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미래를 주도하는 한국형 지속가능한 학교

- 미래교육자치연구소 지속가능발전교육분과 의제를 논의하며 -

by 햇귀쌤


‘미래가 없는 미래’를 논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이 어렸을 때, 선생님의 선생님께서 ‘네가 어른이 되면 물을 사서 마실 거야’라고 했던 말씀을 웃으며 넘겼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어른이 된 지금, 우리가 깨끗한 물을 구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죠. 앞으로 여러분은 신선한 공기를 사 먹어야 할 수도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선생님은 여러분이 어른이 되어서 진짜 맑은 공기를 사 먹게 될까 봐 겁이 나요.”

환경교육을 시작하면서 제자들에게 되풀이하는 이야기이다. 초임 때의 아이들은 웃으며 이야기를 받아들였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이 이야기를 가볍게 듣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봄이면 미세먼지로 운동장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은 초등학생에게 맑은 공기가 늘 있지는 않다는 사실은 이미 익숙하다.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과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고 규정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환경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는 우리는 가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현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속가능한 학교 구현

기후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 앞에 미래를 논하기 위한 모든 전제조건은 환경이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 정책 방향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가장 설득력 있는 해결방안으로서의 교육은 인간의 내면적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근원적이며 장기적인 대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는 생태환경교육을 교육목표와 전교과의 내용요소에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생태환경교육은 단순히 눈앞의 위기를 벗어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통합적인 관점으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이 실현되는 친환경적인 학교 공간부터 지속가능한 학교경영체제, 지역과 연계된 교육과정까지 통합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2009년 친환경 녹색학교 추진계획은 탄소를 줄이기 위한 추진실적만을 수치화하다가 정권교체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교육부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지속가능성과 연계된 학교 교육과정과 시설을 연계한 종합적인 추진 모델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선언적인 환경교육 관련 정책과 시행령, 추진계획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지금의 학교 현장에 필요한 것은 전체적이고 실천적인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장으로서의 학교 구현이다.



‘한국형’지속가능한 학교여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용어는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에서 정의된 후,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교육계에서는 영국, 호주, 미국 등을 중심으로‘지속가능한 학교’에 대해 다양하게 논의해왔다.

2015년에는 UN에서 전지구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로 제시하였다. SDGs는 다양한 국가적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므로 각 국가들은 가장 적절하고 관련 있는 목표 내 세부 목표와 지표를 골라 척도를 삼을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K-SDGs(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제시하였고, 2021년는 국내 기업 상황을 고려한 K-ESG의 표준지표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속가능한 학교 모델도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반영한‘한국형’이어야 한다.

‘한국형’ 지속가능한 학교 모델은 단계적으로 2025년까지 모든 학교가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K-SDGs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음식과 음료, 에너지와 물, 여행과 교통, 소비와 쓰레기, 지역사회의 복지 등 공통 주제를 설정하고 학교별 선택 주제 선정을 위한 융통성을 지녀야 하며 지역과 연계한 탄소중립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한국만의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추진 모델로 개발되어야 한다. 이러한 한국형 지속가능한 학교는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지속가능한 학교, 학교 공간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학교는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으면서도 녹색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도시에 대부분이 위치하였고, 지역에 따라 다양한 특색을 보인다. 따라서 한국형 지속가능한 학교 모델은 친환경적인 학교 시설을 기반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학교경영체제와 지역과 연계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교육과정을 통합적으로 담아야 한다.

2005년부터 학교건물에 대한 친환경 인증제가 시행되었으나 정부기관 산하 시도교육청들의 설계지침에 친환경 항목을 포함하면서 활성화되었고, 단위학교의 선택에 따라 참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학교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국가 수준에서 마련된다면 모든 학생들이 기본적이고 공통적으로 갖춰진 친환경 학교 공간 안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이에 학교 건물의 친환경 항목과 심사기준을 국가 수준에서 재정비하고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하여 지속가능한 학교 시설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의 학교라면 공통적이고 기본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친환경 건축 기법과 자재 명시, 녹색공간 확보 비율, 일정 기준 이상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사용과 확대 계획, 제로에너지를 위한 관리방안 등 지속가능한 삶의 체험장으로서의 갖춰야 할 학교 시설의 구체적인 표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형 지속가능한 학교를 객관적으로 진단해야 볼 수 있어야

기후위기의 현실은 시급한 실천을 요구하는데 모든 학교가 바로 지속가능한 학교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학교 지속가능진단지수가 개발되면 객관적으로 단위학교를 진단한 결과를 토대로 한국형 지속가능한 학교를 빠르게 정착시킬 수 있다.

학교 지속가능진단지수 또한 학교 공간, 학교경영, 교육과정의 3가지 영역이 통합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며 각 영역에서도 국가 수준에서 개발된 공통 진단지수와 학교 선택 진단지수로 나누어 단위학교의 실천가능성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 공간에서는 친환경적 디자인 구현, 절전형 부품 사용, 식수사업 계획, 도보 및 자전거 통학을 위한 기반시설, 자원순환시설 등을 진단하고 학교경영에서는 친환경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조직 및 절차, 시설관리 및 운영, 구성원의 협의를 통한 지속가능한 정책 여부 등의 진단이 포함되어야 하며 교육과정에서는 학교자율과정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는지를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진단 결과를 통해 교육부와 환경부,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의 협업부서가 실천적인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장으로서의 학교 구현을 효과적으로 지원한다면 지속가능한 학교를 통해 한국의 교육이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는 세계시민 육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지속가능한 학교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시대적 요청이 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는 인류의 미래가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최후의 대응가능한 세대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하다.

한국형 지속가능한 학교를 시작으로 미래가 있는 미래교육이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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