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뛰고 있죠?
유년시절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천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어린 시절이 그가 사실은 지금은 잘 포장하고 감추고 살고 있다고 해도 가장 날것의 자신을 드러낸 시기라고 생각하니까. 그 사람의 천성이나 본연의 그 사람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유년시절에 대해 묻는다.
많은 꼬마들이 있었다. 안아주고 싶게 가여운 꼬마도 있었고 웃음이 피식 나오게 귀여운 꼬마도 있었고 어릴 때부터 너무 의젓해서 도리어 안쓰러운 꼬마도 있었고 욕심이 너무 많아 항상 자신을 괴롭히는 꼬마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기억났는데,
소풍 가서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앞에는 한정된 수의 필통이 놓여있었고 달려가서 빨리 잡는 사람만 필통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이었는데 1등으로 도착한 자신은 막상 맘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느라 결국 뒤에 온 아이들이 다 집어가고 말았다는 이야기였는데 딱 그 사람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나서 한참을 웃었다.
그런 사람이라서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가끔 너무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그중 갖고 싶은 필통이 있었어?"
"아니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그럼 왜 그 필통을 집어 들었는데?"
"그냥 내가 잡지 않으면 다른 애들이 가져갈 테니까 닥치는 대로 잡았지."
"그래서 그게 네 마음엔 들었어?"
"아니 그렇지만 난 필통을 얻었고 쟤네들은 못 얻었잖아."
"그게 중요한 거야? 필통을 얻었다는 것?"
가끔 연애와 결혼을 향해 뛰는, 한 때 꼬마였던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이 정말 원하는 사람을 향해 뛰는 건지, 혹은 어쨌든 남들보다 빨리, 누구든 얻어야겠기에 뛰는 건지 잘 모르겠을 때가 있다.
경주마 같은 그런 사람이 내게 돌진해 오면 도망가고 싶어 지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