 말했다. 곧 잠이 올 거예요. 정말 잠이 왔고 나는 편안히 잠들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데다 이젠 이십년이나 지나서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는다.  방의 광경이 전처럼 또렷하지도 않다.  시간  잠이, 마취가 깨면 회복하느라 힘든 여름을 보내게 된다는 것을 아는 지금도,  순간을 떠올리면 어쩐지 여전히 기분이 좋다. 아주 따뜻한 목소리와 손길이었다.


느닷없는 곤경, 긴 여정의 시작이었지만 그 사건 자체에 대한 기억은 일종의 모험담이다. 남들에게 없는 경험을 했다는 생각에, 1910년대에 이집트에 다녀온 프랑스인 같이 으스대는 마음이 드는 게 우습다. 이젠 꽤 오래된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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