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하구둑에서 서천 갯벌을 바라보며
서천 갯벌 답사는 금강하구둑에서 시작되었다. 기수역이었으나 기수역으로서의 모습을 잃어버린 곳. 육지의 하천과 바다의 짠맛이 만나는 건강한 기수역에서는 나락이 영글 때 바다로 나가는 참게, 봄이면 육지로 오던 뱀장어, 흐트러진 갈대밭에서 산란하는 웅어 등이 풍성했다. 90년대 금강에 하구둑이 완성된 후, 참게가 없어지고 웅어가 사라지고 웅어를 기반으로 했던 지역식당들도 사라졌다. 우리가 플라스틱에 익숙해지는 만큼 갈대로 만들어 쓰던 빗자루, 소쿠리, 채반 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동안 풍성한 생명력이 쑥덕거리던 금강의 모습도 사라졌다.
원래 금강 하구는 6m의 큰 조차를 자랑하던 곳이었다. 밀물 때는 강경까지 400석 규모의 큰 배가 갔다가 돌아오곤 했으나 하구둑 건설로 이러한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장항항의 기능 또한 잃게 되었다. 또한 부유물이 빠르게 가라앉아 펄이 급격하게 쌓이면서 준설이 필요해졌고, 장항은 매립지를 만듦으로써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문제는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금강의 수질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녹조현상이 심각해졌다. 현재 생태계 회복을 위한 법이 제정되고, 국가개발계획이 수립되었으나 연어가 돌아왔다는 낙동강과는 달리 금강의 생태계 복원을 위한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금강의 끝을 따라 서천 갯벌에 당도했다. 멀리 장항제련소가 보이는 드넓은 갯벌에는 서서히 낙조가 지기 시작한다. 낙조가 물든 붉은 펄에서 여유롭게 먹이 활동을 하는 알락꼬리마도요가 우리를 반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유가 절로 느껴지는 장면이다.
2021년 서천 갯벌은 고창, 보성, 순천, 신안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단, 다음 심사까지 갯벌 면적을 넓히는 조건이었다. 갯벌의 면적을 어떻게 넓힌단 말인가? 강화갯벌이 추가되는 것과 같은 단순한 물리적 넓이의 추가가 답이 될 수 있을까?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하구둑이 열리면 갯벌이 산다. 금강과 서천 바다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금강의 기수역이 제 모습을 찾고 물때를 몸으로 기억하던 생태계가 열릴 때 서천 갯벌은 건강하게 넓어질 것이다.
서천 갯벌 답사가 하구둑에서 시작된 이유.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