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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morning Sep 06. 2015

레인 메이커

Let it rain.

베프와 호주에 여행을 갔을 때, 남다른 구석이 있는 그녀는  레인메이커,라는 레인스틱을 사왔다. 기다란 원통 막대기 안에 곡물 같은 것이 들어있어 흔들면 솨아 솨아 하고 비 오는 소리가 난다.

   "그 부피 크고 쓸데없는 것을 굳이 왜 한국까지 가져가려는 거야."라고 말리는 사람이 곁에 한 명쯤 있었으면 그녀도 못 이기는 척 내려놓았을지 모르는데 내가 그런 걸 말릴 사람인가 어디. 딱 네꺼라며 어서 사라고 부추겼지.  

더구나 그걸 파는 할아버지가 레인메이커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호주 원주민들이 기우제를 올릴 때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놨을 때 우린 이미 홀딱 빠져서 이거 한 개 가지고 되나, 한 몇 개 사다가 집집마다 하나씩 줘야 하는 거 아닌가를 고민할 정도였으니까.
여하튼 그 후로 비가 영 안 와서 가물거나, 너무 더워서 비가 필요할 땐 그녀에게 레인 스틱 좀 흔들어 주십사 연락한다. 내 주위 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어서

"레인스틱 친구에게 기우제 좀 부탁"과 같은 청탁이 종종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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