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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레프람스라는 이스라엘의 한 우주 식량 스타트업이 우주 정거장에서 소고기 배양육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주에서 소를 키웠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고, 세포를 배양해서 키워낸 것이다. 소에서 근섬유 세포를 채취하여 이를 가지고 3D 바이오 프린터로 바이오 잉크를 결합해서 만드는 방식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이미 2015년에 우주 정거장에서 토양 없이 물로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을 통해 상추를 키워낸 바 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역시 우주 환경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데에 성공했고 2021년까지 콩 재배 성공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우주항공 연구개발기구 또한 우주 식량 공급을 위한 ‘스페이스 푸드 X’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필요한 모든 영양소들이 균형 잡히게 반영된, 튜브로 짜 먹는 우주 식량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개발이 완료가 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왜 저렇게 전 세계가 우주 식량 개발에 난리인 걸까?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식량 운반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대략 1kg의 화물을 우주 정거장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대략 18,000달러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우주 정거장뿐만 아니라 달이나 화성 등 지구 밖에서 살아가게 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노아의 방주처럼 동물들까지 다 데려가거나 가축 산업을 다시 우주에서 시작하기는 어려움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는 ‘맛이 없어서’다. 아무리 균형 잡힌 식사라고 해도 인간에게, 씹고 맛보는 먹는 즐거움이 거세되는 것은 상상 이상의 고통인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례로, 우주 식량이 너무나 맛없어서 도저히 못 버티겠던 우주 비행사 존 영은 샌드위치를 몰래 우주선에 숨겨 갔다. 우주로 샌드위치를 몰래 숨겨 올라가는 데에 성공해서 맛있게는 먹었지만 먹는 과정에서 빵 부스러기들이 은하수처럼 둥둥 떠다녀서 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떠다니는 빵 부스러기는 자칫 잘못하면 우주선에 심각한 고장을 만들 수도 있다. 스타 PD인 나영석이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할 경우 우주여행을 가겠다는 공약을 걸었는데, 뒤늦게 비용을 분석해 본 결과 1인당 비용이 약 1,400억 원이 드는 것으로 확인이 되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울며 불며 사과를 했던 적이 있다. 1,400억 원. 그 정도의 비용이 드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망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는데도 샌드위치를 숨겨서 우주로 간다는 게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오지만, 실화다. 그만큼 먹는 즐거움은 어마 무시한 것이다.
‘창업가를 위한 최적의 식이법’이라는 챕터를 시작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유는, 수면이나 운동과 달리 식사는 단순한 섭취를 넘어, 즐거움이 극도로 강하게 결합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루에 수십 km를 걸어 다녀도 식량을 구하기 어려웠던 원시 시대의 기억이 DNA에 남아 있어서인지, 먹는 즐거움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강한 즐거움이자 어떤 이들에게는 행복의 근원이기도 하다. 조지 버나드 쇼는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된 사랑은 없다”라고 했고,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잘 먹는 것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한 기쁨은 결코 작은 기쁨이 아니다”라고 했다.
먹는 것은 모두의 관심사이기도 해서 인터넷에도 서점에도 식사와 관련한 정보들은 무궁무진하고, 특정 식이법이 들불처럼 확 유행을 타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따라 해보려 하면 너무나 계산할 게 많아서 엄두를 못 내거나, 시도하다가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충분한 표본이나 변수 통제가 잘 되지 않은 채로 진행된 실험을 인용하거나, 특정 식품 사업의 이해관계가 있는 곳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실험을 바탕으로 하는 등, 가짜 정보가 판을 치기도 한다. 또한 무엇을 먹는가와 관련된 실험은 다른 여타 변수들에 비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극도로 높고, 실험 참가 표본들의 데이터도 오차를 줄이기가 대단히 어렵다. 즉,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입 안에서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보일 확률이 높아서, 틀린 연구는 아니지만 모두에게 다 들어맞는 연구 역시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결과를 바로 신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른 기관의 추가적인 후속 연구들을 통해 검증이 되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톡스 주스가 건강에 좋다며 열풍이 불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주스 바들이 기억나는지? 그때 생긴 가게들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식사량을 상당히 제한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게 한다거나, 복잡한 영양소들을 다 파헤쳐서 나열하고 계산하고 매일의 식사가, 먹는 시간보다 측정하는 시간이 더 들게 해서 피로감으로 가득 차게 하는 이야기, 베스트셀러에 나온 최강의 식이법,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한다는 식사법 같은 것들은 소개하지 않는다. 이걸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눈이 맑아지고, 보양이 되고 살이 빠지고, 이런 기적 같은 체험기 식의 이야기가 아닌, 창업가의 식사라는 주제에 진실로 부합되는, 클래식한 연구 결과만을 다룰 예정이다. 클래식하다는 것은, 오랫동안 발표되고 여러 나라, 기관 들에서 추가, 반복 연구들이 시행되면서 대중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고, 과학적 사실로도 확실해진 것을 의미한다. 그 가운데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의 지식만을 정리해 보았다. 바로 ‘당’이다.
그 외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먹는 즐거움은 결코 쉽게 포기되지 못하는 즐거움이다. 제한을 많이 하면 할수록, 측정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건강하고 좋은 식단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 24시간도 이미 바쁘기 그지없고, 안 그래도 일하는 내내 스트레스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판인데 먹는 것까지 그렇게까지 신경 쓴다면, 먹는 시간이 되려 일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어 버릴 수 있다. 스탠퍼드 대학 스포츠 의학 센터의 야마다 도모오 디렉터 역시 그가 쓴 저서에서, 효과적인 음식과 식습관에 관해, 같은 이유를 들며, 완벽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를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이를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생각은 스트레스를 만들고 이는 다시 피로를 부른다는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려고 한 식단이 오히려 생산성을 갉아먹는 게 된다면 얼마나 낭비적인 에너지의 소모인가. 그러니 너무 먹는 것에 스트레스받지 말자. 그냥 먹자. 그게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다만 너무 막 먹으면 해가 될 수 있으니 ‘당’에 관해서만 살포시 알아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