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성과를 끌어올리는 운동의 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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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앉아 있을수록 비만, 심장질환 발생 위험, 사망률 등이 높아진다는 등의 연구 결과들이 등장하면서, 서서 일하는 스탠딩 테이블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도 스탠딩 테이블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앉아서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처럼, 계속 서서만 일하는 것 역시 하지 정맥류 위험이나 요통 발생 위험 등을 높이는 것처럼 좋지 않다. 건강, 그리고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앉아서 일을 하거나 서서 일을 하거나 등의 업무 자세라기보다는 움직임이다. 그리고 움직임은 곧 운동이다.
운동 부족이 영향을 미치는 건강 질환을 연구한 자료는 단순히 비만, 심근경색, 고혈압, 당뇨병, 유방암, 전립선암 등등의 질환 만을 언급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 가운데 ‘움직임 없는 생활 습관은 인지 기능 저하로 연결된다’는 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2011년, 메이오 클리닉 신경학과의 에릭 알스코그 연구진 역시 운동과 인지 능력 간의 관계를 다룬 1,600건이 넘는 연구 논문 등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경미한 기억력 감퇴에서 극심한 알츠하이머까지, 인지 능력 전반에 걸쳐 운동은 매우 효과적인 개선을 제공하였다. 이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전 연령대에서 압도적으로 현저하게 나타났다. 자기 공명 장치(FMRI)로 측정한 결과, 단순히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차원이 아니라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확인되었다. 단순히 정보를 기억하는 차원이 아니라 뇌가 정보를 인지하고 처리하는 능력 전반이 향상되는 것이다.
운동이 뇌의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뇌가 좋은 성능을 보이기 위해서는 신경 세포들이 성장하고 늘어나고 연결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신경 세포 성장 인자(BDNF)는 신경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그 속에 생성되는데, 뇌의 전반적인 성능에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기에 기적의 성장 인자라고도 불린다. 신경 세포 성장 인자가 부족할수록 뇌의 노화가 촉진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운동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와 다르지 않다. 소뇌는 근육의 움직임을 관장한다. 동시에 소뇌는 집중력, 감정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운동을 통해 소뇌가 자극을 받으면 근육의 움직임에 관한 역할만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 처리 기능을 담당하는 역할 역시 활성화되는 것이다. 즉, 우리의 뇌 회로는 육체 활동과 정신 활동의 영역을 분리하지 않고 지휘한다.
그러한 연관성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실험 결과들은 무수히 많다. 물을 싫어하는 쥐가 물에 닿지 않을 수 있는 발판을 얼마나 빨리 찾아낼 수 있는지 실험한 연구에서, 운동을 한 쥐는 쉽게 발판을 찾아 올라간 반면, 운동을 하지 않은 쥐는 이리저리 헤맨 끝에야 겨우 발판을 찾을 수 있었다. 쥐들을 해부해 본 결과, 운동을 한 쥐는 운동을 하지 않은 쥐에 비해, 해마에 새롭게 생성된 줄기 세포가 두 배나 많았다. 독일 뮌스터 대학의 신경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하면 어휘 학습 속도가 무려 20%나 빨라지는데 이는 신경세포 성장 인자의 수치와 비례했다.
학생들의 성적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유명한 실험이 있는데, 정규 수업 전, 0교시 체육 수업을 넣었을 때, 정규 체육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읽기 능력과 문해 수업 성적에 있어서 읽기 능력과 문장 이해력은 학기 초에 비해 17% 향상되었음에 반해, 0교시 체육 수업을 듣지 않은 비교 군의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향상된 문해 능력이 10.7%였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학생들이 줄곧 미국보다 항상 앞서 왔던 국제 학업 능력에 관한 시험에서 네이퍼빌의 학생들(0교시 운동을 필수적으로 시켰던 학교)은 다른 미국 학생들에 비해 확연히 진일보한 성적(수학 6등, 과학 1등)을 보였다. 캘리포니아 교육부가 진행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건강한 학생들의 성적이 건강하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 두 배나 높게 나왔다. 이때 건강의 지표는 폐활량, 체지방 비율, 복근력, 몸통 근력 및 유연성. 상체 근력, 전신 유연성이었다.
운동이 뇌의 기능에 관여한다는 증거 자료는 비단 쥐 나 학생들에만 그치지 않는다. 2004년 영국 리즈 메트로폴리탄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회사 내 헬스장을 이용하는 사원이 그렇지 않은 사원들보다 생산성이 더 높았고, 업무에 대한 태도 역시 자기 긍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실험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210명으로, 대부분 점심시간에 1시간 정도 에어로빅 운동을 했고, 나머지는 근육 운동이나 요가를 했다. 이들은 매일매일 업무 시간 관리를 잘했는지, 마쳐야 하는 업무를 잘 수행했는지, 동료들과의 관계가 원만했는지 등에 관한 질문에 응답했다. 운동을 한 참가자들은 업무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똑같은 업무가 주어지더라도 업무 그 자체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었고 점심시간에 운동을 했음에도 오후에 피로를 덜 느꼈다. 아프면 쉬는 게 정상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아프지 않는 것도 능력이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리는 듯하다. 그런 관점에서도 운동은 업무 능력에 기여를 한다.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종업원이 그렇지 않은 종업원보다 몸이 아파서 결근하는 비율이 80%나 낮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운동은 예기치 않은 병가 확률을 줄인다.
수많은 연구들이 운동의 뇌 기능 향상, 즉, 업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외치고 있음에도, 이런 연구들을 들으면 원래 업무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 운동도 하는 것이라거나, 뇌의 기능은 유전자가 지배하는 것이라며 연구 결과들이 주장하는 메시지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 스웨덴에서 진행된 쌍둥이 연구는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킨다. 해당 조사에는 1,300쌍의 쌍둥이가 포함되었는데, 심폐 지구력이 높은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인지 능력과 IQ가 더 높게 나왔다.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어도 운동을 하는지의 여부가 선행 관계로서 뇌 기능에 기여를 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한결같이 수년을 운동해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6개월 미만 정도의 운동으로도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자, 이제 의심하지 말자. 운동은 확실히 업무 수행에 필요한 뇌의 정보 처리 기능을 발달시킨다. 그것도 상당히 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