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같다, 자유로운 영혼 같다, 외국인인 줄 알았다. 이 세 가지 이야기를 줄기차게 듣던 때가 있었다.
방학마다 여행을 다녔다. 주로 단기 렌트를 알아봐서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달씩 아파트를 빌려서 생활했다. 짧게 많은 곳을 둘러보는 관광보다는 잠깐이라도 '생활의 맛'을 볼 수 있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아침 다섯 시에 해가 뜨면 나가서 해가 지는 밤 10시까지 돌아다녔다. 그런데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벤치에 걸터앉아먹는 피자 한 조각이 너무 맛있었고 거리에 뒹구는 빈 음료수 캔마저 낭만적으로 보였다.
나는 행복했다.
눈 뜨는 순간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으니까. 조그맣게 " 오늘도 또 행복한 하루가 시작되었구나."하고 혼잣말을 해야 비로소 좀 현실처럼 느껴질 만큼 비현실적으로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햇볕에 그을어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눈은 이상할 정도로 광채가 나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 나를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정말 사는 것처럼 사는 것 같아. 이제 내가 좀 나 같아."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꽃도 한 철이라고 그렇게 흐드러지게 핀 후엔 곧 져버리는 일만 남은 것 같아 일말의 불안함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때 깨달은 커다란 교훈이
지금까지도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뭐냐면, 인생도 여행이라는 것, 내가 이 일상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나는 다시, 그 행복한 시절로 돌아갈 수도, 반대로 불평으로 가득 찬 일상의 무게를 견디며 불행하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여행 중입니다. 자주 길을 헤매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길이 바로 인생이라는 여행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