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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morning Nov 14. 2015

Remember me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메인 메뉴보다 후식을 먼저 먹는 여자.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재난에 대처하는 그녀만의 자세이다.

그녀는 어릴 때 지하철 역에서 엄마가 괴한들에게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영화 'Remember me(2011)'는 911 테러로 목숨을 잃게 되는 한 청년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의 주변 사람들과 그가 살아온 인생의 굴곡과 여정들을 가만히 들려준다, 사실 영화의 끝 장면에 다다라서야 그것이 911 테러에 관한 영화라는 걸 알고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이 영화의 정수이고 감독이 정확히 노렸던 포인트 같다.


재난은, 불의의 사고는 그렇게 어떤 예고도 없이 우리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에  우리 인생에 들이닥친다.


오늘 아침 파리의 테러 소식을 들으며 다시금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섯 살 때.

오빠와 함께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건너다가 트럭에 치였다. 붕하고 날아가는 느낌이 들다가 눈을 떠보니 한참을 날아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트럭은 앞 유리창이 다 깨지고 범퍼가 심하게 우그러져 폐차했다고 들은 것에 비해 나는 하나도 안 다쳤다. 전혀.

후유증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느낌만은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죽음이 아주 가깝게 느껴진 첫 순간이었다.


갑자기

쿵하고 나를 때리는,

막을 새도 없이 닥치는

전혀 예측할 수도 방어할 수도 없는 재난이나 사고.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주인공이 처음과 끝에 일관되게 하는 내레이션이 있다.


Whatever you do in your life, it would be insignificant but it's very important that you do it. Because nobody else would.

간디의 명언인데,

당신이 하는 대부분의 일들이 사소한 일일 것이나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안 할 테니까.


영화는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을 하지 않는 당신에게 지금 하라고. 지금 당신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애정표현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더, 좋아하는 일들을 먼저 하려고 애쓰며 살라고 말한다.


후회 없는 인생이란 지구를 털어도 없겠지만,

이번 사건이 또 얼마나 많은 애달픈 사연들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남겼을지 생각도 하기 싫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것과,

이 모든 것들을 쉽게 잊지 않는 것.

남아서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 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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