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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morning Oct 17. 2015

있는 그대로의, 말

 어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였을 때,

누가 하는 말을 한 바퀴 꼬거나 살짝 비틀지 않고 글자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던 때에 내가 친절하고 마음씨 좋은 아줌마라고 생각했던 이는 나중에 알고 보니 남의  말하기 좋아하고 말만 앞서는 얼렁뚱땅 아줌마였고 무뚝뚝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옆집 아저씨는 내가 열쇠가 없어 집에 못 들어가 울고 있을 때 볶음밥도 해주시고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같이 보며 허허 웃던 귀엽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주로 내가 판단하는 기준은 어른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는 것이었는데 식스센스 뺨치는 반전이 많아서 그땐

'아 어른들의 세계란 매우 복잡한 것이로구나."

하고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상대가 쓰는 언어에 민감하다.

그 사람이 굳이 그 단어를 나에게 쓰는 숨은 의도를 파악하게 되는 때는 물론 아직 경계가 허물어지지 않은 사이일 때이다. 혹은 곁을 주고 싶지 않은 사람일 경우.

교묘한 언어의 사용으로 자신과 상대방의 관계에 있어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은,

언어로 나를 구속하여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사람들은

나를 지치게 한다. 나를 슬프게 한다.


적어도 내가 내 곁에 자리 한 칸 나눠주는 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말을 내가 아무 판단이나 여과 없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마음에 있는 말을 그냥 날것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어떤 뒤틀림이나 꼬임 없는 그냥 날것.


 그리고 그랬을 때 역시 그 날것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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