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행복을 놓치지 않는 최소한의 식이 가이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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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놓치지 않는 최소한의 식이 가이드가 주제인 만큼, 하루 3번 끼니때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일상의 피로감을 높이지 않게끔, 정말 최소한의 원칙들만 공유하려 한다. 일단 기본적인 대원칙은 당이 너무 높이 치솟는 것을 막아, 혈당 스파이크에 바로 이어 찾아오는 무기력하고 산만한 저혈당 상태를 방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식단에는 탄수화물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간식으로 먹는 것들 역시 그렇다. 그런 환경에서 탄수화물을 끊으라거나 반만 먹으라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는 100번을 들어도 1번을 실천하기가 어렵다.(너무 맛있으니까!) 따라서, 그런 식의 조언보다는, 같은 양을 먹더라도 생산성에 지장을 주는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는 데에 방향을 맞추고자 한다. 그다지 힘들지 않지만 꽤 효과가 있는 첫 번째 실천 방안은 밥 먹기 전에 채소를 먹는 것이다.
일본의 한 연구소에서는 식사의 구성 요소는 똑같이 하되, 식사를 하는 순서를 변경해서 각각의 식사법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실험에는 당뇨병 환자들 뿐만 아니라 건강한 일반인들도 함께 참여를 했다. 실험은 간단했다. 쌀 밥을 먼저 먹고 생선이나 육류를 먹는 그룹과, 생선이나 육류를 먼저 먹고 쌀 밥을 먹는 그룹의 혈당 변화를 체크해 본 것이다. 그 결과, 생선이나 육류를 먼저 먹은 그룹의 혈당 상승폭이, 쌀밥을 먼저 먹은 그룹의 혈당 상승폭보다 약 3-40%나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참고로 생선을 먼저 먹은 그룹보다 육류를 먼저 먹은 그룹의 혈당 상승폭이 더 적었다.) 더 나아가 식사 후 시간이 지나는 과정에서도 쌀 밥을 먼저 먹은 그룹보다 생선이나 육류를 먼저 먹은 그룹이 더 천천히 공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리를 살펴보면, 단백질을 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의 소장과 대장에서 인크레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리고 이 호르몬은 위산의 분비를 감소시키고 음식이 위에 오래 남아 있게 함으로써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췌장이 인슐린을 더 잘 분비할 수 있도록 만들고,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 호르몬은 억제하여 식후 혈당이 안정적으로 잘 관리되게 된다. 그 결과로, 순서상 늦게 탄수화물을 먹게 되면 양이 많더라도 탄수화물을 먼저 먹었을 때보다 인슐린이 미리 마중을 나와 포도당을 잘 처리해서 혈당이 치솟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를 찾아낸 연구진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 앞에 채소를 더 먼저 먹게 할 경우에는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야채나 채소도 큰 구분에서는 탄수화물에 속하기 때문에 고개가 갸웃거릴 수 있지만, 사실 야채나 채소가 가진 탄수화물은 흰 쌀 밥이나 라면의 탄수화물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식이섬유도 탄수화물에 속하는 영양소인데 야채나 채소에 있는 탄수화물은 식이섬유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이섬유는 체내 노폐물을 흡착해 같이 몸 밖으로 나가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장에서 당의 흡수를 늦춰 혈당치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순서는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이라고 볼 수 있다. 채소가 없는 식탁이라면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먹는 정도도 좋다. 그렇게만 해도 의미 있는 차이를 낼 수 있다.
코스 요리로 대표되는 서구식 식사를 살펴보면 앞부분에 야채나 채소가 먼저 배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식사는 한상 차림으로, 다 같이 꺼내놓고 편하게 먹는 스타일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이미 메인 메뉴에서부터 반찬까지 전부 다 나와 있는 테이블에서 채소를 먼저 먹기란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지만, 뭘 자꾸 덜 먹어라, 먹지 말아라 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감사한 연구 결과인가.(순서만 바꾸면 된다니!) 그리고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돈가스를 먹으러 가거나 초밥을 먹으러 가면 항상 야채 샐러드를 조그만 접시에 담아서 먼저 서빙을 해주는데, 그걸 먼저 먹으면 된다. 고깃집에 가도 야채 바구니는 항상 같이 나온다. 그걸 먼저 입에 넣는 것 정도라면 할 만하지 않나?(맛난 것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가장 나중에 먹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금 이런 연구들을 진행해준 연구진들에 감사해하며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면 참 좋겠지만) 먹는 거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자. 창업가는 이미 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만 해도 한 가득이다. 일에만 집중해도 될까 말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