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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morning Oct 06. 2015

신념이란

아주 작은 일관성들을 꾸준히 지켜 나가는 것

내가 열두 살 때, 아버지와 단둘이 차를 타고 은행에 다녀온 적이 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서로 말없이 몇 블록을 지나가다가 아버지가 뜬금없이 나를 보며 말했다.

 "너한테 꼭 들려줄 말이 있어. 나는 네 엄마를 두고 한 번도 바람을 피운 적이 없다."

 몇 년 뒤, 그 일을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는 우리 아버지가 바람 피웠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죄책감에서 나온 말이야."

 하지만 나는 친구의 생각이 틀렸음을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아버지가 직장에서 문제에 부닥쳤고, 그래서 스스로가 전혀 무능한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 적힌 문구 같다. '죄 지은 자는  자기죄를 감추려고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를 떠벌인다.' 정말 절박하면, 가령 "나는 해머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어." 혹은 "나는 누구한테서도 물건을 훔치지 않았어." 같은 말을 우물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살인이나 절도를 저질렀다고 둘러말할 만큼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애인을 두고 바람 피운 적이 없다. 아버지처럼 나는 '외도하지  않는다'를 자랑으로 삼게 됐다. 실패로 끝나는 야한 꿈을 꿀 때도 나는 한 번도 바람 피운 적 없는 기록이 깨지면 내 인생이 어찌될지, 그 아주 작은 일관성마저 지키지 못하면 내가 얼마나 방황할지 두렵다.

 데이빗 세다리스 <서로에게 충실한 구식 관계> 중에서.


 바람을 한 번만 피우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과 피우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

인생에 있어서, 꼭 지켜야 할 신념들이 저마다 있을 텐데,

그 신념이란 게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필자가 말한 대로, 아주 작은 일관성들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뿐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신념이고

그 신념이 곧 그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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