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daymorning Oct 22. 2015

사랑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I wish you love

      

"기수 말하는 거야? 아, 기수? 걔 별명이 기수인데 애들이 깃발 들고 있다고 그렇게 불러. 그게 말야 그 기수가 고등학생일 때 우리 학교 다니는 여자애를 좋아했대요, 그런데 그 어느 비 오는 날 기수가 학교 앞에서 그 여자애를 기다리고 있는데 찻길을 건너던 그 여자애가 그만 차에 치어 죽었다는 거야. 그 뒤부턴 우리 학교 앞에서 저러고 있다는 거지. 비 오는 날엔 막 울면서."


"그 사람 너무 불쌍하잖아. 사랑하는 사람 먼저 보내고. 그게 뭐야... 사랑에 미쳐가지고..."



"난 되게 행복한 사람 같은데? 그런 사랑 아무나 못하잖아. 게다가 그 사람 추억 속에서 같이 살잖아."


 벌써 12년 전 영화인 <ing>에 나오는 대사들이에요. 불치병에 걸린 여고생 민아.  그 나이 또래의 소녀들처럼 로맨틱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면서도 자신의 시한부 인생에 사랑 따윈 어울리지 않는다고 마음을 닫아 둔 채로 살아가요. 그런 그녀에게 아무 망설임 없이 저벅저벅 다가온 영재. 두 사람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 기한이 정해진, 남은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밖에 없을 아픈 사랑을 민아는 밀쳐내고, 영재는 가만히 품죠.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시한부 인생이란 소재는 이미 지겨울 만큼 자주 등장해왔잖아요. 끝이 정해진 사랑이 주는 그 애달픔과 간절함. 그런데 사실, 매일매일 한 치 앞도 모른 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시한부 인생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요. 다만 우리는 막연히 우리의 끝은 먼 미래에 있을 거라 믿고 있죠.


내 처지에 무슨 사랑을 해. 곧 죽을 건데. 상처만 남길 텐데.
  상처가 아니라 추억... 추억이 남지. 사랑이 남지. 사랑하다가 죽으면 사랑이 남아. 후회하다가 죽으면 후회만 남고.

 어제도 오늘도 사랑을 망설이는 당신, 망설이는 이유야 수백가지겠지만, 당신 앞에 무수히 많은 날들이 있고 그 날들 중 언젠가는 '사랑하기에 아주 알맞은' 날이 올 거라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모두 시한부예요. 오늘이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고, 그 사람이 가면 똑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우리 사진 찍자. 나 지금 무지 행복하거든. 내 행복의 증인이 필요해."


 당신이 행복해졌음 좋겠어요. 당신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그 순간에 당신 옆에서 그 행복을 똑똑히 지켜봐줄 증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당신이, 사랑을 했으면 좋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조조할인을 좋아했던 너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