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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morning Jul 26. 2016

그 사람을 안다는 것

그 지긋지긋한 버릇들마저 웃어넘기게 되는 것

 오래 함께 살다 보면 알게 되는 사소한 버릇들이 있다.

가족이라서 아는 그런 내밀한 것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순순히 받아들였던 것 같지는 않고
좀 거슬리거나 이해할 수 없는 버릇들 같은 경우엔
"왜 그렇게 하는데?"
"그렇게 안 하면 안 돼?"
"또 그렇게 했어?"
"아니 그렇게 안 하기가 그렇게 힘드나?"
로 이어지는 오랜 투쟁의 세월도 있었고
잠깐, 아주 잠깐 고치려는 노력을 보이다가도 금세 제자리를 찾아가는
그 버릇들에 체념하는 세월도 있었다.

지금은, 왜 그게 지금에서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사소한 버릇들이 사랑스럽다. 귀엽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굉장히
완전체 같고 너무 커다란 존재여서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들의 빈틈이 훤히 보이는데

그게 오히려 인간적이고 내가 채워줄 부분이라 생각돼서 좋다.

방금도 우유를 마실까 해서 냉장고 문을 여니 우유팩이 입을 아 벌린 채 열려있었다. 이건 못 말리는 엄마의 버릇이다. 성격이 급해서 우유를 차분하게 한쪽으로 열지 못하시고 꼭 열라는 쪽 반대쪽으로 열다가 망해서 그렇게 네 귀퉁이를
죄다 뜯어 놓으신다. 
우리 가족이면 우유갑만 보아도 누가 처음 우유를 먹었는지 알 수 있다. 
피식 웃고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왔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이런 면에서 좋다. 그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거라는 걸 아는 것이,

 너무 예측 가능해서 재미없는 게 아니라, 도리어 너무 뻔해서 재미있고 내가 헤아릴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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