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it rain.
베프와 호주에 여행을 갔을 때, 남다른 구석이 있는 그녀는 레인메이커,라는 레인스틱을 사왔다. 기다란 원통 막대기 안에 곡물 같은 것이 들어있어서 흔들면 솨아 솨아 하고 비 오는 소리가 난다.
"그 부피 크고 쓸데없는 것을 굳이 왜 한국까지 가져가려는 거야."라고 말리는 사람이 곁에 한 명쯤 있었으면 그녀도 못 이기는 척 내려놓았을지 모르는데 내가 그런 걸 말릴 사람인가 어디. 딱 네꺼라며 어서 사라고 부추겼지.
더구나 그걸 파는 할아버지가 레인메이커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호주 원주민들이 기우제를 올릴 때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놨을 때 우린 이미 홀딱 빠져서 이거 한 개 가지고 되나, 한 몇 개 사다가 집집마다 하나씩 줘야 하는 거 아닌가를 고민할 정도였으니까.
여하튼 그 후로 비가 영 안 와서 가물거나, 너무 더워서 비가 필요할 땐 그녀에게 레인 스틱 좀 흔들어 주십사 연락한다. 내 주위 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어서
"레인스틱 친구에게 기우제 좀 부탁"과 같은 청탁이 종종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