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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수 Nov 10. 2018

이자카야에서 어떻게 주문해야 하나요? (안주편)

어떤 나라든,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역사, 음악, 미술, 음식 등등. 그치만 여행자 입장에서 제일 쉽게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장르는 역시 술이 아닐까. 일본식 이자카야에서 그럴듯하게 안주를 주문해 먹는 스스로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사실 필자는 술을 그렇게 자주, 많이 먹는편은 아니다. 이런 내가 과연 이자카야에 대해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 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방인 입장에서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니 한 번 소개해본다. 일본식 이자카야에서 술잘알인 척 주문할 수 있는 법!



1. 안주는 한두개씩, 천천히, 순서대로 주문한다.


한국 친구들이 일본에 와서 놀라는 점, 음식이 왜 이렇게 조금 나와? 음식 종류에 따라 적정량이 다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 이자카야에서는, 조금씩 여러 종류를 시키라는 뜻에서 음식 하나하나가 조금씩 나오는 것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기본안주(おつまみ:오쯔마미) → 전채(前菜:젠사이) → 일품요리(一品料理:잇삔료리) → 하시야스메(箸休め:하시야스메, 젓가락을 잠시 쉰다는 뜻) → 메인요리(メイン料理:메인료리) → 시메(締め:시메, 마무리한다는 뜻으로 밥이나 면 같은 탄수화물) 순으로 주문한다. 음식양이 많을 것 같으면 중간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음식양이 부족할 것 같으면 중간중간에 마음에 드는 음식을 더 주문하면 된다.


일본에도 2, 3차 문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녁을 따로 먹지 않고 이자카야에 바로 갔다면 최소 2~3시간은 체류할 생각을 하면 된다. 가게마다 음식 나오는 속도가 다르니 일단 주문을 해 보고 속도를 조절하자. 필자는 테이블에 항상 두세개 정도 안주가 올라와 있도록, 다 떨어질때쯤 다음 단계를 주문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2. 각 단계의 대표적인 메뉴를 알아둔다.


구루나비 매거진(출처는 포스팅 맨 아래 링크)에서 각 단계가 보통 어떤 음식으로 구성되어있는지를 그림으로 제시해주고 있어 같이 소개해본다. 먼저 기본안주인 오쯔마미. 운 좋으면 서비스로 그냥 주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 필자는 에다마메를 제일 좋아한다. 껍질을 까서 콩알만 쏙쏙 빼먹으니 먹는 재미도 있고, 짭짤한 맛이 어떤 술과도 잘 어울린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에다마메(완두콩), 우메스이쇼(매실 저민 것), 포테토사라다(감자샐러드), 츠케모노(절임반찬), 삶은 달걀, 타코와사(생 문어를 와사비에 무친 것)


다음은 전채. 필자는 두부나 양배추, 토마토를 선호한다. 각 식재료를 어떻게 조리하는지에 따라 이름이 다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두부의 경우 차가운 것 보다는 아게모노(揚げ物)라는 이름의, 표면만 바삭하게 튀겨 낸 두부를 주문하는 편이다. 양배추도 야키토리(닭꼬치)처럼 헤비한 음식을 먹을 땐 생으로 먹는 게 좋고, 이자카야에서 가벼운 안주로 먹을 땐 데친 게 좋다.


또 그림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혹시 메뉴에 제철야채(旬の野菜:슌노야사이)를 사용한 샐러드가 있는 경우에는 그걸 시켜본다. 일본은 생각보다도 더 농업이 발달한 나라라 각 지방마다 특산 채소가 있다. 도쿄라면 사이타마나 치바 인근에서 각 계절마다 맛있는 채소를 가져오는 것이니 맛있을수밖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쯔메얏꼬(냉두부), 시오캬베츠(양배추), 카르파쵸, 토마토슬라이스(차가운 토마토라고 해서 히야시 토마토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시저샐러드, 오이.


다음은 일품요리.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먹어볼까? 라는 느낌이다.


아래 그림에는 치즈아게만 소개하고 있는데, 필자는 비슷한 계열에서는 고로케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자카야에서 주문하면 갓 구운 고로케를 먹을 수 있으니 혹시 메뉴에 보이면 꼭 주문해 본다. 속은 가게마다 다르지만 감자(쟈가이모)나 단호박(카보챠) 으깬 것이 많다.


사시미는 회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 아니라면 비린맛이 날 수 있어 조심해서 주문하는 편이고, 야키토리는 뭐 어딜 가나 제일 무난한 메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모듬 소시지, 치즈아게(겉면을 바삭하게 구운 치즈), 가라아게, 모듬 사시미, 감자튀김, 야키토리(닭꼬치) 모듬이다.


다음은 하시야스메(젓가락을 쉬어간다는 뜻). 메인요리가 나오면 슬슬 그 자리가 끝나간다는 신호가 되므로, 일품요리 다음에 살짝 한 단계를 추가하는 것이다. 일본식 계란말이는 다싯국물을 넣어 폭신폭신하고 달달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한국에서 생선구이는 밥 먹을때 반찬으로나 먹지만, 일본에서는 메인요리 전에 종종 즐긴다. 계절마다 맛있는 생선이 다른데, 9~10월까지가 산마(꽁치) 계절이었고 슬슬 부리(방어)의 계절이 다가오는 것 같다. 제철 생선이 뭔지를 물어봐서 그걸 시키면 된다.


또 그림에는 새우 휠레가 나왔지만, 슬슬 겨울을 맞아 아지(전갱이)나 카키(굴) 계절이 다가오고 있으니 튀김을 시킬거라면 아지후라이나 카키후라이를 주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둘 다 특유의 향이 강한 해산물이라 튀김옷을 입히면 풍미가 한결 살아난다.


메인요리의 경우 사진이 없어 생략한다. 각 이자카야마다 테방(定番, 대표메뉴라는 뜻) 또는 오스스메(オススメ), 인기(人気) 등 그 가게를 대표하는 메뉴가 있다. 그게 뭔지 물어보고 그걸 시켜보도록 하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모쯔니코미(곱창조림), 이카스가따야끼(통오징어구이), 새우 휠레, 아게다시두부(튀긴두부), 계란말이, 홋케(임연수구이)


마지막으로는 시메. 일본도 한국처럼 술을 마시고 나면 탄수화물로 마무리해 속을 편하게 한다. 대표적인 시메가 라멘인지라, 신주쿠에 있는 오모이데요코쵸(思い出横丁)처럼 이자카야가 밀집한 골목 근처에는 막차시간을 전후해서 꼭 라멘트럭이 한두개씩 나타나곤 한다.


필자가 먹었던 시메 중 재미있는 이름으로는 쉐프노마카나이고항(쉐프가 보증하는 = 실패할 일 없는 = 맛있는 밥)이 있었다. 거기가 마침 호르몬(곱창구이) 집이어서 밥에다가 각종 고기 부속물을 볶아 덮밥처럼 올리고, 날계란을 얹어주었는데 이름 덕분인지 정말이지 눈물나게 맛있었다. 이자카야에서 시메는 메인요리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메뉴이기 때문에 가게마다 나름대로의 무기를 갖고있는 경우가 많다. 역시 서버에게 컨설팅을 받아보고 주문해보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야키소바, 오니기리, 라멘, 오챠즈케(따뜻한 차에 밥을 말아먹는 것), 챠항(볶음밥), 피자.



3. 서버에게 상담 받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사실, 일본은 알면 알 수록 언어장벽이 있는 나라다. 긴자나 신주쿠 롯본기 같은 번화가로 나갈수록 영어메뉴를 갖춘 이자카야가 많기는 하지만 서버들이 유창한 영어로 대응해주기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어가 잘 안 통하는 서버를 붙잡고 손짓발짓 이건 뭔가요 저건 뭔가요 묻고있자면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싶을때도 있다. 분명한 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인들도 주문할 때 서버에게 상담받는 건 마찬가지라는 사실. 가게마다 대표메뉴도 다르고 식재료를 지칭하는 말도 워낙 다양해서 일본에서 태어나 평생 일본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도 메뉴판만 봐서는 모르는 말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메뉴판을 가리키며 하나하나 이게 무슨 말인지 알려달라고 하는 건 좀 곤란하겠고, 각 단계별로 인기메뉴가 뭔지를 물어보는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쯔마미로는 뭐가 좋을까요?' '전채를 주문하려는데 에다마메나 캬베츠, 토마토 요리가 있나요?'라고 질문해보자. 막연하게 물어볼 때에 비해 서버가 훨씬 상세히 답변해줄 수 있을 것이다.


롯본기 번화가에 위치한 야키토리 전문점 죠몬 페이지를 캡쳐해왔다. 인기 많은 집이라 예약은 필수. 외국인이 많은 지역이라 영어로도 어느정도는 대응이 된다. 여기 맛있다. :)


타베로그의 음식 사진을 미리 공부해가는 것도 방법이다. 대충 사진을 보고 맛있어보였던 메뉴가 있으면, 이거 주세요 또는 이거랑 비슷한 메뉴가 또 있을까요? 라고 묻는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은 책임지는 데 더 민감한 문화가 있는 나라다. 자기 의견대로 추천해줬다가 혹시 손님이 맛없다고 컴플레인을 걸면 곤란하니 가게 매뉴얼에 '추천메뉴'라고 적힌 메뉴를 제외하면, 자기 의견대로 추천해주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이 있다. 그럴때는 질문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생선구이를 먹고싶은데 요즘 제철인 생선이 무엇인가요? 시메를 먹고 싶은데 밥 종류 중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 메뉴가 있나요? 이런 질문은 서버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그간의 정보를 바탕으로 답할 수 있으니 친절하게 잘 답변해준다.





일본 이자카야에서 어떻게 주문해야 하나요? 안주편을 적어보았다. 사실 필자도 일본에 와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단계고, 주문이라는 게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어디를 갔는지에 따라 너무나 달라지는 거라 일반화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대충 위에 적은 내용을 잘 기억해두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응용해서 주문하면 무턱대고 주문하는 것보다는 훨씬 능숙하게 주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 식문화 탐구> 매거진 다음 편에서는 일본 이자카야의 술 메뉴를 소개하려고 한다. 니혼슈, 소주, 우메슈, 하이볼 등등의 술 종류와 각각을 마시는 방법 등이다. 기대해주세요.



# 인용자료

구루나비 매거진, <상사가 '적당히 주문해'라고 했을 때 대처법. 100점짜리 안주 주문법을 알아보자>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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