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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네트워킹 자리에 가면, 일이 너무 바빠서 끼니를 거르고 5시간씩 8시간씩 앉아서 일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는 우스개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물론 반대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매일 폭식을 하느라 확찐자가 된 경우도 많다.) 너무나 공감하는 경험인 것이, 대표는 최고의 영업 사원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자리에 있는 이는 여러모로 외부 미팅이 참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회사 안의 일을 누가 대신해 주는 것도 아니기에 외부 일정이 없는 날은 밀린 기획안을 검토하고 전략을 새로 구상하고 새로운 펀딩 라운드(IR)를 준비하는 등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중간에 흐름을 끊기가 어려워 “이것만 마무리 하고, 저것만 정리하고” 이러다가 식사 때를 놓치고 정작 일을 마치고 나면 너무 늦은 시간이거나 기력이 없어서 쓰러지듯 잠을 청하는 날들이 허다하다.
20대에는 그렇게 해도 그럭저럭 버틸 수가 있었는데, 30대 중반이 되자 이제는 체력이 훅훅 떨어지는게 느껴진다. 이때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어차피 일은 집중력이고 몸이 아니라 뇌가 하는 것이니, 운동을 해서 근육과 심폐력이 좋아진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을 테니 동기 부여 영상들을 보며 정신력으로 극복하자는 쪽과, 이제라도 운동을 해서 떨어진 체력을 키워야 겠다는 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신력이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집중력, 피로감, 체력 이런 것들은 생각보다 신체 운동과 연관성이 크다. 웹툰과 드라마로도 유명한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 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헬스 트레이너들이 ‘엉덩이 근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엉덩이 근육은 우리 몸의 가장 큰 근육으로, 몸의 엔진이라고도 불린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직장인들의 엉덩이 근육은 거의 죽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죽어 있는 근육이 사실 엉덩이 근육만 있는 것은 아닐지어다.) 몸의 근육들이 힘이 없으면 몸 전체의 안정이 무너지고 피로감이나 권태감을 느낄 확률이 더 높아진다. 좌식 행동을 연구한 호주의 네빌 오언 박사는 성인이 하루동안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을 측정해 본 결과 전세계 평균이 5시간임에 반해 한국은 하루에 무려 7.5시간, 일본은 7시간을 앉아 있는다고 밝혔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은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당뇨병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카롤린스카 연구소에 따르면 3시간 이상 앉아 있을 시, 기억력 장애나 주의 산만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구글에서 ‘Sitting kills you’로 검색해보면 지나친 좌식 생활의 부정적인 효과들에 대한 많은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윤태호 작가님이 이런 자료들을 알고 계셨는지는 모르지만, 경험적으로 느낀 바가 분명히 있으셨을 거라 생각한다.
늦게라도 운동을 하기로 결심한 두번째 그룹은 그래도 첫번째 그룹보다는 낫다. 하지만 대부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위기감과, 성공한 CEO들의 운동 습관을 동경하여 무리하게 운동 루틴을 짜서 시작하거나, 좋다고 들은 여러가지 유행성 운동들을 모두 다 조금씩 따라하느라 얼마 못 가 운동을 포기하게 된다. 포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그 시간이 아깝게 생각되어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다보니 매번 운동하러 가는 것이 불편하고 괴로워, 운동하러 가서 실제로 운동하는 시간보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이렇게 보면, 차라리 정신력을 믿고 그 시간에 일을 더하는 선택이 그나마 더 좋을 수도 있겠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운동이 근육의 강도나 지구력 등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생산성에도 연관 관계가 있다는 내용과 함께, 운동에 관한 수많은 방법들 가운데 어떤 운동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창업가의 귀한 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해 다루려 한다. ‘효과’는 결과물의 크기만을 고려한 개념이고 ‘효율’은 투입 대비 산출물의 비율 관계를 고려한 개념이다. 당연히 운동은 많이 할 수록 좋다. 따라서 많이 하는게 효과적이겠지만, 창업가들은 무한대의 시간을 매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건강이 중요하긴 하지만 일이 최우선인 사람들로, 운동을 하는 이유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귀한 자산인 시간의 투입에 있어서, 가장 적게 시간을 들이고 투입 시간 대비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장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몸짱에 관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바디 프로필을 찍을 만큼의 몸짱이 되고 싶다면 헬스장의 트레이너를 찾아가 약 50회 정도의 PT를 끊어서 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앞으로 소개할 내용들을 따라만 해도 최소한 최악의 외형은 충분히 면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