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하나만 주의해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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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토 다이어트. 최근 1-2년 사이에 급속도로 유행을 탄 식이법이다. 케토 다이어트는, 몸이 당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하는 상태인 케토시스에 이르는 것이 핵심인데, 이렇게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분해되어 사용되는 과정에 케톤이라는 부산물이 생성된다. 몸 안에 케톤의 양을 늘려서 여분의 지방들을 태우는 케토시스 상태에 도달해 살을 빼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케토, 키토, 케토 제닉 등 비슷한 여러 용어들로 불리는데, 우리 말로는 아주 정확 치는 않지만 ‘저탄고지’라고도 불린다. 케토시스 상태가 되면 살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뇌가 당이 아닌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면서 뇌세포의 기능이 높아져 인지 능력과 집중력이 향상되고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도 알려져 있다. 여기에 간헐적 단식을 덧붙여서 완전무결 다이어트, 최강의 식사법이라고 불리는 방법론도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실제로 내 주변의 한 VC 지인도 1년여간 케토 다이어트를 통해 업무 생산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놀라움을 토로하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생산성의 관점에서 케토제닉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가 생기기도 했다.
케토 식이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지방을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는 선입견이 팽배한 가운데, 지방이 다른 영양소에 비해 압도적으로 효율적인 연비를 자랑하는 에너지원이라는 점, 살이 찌는 데에 기여하는 원인으로 지방보다는 탄수화물의 인과가 훨씬 강하다는 점 등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같은 질량의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에 비해 지방이 우리 몸에 몇 배는 더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실제로 케토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지방을 압도적으로 많이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살이 빠지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MBC에서 <지방의 누명>이라는 이름으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케토제닉은 아직 대중적으로 추천되기에는 한계가 더 많다. 모든 새로운 식이법들은 해당 식이법이 가진 장점에 기반하여 연구가 시작되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단점들이 발견된다. 그리고 각 장단점들에 대한 분석과 보완이 마쳐진 다음에 보편적인 지식의 수준과 상업적인 방식으로 전파되고 전개된다. 그런데 케토제닉은 아직 완전히 연구되고 검증된 보편 지식의 단계로까지는 가지 못했다. 실제로 케토제닉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의학계의 갑론을박이 여전히 상당하다. 여기에 더해 케토제닉으로 엄청난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과 반대의 효과를 본 사람들 간의 논쟁도 정리가 확실히 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던 뇌 기능의 개선과 관련해서도, 케토제닉의 상태에서는 뇌가 최우선적으로 사용하는 포도당이 부족하여 학습 능력이 저하된다는 주장도 있고, 피부 발진이나 불면증을 겪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체내 케톤 분비가 늘면서 입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간이나 신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기도 하고, 안구 건조증이나 무기력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심지어 일반 식이법에서 케토 식이법으로 바꾸면서 몸이 케토시스 상태가 되기까지 약 2주 정도가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두통이나 구역질, 피로 등 감기 유사 증상들이 발생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 가능성이 적지 않아 케토 플루(Keto Flu)라는 이름이 생겼을 정도다. 단기적으로는 원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해당 식이법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의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위험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누군가 오랫동안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수 만 가지 변수가 작용하는 대사 과정에서의 개인 차에 따른 결과일 뿐, 대중화하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여러 의료 학회에서 장기적인 효과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혹여라도 미래에 효과와 안정성이 검증이 되었다고 해도,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의 차원에서 창업가를 위한 식이법으로 추천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많다. 케토제닉을 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섭취 비율을 약 1:2:7 정도로 유지를 하고, 탄수화물의 섭취를 20g, 아주 많이 양보하더라도 100g 미만으로 해야 한다. 참고로 밥 한 공기에는 탄수화물이 약 6-70g 정도 있고, 라면 1개는 약 80g의 탄수화물이 있다. 제주도에 놀러 가서 고기 국수 한 그릇 조차도 다 즐기지 못할 정도다. 탄수화물에 집중되는 한국인의 식단 특성을 고려하면 케토제닉의 식이를 유지한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도 매우 어렵지만 지방을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몇 배는 더 먹기도 무척 어렵다. 삼겹살을 많이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삼겹살에도 단백질이 꽤 있어서 그렇게만 해서는 단백질과 지방의 비율을 맞출 수 없다. 오히려 삼겹살을 굽고 난 기름을 마시거나, 순댓국에 치즈를 뿌려 먹거나, 버터를 퍼먹는 수준으로 섭취해야 겨우 케토시스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방탄 커피 등을 통해 필요량을 채우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상적인 한국인의 식단과 상당히 이질적일뿐더러,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거의 없어서, 거의 매일 직접 조리하고 도시락을 싸야 한다. 식재료의 비용도 일반식의 식재료들에 비해 높아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피로감 해소나 뇌의 기능 개선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고 이 노력들을 해내 볼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노력을 하기는 쉽지 않다.(열심히 해도 효과가 없는 사례도 꽤 있고, 잘 조절하지 못하면 반대로 살이 더 찌기도 한다.) 케토제닉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시간적, 정신적, 물질적 비용과 스트레스가 오히려 업무 생산성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자신이 경험한 케토제닉의 효과를 설파한 VC분도 케토제닉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으로 꾸준히 유지하기가 어려워, 평상시에는 일상식으로 지내고,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을 때에만 일시적으로 케토제닉을 시작해서 효과를 보는 쪽으로 삶에 적용하고 있다.(회사 근처에 있는 칼국수 맛집의 유혹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식이법과 관련해서는 당을 너무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을 주의하는 정도 말고는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안 그래도 신경 쓸 것이 산더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