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하나만 주의해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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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 떨어졌어”
오후 3-4시가 넘어간 시간 즈음, 사무실에서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다. 일상생활에서 당이란 단어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고 주로 에너지와 같은 말로 쓰인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당은 주요 에너지원이고 당이 떨어지면 기력이 없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당을 굉장히 단기적인 개념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오락기에 넣는 코인처럼, 몸에 당을 넣으면 작동이 되고 당이 떨어지면 작동을 멈추는, 단순하면서도 즉각적인 개념으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의사처럼 화학 기호까지 파악하며 생화학적인 지식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더 구조적으로 당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은 일반적으로 단 맛이 나는 물질로 정의가 된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에게 당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설탕 같은 것 아닌가요?라고 답하게 된다. 맞다. 그런데 우리는 이곳저곳에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단어들을 많이 들어왔다. 당질, 당류, 포도당, 탄수화물 이런 개념이 엉켜있는 것인데, 정리해 보자면 당질과 식이섬유를 총칭하는 것이 탄수화물이고, 당질은 포도당, 과당, 갈락토스 같은 단당류와, 이 단당류가 둘이 결합된 이당류, 그리고 그 이상으로 결합된 다당류로 구성된다.
하지만 어차피 몸에 들어가면 대부분 단당류로 각각 분해되어 버리기도 하고 식이섬유를 빼고 당질은 어쨌든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이 공통적으로 주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굳이 세부 용어들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포도당과 과당 정도만 알면 되고, 그도 어렵다면 그냥 포도당 하나만 알고 있어도 무방하다. 포도당도 단어가 어렵다면 처음 제시한 정의와 같이 ‘단 맛이 나는 것이 당이다’라고만 인식해도 충분하다. 포도당이라고 쓰여 있어도 그냥 ‘당’이라고 인식하고, 과당이라고 쓰여 있어도 그냥 ‘당’이라고 읽자. 당질과 당류도 다 당으로 생각해도 된다. 앞으로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구체적인 이름과 구조에 대한 지식들은 그저, 내가 이런 것도 알아 식으로 우쭐하는 정도 말고는 일상생활에 있어 별다른 실용적 의미가 없다.
(당질이든, 당류든, 포도당이든) 당은 우리 몸이 가장 먼저 주요하게 사용하는 에너지원이다. 그만큼 당은 우리 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항상 당을 일정 정도 몸에 쌓아두고 있다. 100ml의 혈액 속에 있는 포도당의 농도를 혈당량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의 혈당이 너무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문제가 생기므로 인슐린은 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은 혈액 속에 당이 너무 높을 때에 분비되어 혈당 수치를 다운시키는데, 이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문제를 겪는 질병이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다른 병에 비해 외부적으로 눈에 띄는 증상이나 고통이 별로 없지만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들보다 평균 수명은 8년이 적어지고, 사망률도 2-3배 높아져서 ‘소리 없는 살인마’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2018년 발표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환자는 5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일상에 빠르게 침투해서 전체 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을 언급한 것은, 당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었을 뿐, 우리가 이 책에서 건강을 보는 범위는 당뇨병과 같은 정도까지를 포함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당뇨병까지는 안 가더라도(당뇨병까지 가면 그건 이 책을 볼 것이 아니라 병원을 갈 일이다.) 생산성의 관점에서 당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혈당, 즉 공복 혈당치를 기준으로 약 70-100 정도가 정상 수치라고 분류되는데, 70 밑으로 내려갈 경우, 공복감뿐만 아니라 졸음, 권태감, 두통, 공복감 등에 사로잡혀 도무지 일을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혈당 수치가 50 밑으로 떨어지면 현기증이 나고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홍조를 띠면서 불쾌감에 사로잡히게 되어, 심할 경우 맥박과 호흡, 혈압이 상승하는 등 일에 집중 정도가 아니라 일 자체를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은 혈당이 떨어져서 이런 정도까지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고 오판하는 데에 있다. 그런 것은 당뇨병 환자의 일이라고만 생각한다거나, 당 수치가 낮아지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초콜릿, 에너지 드링크, 캔커피 같은 것들을 섭취하는 식으로 금방 부족한 당을 해결하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일상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습관들은 우리를 혈당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밥을 굶거나 적게 먹으면 금방 당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유전적 이상을 제외하고, 보통의 경우 오히려 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이 당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몸에 일정 정도로 유지되고 있던 혈당 수치는 당을 섭취하면서 올라가게 되는데 당이 너무 높아지면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되거나 신부전, 암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어, 제때에 맞춰 인슐린이 분비되어 높아진 당을 낮춰준다. 그래서 대부분 혈당은 적당히, 완만히 오르고 완만히 정상 수치로 돌아오게 되는데, 급격히 올라간 당은 그러한 몸의 흐름을 깨트리게 된다.
밥을 꼭꼭 씹어먹었을 때 보통 약 90분에서 120분에 걸쳐 혈당이 약 110 정도 느슨히 올라갔다가 정상 수치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반면,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식사에 비해 당이 많거나 흡수가 빠른 형태로 되어 있다면 당은 30분 만에 140에서 160까지(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사람들은 200이 넘게 오르기도 한다.) 치솟는데, 이를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그리고 당 수치가 급속도로 올라가게 되면 당이 올라간 때와 인슐린이 분비되었을 때의 시간 차이로 인해, 인슐린이 혈당을 정상치보다 훨씬 더 아래로 내리누르게 된다. 이를 슈가 크래쉬(sugar crash)라고 하는데, 급격히 올라간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정상 범위 아래까지 떨어진 혈당이 다시 정상 범위로 돌아갈 때까지 찾아오는 상당한 무기력함이 바로 그것이다.
아주 건강한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평상시에 90대에 이던 혈당을 140까지 치솟게 하자, 늦게 다량 분비된 인슐린에 의해 혈당이 50까지 떨어졌다. 같은 실험을 40대에게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150까지 올라간 혈당이 58까지 추락해 저혈당 상태로 진입하게 되었다. 정상 혈당치 107에서 출발한 피험자는 44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앞서 설명했던 증상들과 함께 불안, 의욕 부진, 초조감, 두통, 만성적인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때 실험에 사용된 혈당을 올리게 한 수단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포도당 액체다. 액체는 순식간에 위를 거쳐 흡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순식간에 혈당치를 높인다. 그런데 포도당 액체라고 하면 포도당이 고도로 응축된 인위적으로 만든 무언가로 이해를 해서, 일상생활에서는 접하는 경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자주, 또는 이따금씩, 그다지 경각심없이 마시는 캔음료, 단 믹스 커피, 탄산음료, 스포츠 음료, 에너지 드링크 등이 모두 포도당 액체다.
위 실험들을 살펴보면, 혈당 스파이크 이후 정상 수치 아래까지 내려가는 데에는 약 120분에서 150분 정도가 걸리며, 해당 저혈당 수치 범위 안에 머무르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가 된다. 즉, 힘들어서 마신 당 음료로 일시적으로 에너지를 채운다고 해도, 그로부터 두 시간 이후부터는 오히려 업무 성과에 확연히 마이너스가 되는 상태로 진입해서 무려 1시간이 동안이나 피로감과 산만함, 권태감, 알 수 없는 짜증에 사로잡혀 책상 앞에서 시간을 때우게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해당 결과들은 평소 당뇨의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즉,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산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혹은 이미 겼고 있는데 본인만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럼 2-3시간마다 다시 또 올려주고 하면 되지 않느냐(저혈당에 빠지지 않도록, 혈당이 떨어질 때쯤이 될 때마다 다시 혈당 스파이크를 계속해서 쳐주는 방법)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럴 경우 나도 모르게 탄수화물 중독이 되어 인슐린의 능력이 약해지거나 분비가 늦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뇨병까지 가지 않더라도) 보통의 음식이나 음료에도 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쉽게 저혈당 상태에 진입하게 되는 몸 상태가 될 수 있다. 덧붙여 우리 몸에서 포도당은 지방이나 단백질과 다르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섭취될 경우 거의 남김없이 중성 지방으로 형태가 바뀌어 축적된다. 지방은 많이 먹으면 변으로 배출되지만 탄수화물은 귀한 자원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탄수화물을 잘 놓아주지 않고, 넘치더라도 어떻게든 저축해 놓는다. 쉽게 말해, 살찐다는 말이다.
생산성에 소소하게 영향을 미치는 다른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당보다 더 큰 변수로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 또 쉽게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당신의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수 있도록, 평소에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자 한다면(+비만이 되고 싶지 않다면) 먹을 것들 다 편하게 먹더라도 최소한 당 만큼은 주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무의식적으로 놓치게 되는 대표적인 실수가 하나 있다. 바로 과일 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