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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런 Jun 24. 2019

현실과 현실 사이

[NETFLIX] 블랙 미러 Black Mirror

브런치 X 넷플릭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 02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블랙미러 #시즌5



*주의

아래 모든 내용은 100% 개인적인 의견일 뿐, 원작자의 의도와 1%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시즌5 - 에피소드1: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와 '시즌3 - 에피소드4: 샌주니페로'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으니,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읽어주세요.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블랙 미러라지만 늘 전반적인 톤&매너는 어딘가 닿아있다고 느꼈는데, 시즌5는 마치 다른 시리즈 같은 인상을 받았다. (블랙 미러의 매력 포인트인) 현실의 치부를 드러내거나, 폐부를 찌르는 느낌보다는 오락성에 집중한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가 그러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그 사이 넷플릭스께서 보내주신 블랙 미러 굿즈가 도착했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단어 하나가 꽤 가볍게 떠올랐다. 아래는 '관계'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복기하며 적은 주저리주저리다.




공간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테오와 대니 그리고 칼, 세 명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의 관계를 사랑과 우정이라는 말로 간단히 선 그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갈등이 발생한다.


세 명의 동거, 둘의 결혼

테오와 대니가 결혼하기 전, 칼은 이들과 함께 살았다. 테오와 대니가 섹스를 하는 동안에도 벽 너머에 있던 룸메이트. 언제든 새벽까지 대니와 함께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즐기던 칼이지만, 테오와 대니가 결혼한 후엔 상황이 달라졌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단 말처럼 공간의 분리는 이들의 관계에 거리를 만들었다. 1년여 만에 만난 대니와 칼은 반갑게 인사하지만 왠지 모르게 어색한 포옹을 나눈다.


장소를 옮겨 맥주를 함께 마시고 근황 토크를 할 때 분위기가 조금 반전되는데 (폐쇄된 곳은 아니지만) 한 공간에서 단둘이 밀담(?)을 나누면서 멀어졌던 둘의 거리가 다시 가까워진 느낌이다. 재미있게도 테오가 등장하자 둘의 대화가 다시 단절되는데, 이 장면이 마치 이들의 관계와 향후 벌어질 갈등을 암시하는 것 같다.


파티가 끝나고 설거지하는 대니에게 테오는 칼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대니는 자신도 오랜만에 만났고 자세한 건 모른다고 답하지만, 테오가 알지 못하는 둘만의 비밀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테오와 대니 사이의 균열을 만드는 씨앗이 된다.


가정적인 남자와 자유연애자

잠깐 앞 장면으로 돌아가면, 결혼 전에는 두 관계가 동시에 유지되었다. 테오와 칼 모두 대니와 그의 시간을 독점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각자의 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 혹은 규칙이 존재했을 것이다. (테오는 밤늦게 게임을 하는 대니와 칼에게 "빌어먹을 볼륨 좀 줄이라" 했지만 곧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결혼 후, 테오는 합법적으로 대니와 그의 시간을 독점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안정을 찾았다" 말하는 대니는 소위 말하는 가정적인 남자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가정적인'이란 말은 어찌 보면 조금 이상한 말이다. 가정이 있는 사람은 애초에 가정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오기를 약속한 것이니, 오히려 가정적이지 않은 이에게 '반가정적'이라 말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투철한 준법정신'이 때론 앞뒤가 꽉 막혀 유도리가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처럼, 사회아로써 책임과 도리를 무시하고 가정이기주의자가 된다면 '너무 가정적'이라 비판할 수는 있겠다.

가정이 있다면 당연히 가정적이어야지.


(다시 돌아와서) 한 편, 칼은 최소 10년 이상 사귀었던 데이지와 헤어졌다. (좋은 친구로 남았다는데, 이건 데이지 말도 들어봐야 함.) 현재는 다시 한참 어린 여자친구와 자유로운(?) 연애 중인데 그간 결혼을 하고 자녀도 갖게 된 칼과 대조되는 점이다. 또한 마리엘라와의 어긋나는 대화를 보면 둘은 (기본적으로 세대차가 있고) 공감대가 별로 없다. 심지어 대니와 VR게임을 시작한 후로는 육체적 관계의 만족도조차 비교열위에 놓인다.


결혼이 아닌 연애를 고집하는 칼에게 사랑이란 어쩌면 그저 감각적이고 일시적인 것일지도. 따라서 현실보다 더 감각적이고 일시적인 가상현실 속 관계에 더 끌리는 칼은 현실 삶의 안정감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니와 달리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칼과 대니가 함께 즐기던 게임의 최신판 '스트라이킹 바이퍼스X'는 VR을 이용한 획기적인 게임이자 공간의 단절로 시작된 둘의 관계가 회복되는 매개가 된다. 특히 작품 속 VR은 현실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로써 제3자가 침입할 수 없는 칼과 대니 만의 새로운 현실 공간을 선사한다.


'스트라이킹 베이퍼스'은 1:1 격투 게임의 특성상 두 명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며, 두 명 외에 누구도 이 무대에 끼어들 수 없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X'은 이러한 게임의 기본 특성을 더욱 극대화한 VR버전으로 의식 자체를 게임으로 끌어들여 현실과 격리하는데, 이때 의식뿐 아니라 감각 역시 연동되기 때문에 중복된 현실감각 속에서 자아의 분리가 일어난다. (내가 했지만 내가 한 게 아니다?)




우리가 사랑에 기대하는 것


가상현실 속 밀회를 즐기던 대니는 아들의 정강이어택(이보다 더 강력한 현타가 있을까)으로 현실에 돌아오지만, 이미 맛본 신세계를 쉽게 잊지 못한다. 현실의 일상생활 중에도 칼과 계속 연락하면서 마치 불륜 관계의 애인처럼 행동한다.

이쯤 되면 테오가 눈치를 못 채는 것이 이상할 정도인데 아니나 다를까 눈치를 챈다. 다른 여자가 생겼냐는 테오의 질문에 대니는 아니라고 답하지만, 이것은 거짓말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거짓말이다. (현실 애인은 없어. 가상현실 애인은 있지.)


익숙함과 지루함의 경계

이야기의 첫 장면*부터 드러나듯, 테오는 늘 대니가 자신을 새롭게 대하길 원한다. 하지만 오래된 관계는 이내 익숙해지고, 익숙한 관계는 새롭기 힘들다.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한 대니의 말에서도 그가 테오를 더 이상 새롭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결국 그는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자극의 유혹에 아주 쉽게 넘어갔다.

첫 장면*에서 마치 처음 만난 사이처럼 테오에게 작업을 거는 대니


반면, 테오는 자신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 남편에게 새로운 관계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하지만, 그 와중에 자신에게 접근한 낯선 남자의 작업을 아주 간단히 거절한다. 테오가 반지를 보여주며 유혹을 뿌리친 이유는 자신이 여전히 매력적이란 사실을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닌 대니를 통해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공존

관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은 테오. 현실과 또 다른 현실을 모두 합법적으로(?) 살고 싶은 대니. 쿵작이 맞는 친구와 색다른 자극을 즐기고 싶은 칼. 결과적으로 이들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지속한다.


먼저 테오는 원하던 둘째 아이를 갖는다. 이는 철저히 그녀의 선택이자 계획이며, 자신과 대니의 관계를 확고하게 하는 살아있는 증거다. 대니 또한 가정에 충실한 남편으로 다시 돌아가 안정적인 삶을 영위한다. 이야기는 그렇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끝날 듯했지만, 다시 돌아온 대니의 생일에 테오와 그가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테오와 대니는 각자 반지와 VR을 주고받으며 서로와의 약속 혹은 굴레를 잠깐 벗어놓는데 (테오가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는 장면과 대니가 관자놀이에 VR을 붙이는 장면은 묘하게 비슷한 느낌) 등가교환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한 이들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야기는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테오와 대니는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의 비일상적인 삶을 허용한다. 이들은 결혼 서약을 하며 서로 함께하기를 약속했던 것처럼, 합의하에 일정 시간 각자 일탈을 즐기는데, 평화로운 엔딩 BGM은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급진적인 태도와 대조된다. 이 장면을 보면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것은 칼뿐만이 아닌 것 같다. (서로 약속을 지키고, 각자의 삶과 태도를 인정한다면 만사 오케이란 말인가. 결혼 제도에 대한 얘긴가..)

어쩌면 모든 문제의 원흉이라고 볼 수 있는 칼이지만, 그 역시 단순히 쾌락을 좇는 건 아니다. 특정 캐릭터(록셰트)와 특정 상대(대니)를 고집한다는 것을 보면 (물론 다 해봤는데 니가 짱이더라, 라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칼에게도 나름의 기준이 있다. 특히 빗속에서 대니와 키스하(하고 윀하)는 장면을 통해 칼은 현실에서의 관계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저 그에게는 가상현실이 더 이상적인 현실이고, 그 안에서 대니와의 만남이 더 완벽한 관계일 뿐이다.




기술이 바꾸는 현실의 기준


언젠가부터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평행우주'라는 개념이 많이 등장한다. (자세한 것은 또 엄청 세분되어 있는 것 같던데 잘 모르니까 생략)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가 속한 우주(세계) 외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 것인데, 현재 살고 있는 현실과 분리된 시공간이라는 점에서 작품 속 VR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의식과 감각이 연결된 VR의 경우에는 각각의 현실을 두 개의 독립된 현실로 보기는 어렵다.


의식이 하나라면 발현되는 외형이 다르더라도 하나의 인격으로 봐야 하고, 감각을 공유한다면 감각을 사용한 모든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함께 따져야 하지 않을까. 만약 가상현실 속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 현실을 기준으로 현실에서 처벌하면 될까. '샌주니페로'에서처럼 완전 이주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면이 꺼지면 나의 얼굴을 비추는 블랙 미러. 화면이 켜지면 내 얼굴은 다시 지워진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현실을 살게 될까. 얼마나 어려운 문제들을 마주하게 될까.





잠깐 스쳐 간 장면과 생각


TCKR 시스템

동일한 VR디바이스가 등장하는 '시즌3 - 에피소드4: 샌주니페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일단 '샌주니페로'가 훨씬 재미있었다) 어쨌든 넓게 보면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과연 현실을 대체하는 인위적인 현실이 존재할 수 있을까? 존재해도 될까?"




아니, 당신은?

캐스팅으로 인해 주목되는 것은 늘 장단점이 있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경우 애슐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현실 싱크로율을 보였기 때문에 조금 다른 케이스. 앤서니 매키는 어벤져스 시리즈로 인해 날개와 고글이 없는 모습이 낯설었다. (물론 내게는 여전히 8마일의 파파독 아니 진짜 이름은 클라렌스래요~ 이미지가 더 크다.)



아니, 당신은? (2)

또 다른 어벤져스 출연배우 폼 클레멘티에프. 이번 에피소드에서 엄청난 매력을 내뿜는다. 진짜 게임에서 막 튀어나온 느낌. 반면 남자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는 조금 아쉬웠는데, 원빈이나 김남길 같은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냥 내가 좋아해서...)




알고 보니 대박 복선

-_-...




알고 보니 대박 복선 (2)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예의상 물어봅니다

(진정한 세대차이)




침묵의 위력

말을 안 하면 사람이 돈다.




너무나 현실적인 비현실

현실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 너무나 현실적인 그들의 마지막 무대




선택일까 복수일까

테오는 어떤 마음으로 바에 갔을까




다음부터는 조금 더 생각하고 글을 쓰자...


ㄲㅡㅌ.





- 내용에 포함한 이미지는 '시즌5 - 에피소드1: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서 캡쳐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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