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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morning Oct 03. 2015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

국수는 그래도 싫다.

내가 굳이 돈 주고 사먹지 않는 음식이 있다면 국수.

어떤 종류의 국수든지 관계없이  싫어한다.

공교롭게도 우리 엄마가 좋아하시는 음식 중 하나도 국수.

그런 고로 어제도 저녁으로 잔치국수를 해주셨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인데,라고 투덜대거나

그냥 말없이 조금 먹고 말거나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걸  아시면서 굳이 이걸 해주시는 건  뭐야,라고 생각했다.

, 정말 나도 모르게, 그게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지도 모르고.

매번 국수가 식탁에 오를 때마다 그래 왔다.

반대로 생각하면 싫어도 어쩌다 한 번인데 엄마가 정성 들여해주신 음식 맛있게 먹어 드리는 게 뭐 그리 힘들어서! 돌연 너무 미안해져서 국수를 후르륵 후르륵 국물까지 다 먹고 한 마디 했다.

"엄청 맛있게 잘 먹었어. 국물 맛이 역시~!"

"너, 맨날 국수 싫다고 그러더니 웬일이야?" 하면서 엄마가 활짝 웃으신다.


 방에 들어와 조금 울었다.


자식이라서  사랑받는 게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고 나는 그렇게 대놓고 오만하고 불친절했나.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거라고 입으론 떠들면서

그러는 너는, 낯선 이에게도 베푸는 친절을

가족들에겐 얼마나 인색했나.


어리석은 인간은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가장 제멋대로고 가장 인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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