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이기심

봉사

by 순디기

봉사

이 단어는 왠지 무겁게 느껴진다.

왜일까?

봉사란 남을 위한 뭔가 거창한 일이라는 부담감을 준다


나는 미국에 산다.

영어가 불편하지만 우연찮게 앞집에 사시는 이탈리언 83세 할머니와 가끔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최근에 할머니가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우울해 하신다.


어느날, 딸아이 도시락으로 스팸 무스비를 싸면서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나서 할머니께 몇조각 가져다 드렸다.

스팸무스비가 그렇게 귀한 음식은 아닌데도 할머니는 80여 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드셔보셨다면서 너무 맛있고 고맙다고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신다. 읽는데 한참 걸릴 정도로(영어는 왜 이렇게 늘지 않는지)


어렸을 때 친구들과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서 토론을 하던 기억이 있다.

친구에게 질문을 했다.

귤이 하나 있고, 친구랑 나눠먹으려고 귤을 깠더니 아홉 알이 나왔어. 그러면 너는 친구에게 몇 알을 줄래?

다섯 알?

왜?

친구를 사랑하니까?

친구를 위해서?


그때 나는 그건 내가 좋아서라고 논쟁을 했었다. 친구가 다섯 알을 먹는 것이 내가 좋아서, 친구가 좋아하니 내가 좋아서…

타인을 위한 행동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어쩌면 늘 ‘나를 위한 마음’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봉사란 무거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봉사가 아닐까?

오롯이 타인만을 위해 하는 일이란 있을 수도 없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나도 지치고 상대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 될것이다.


일상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보려 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할머니를 위로하면서 잠시 내가 잘 쓰임에 고맙고 행복한 마음이 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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