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편지
너, 영화 참 좋아했었지. 그런데 꼭 너는 나한테 조조할인으로 보자고 하는 거야.
조금 설레는 마음이 생길 때여서 나는 너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고 그랬는데
아침 9시부터 부은 눈으로 만나서 매번 못생긴 얼굴을 너에게 보이는 게 난 싫었고,
너는 나를 무척이나 편하게 생각하나 보다 싶어서 서운했어.
뭐 학생 때니까 주머니 사정이야 뻔하고, 조조할인이 고맙긴 했지만 말야.
그런데 너무 여러 번 거듭 되니까 나도 하루는 감정이 북받쳐서
영화 보고 나와서 말없이 걷다가
너는 내가 여자로 안보여서 그러나 본데, 여자한테 이렇게 매번 아침 일찍 만나자는 거 엄청 매너 없는 거라고, 내가 널 만나려고 몇 시부터 일어나서 준비하는지 아냐고. 쏘아붙였는데
네가 당황하더니 뜬금없이 한마디 했었잖아.
"누나, 그 노래 모르는구나. 이문세의 조조할인."
얘는 또 내 맘도 모르고 뭔 헛소리야 싶어서 그 길로 집에 와버렸지. 집에 걸어 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그러고 한 동안 어색하게 지내다 결국 멀어졌었지 우리.
한참 지나 초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버스를 탔는데 라디오에서 이문세의 조조할인의 한 구절이 흘러나오더라.
돈 500원이 어디냐고 난 고집을 부렸지만
사실은 좀 더 일찍 그대를 보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