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도 연애 잘할 수 있다고 말해 주는 드라마

드라마 <취하는 로맨스>에선 예민함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다

by Seonlit 썬릿

<사내맞선> 김세정 X 박선호 감독이 돌아왔다.

이번엔 김세정의 건강한 평소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드라마 <취하는 로맨스> 속 특전사 출신 주류회사 영업 팀장 채용주 캐릭터로.


기대한 만큼 김세정이 연기하는 채용주는

매사에 당차고 강하고 뚝심 있다.

자신이 담당하는 부산지점 폐점 위기가 오자

자신이 온전히 희생해 혼자 부양하는 할머니를 두고 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서울 본사로 상경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떨어진 “나의 이름으로” 맥주를 만든 브루어리 <유일한>의 한민주 대표를

지상주류와 콜라보할 수 있도록 영입하는 미션에 역시나 온몸과 마음을 바친다.


회사에 충성 헌신을 다하며 자신의 마음을 사려는

용주에게 민주는 너무 애쓰지 말고 자신을 돌보라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이상하게 이 섬세 예민 그 자체인 남자주인공에게 눈길이 간다.


지상주류가 특명을 내릴 정도로 영입해오라는

브루어리 <유일한>의 한민주 대표는 상대방의 감정을 빠르게 캐치하고 흡수하는 초감각의 소유자다.

(일반인 그 이상이라 상대방의 얼굴표정을 읽는 정도가 아닌 숨기고 있는 표정과 마음이 보이는 정도이다)


그런 자신의 섬세함을 살린 덕에 대기업 회장이 주목할 정도로 섬세한 맛을 자랑하는 브루어리를 일궈내고 운영하는 대표가 됐지만, 그의 삶엔 그늘도 많았다.


군인인 덕에 남성성을 강조하고 강요하는

아버지 밑에 자라 어머니가 돌아가신 순간에도 그는 남자답지 못하다며 맘껏 울지도 못했다.


그의 섬세함은 아니,

예민함은 남자로서 숨겨야 하는 것,

아버지 앞에 자랑스럽지 못한 것이었으니까.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배려했던 그의 호의는 상대방의 당연한 권리가 되어

가시로 변모해 그를 찔러오곤 했다.

(왜 사람들은 착하게 대해줄 때 감사한 줄 모를까?)


그래서 민주는 늘 자신을 꽁꽁 숨기고 가리며 사는 게 익숙한 남자로 성장했다.

브루어리 대표로서 직원들을 그렇게 살뜰히 생각하며 챙기면서도 막상 밥 한 끼 함께 하지 않고 늘 스스로 고립됨을 선택한다.

아무도 그의 예민함을 둘러싼 벽을 뚫을 만큼 다가가지 못해서일까.

(유일하게 알아봐 주던 엄마는 돌아가셨다.)


예민함의 뜻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라는 뜻을 가졌다.

우리도 흔히 예민하다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를 떠올리기보다는

위의 뜻대로 날카로운 사람, 그래서 상대를 피곤하게 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기피한다.


하지만 예민함에는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라는 뜻도 있다.

여기서 박선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예민한 남주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상대방의 감정을 빠르게 캐치하고 흡수하는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 섬세한 한민주를 글자 그대로 섬세하게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전작 <사내맞선>처럼 흥행한 로코 드라마 속 남주는 마치 흥행 공식처럼 빠지지 않는 요소가 있다.

위기에 빠진 여주를 백마 탄 왕자님처럼 멋지게 구해준다는 것.


하지만 이번엔 박선호 감독은

민주를 통해 백마 탄 왕자님을 조금 다르게 해석했다.


말처럼 폭주하는 여주 용주 곁에 다가가
조용히 손잡아주고
천천히 걷자고 말해주는 사람

민주는 밝고 씩씩한 용주의 가면 뒤에 숨겨진

슬픔, 간절함, 두려움을 알아 봐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자신이 지상주류 부산지점을 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아픈 할머니를 지켜줘야 한다는 슬픔,

이 모든 짐 때문에 잠잘 때조차 군기가 빠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간절함을 알아봐 주고

자신도 돌보라 말해준다.

물론 씩씩한 가장 스타일이자 감정을 숨기는 것이 더 익숙한 용주에게는

그것조차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여유는 애쓰는 나를 알아봐 주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아직 방송 4화임에도 우리는 용주에게 민주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거란 걸 알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너 T야?”라는 말을 이제는 슴슴치 않게 사용할 정도로,

공감의 시대가 됐다.


그런 면에서 예민한 사람은 지나치게 날카로워
상대를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가장 먼저 읽고 알아봐 주는 섬세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냅다 예민해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이 아닌 분출하는 사람들은 제외하겠다.)


상대의 작은 행동이,

미묘한 표정 변화가,

달라진 언어 표현이 느껴진다고

스스로 피곤한 사람이라 자책하지 말라.


그런 사람이야말로 이 공감의 시대에서
누구보다 따스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고,
다정한 연인이 되어줄 수 있다.


스스로의 예민함 때문에 힘든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예민함을 자신을 돌보고 사람을 사랑하는데

사용할 수 있기를,

그래서 따스함으로 스스로의 내면과 사람 간의 관계가 채워지기를 드라마 <취하는 로맨스>를 보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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