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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란 Jul 11. 2020

청계천을 담는 세 발자국

#02 청계시소 이야기, 두 번째

청계천-을지로의 제작문화를 상징하는 참여형 인스톨레이션 ‘청계시소’가 탄생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과정이 필요했다. 컨셉 디자인부터 시뮬레이션 툴인 퓨전 360을 이용한 설계, 재료 및 부품의 선택과 제작, 조립과 시험탑승까지 기나긴 여정을 거쳐 ‘청계시소’가 완성되었다. 3인의 작가와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20인의 장인이 함께 거쳐간 여정을 여기에서 소개한다.

 


Prototype 1: 원리실험


프로토타입 1은 우리의 머릿속 생각이 실제 기계 형태로 얼마나 구현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과정이었어요


프로토타입1은 ‘혼자 타는 시소’라는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원리를 실험하는 과정이었다. 사람의 움직임이 추의 움직임으로 연동되게 하는 기계적 구조를 설계하고 적정한 부품을 선정하는 등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중요한 기초작업이 수행되었다.


프로토타입 1 설계 장면


주안점은 두 가지였는데 먼저는 기계적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프로토타입1을 준비하며 핸들을 돌리면 볼스크류가 돌아가 추가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청계시소의 기본 구조가 완성되었다. 추가 움직이는 방향에는 리니어가이드가 선택되어 일종의 트랙역할을 하며, 추의 움직임을 보다 부드럽게 만들 수 있었다.

프로토타입1의 설계도


두 번째로 중요했던 것은 사람이 핸들을 돌리는 동작을 어떤 속도로 얼마나 해야 100kg가 넘는 무거운 추를 필요한만큼 이동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감속기’가 채택되었다. 감속기는 핸들을 돌리는 작업에 힘을 덜 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품이다. 실험을 거듭한 끝에 핸들을 돌릴 때 밀리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30:1라는 기어비도 발견할 수 있었다.



Prototype 2: 청계조망

 

참여자가 시소를 직접 동작 시켜 보면서 기계의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을지로 내부에서 청계천을 조망하는 방향으로 시선의 변화와 확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프로토타입 2의 핵심이었습니다

 

1단계에 실험한 원리를 적용하여 실제 사람이 탈 수 있는 형태로 규모를 키운 것이 프로토타입2다. 핸들조작으로 추를 움직여 사람이 탑승한 반대쪽을 들어올린다는 기본 원리에 더해, 시소가 회전하면서 탑승자가 청계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했다. 프로토타입2의 완성을 위해서는 현장 설치 및 철거, 직선운동과 수직운동의 연결, 부드럽고 안전한 탑승경험 제공이라는 3가지 주요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청계시소 프로토타입2의 설치장소


먼저 참여형 설치물인 ‘청계시소’를 설치할 장소로는 세운교 인근 U턴 분리대 서측이 선택되었다. 기존에 분수대가 있던 장소로 다시세운 프로젝트 이후 활용되지 않는 공간이며, 시소가 청계천 방향으로 뻗어 나갈 수 있어 청계천을 지나는 사람들을 청계천-을지로 일대로 유입하기에도 적합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선정된 현장은 정밀하게 실측했고, 측정결과를 바탕으로 3d모델링을 거쳐 설치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프로토타입2의 베이스 구조물

설치 후 철거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시소를 고정할 바닥 구조물이 필요했다. 두 번째 과제인 직선운동과 수직운동의 연결에도 이 구조물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닥 구조물은 3톤의 시소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철파이프 구조물과 시소가 청계천 쪽으로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 베이스 플레이트로 구성된다. 베이스 플레이트에는 레이저가공된 선회베어링이 사용되었는데, 추가 움직여 탑승자 쪽이 상승하면 와이어가 캠구조를 타고 바닥에 고정된 선회베어링을 당겨 시소가 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프로토타입2 부드러운 탑승을 위한 패킹과 숍옵서버

마지막으로 보다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탑승을 위해 몇 가지 부품이 추가적으로 장착되고 변경되었다. 상승과 하강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고무패킹과 쇼바라고 불리기도 하는 숍오서버가 장착되었다. 상승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핸들의 단점을 보완하여 사람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가 페달로 변경되었다. 핸들에서 페달로 변경하면서 도르래의 방향도 바뀌고 맞춤제작한 탑승 부분도 완전히 수정해야 했지만, ‘맞춤형 소량 생산’에 최적화된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제조생태계 덕분에 청계시소를 공개하는 날까지 무리 없이 완성이 가능했다.


사실 소량으로 만드는 건 청계천 아니고는 대응 자체를 해주지 않으세요. 어디에도 없는 대형 홀더와 베어링이 들어가는 청계시소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도 성실하게 부품을 제작해주신 사장님들 덕분이죠.



실전! 청계 메이킹

 

청계시소 프로젝트에는 특별한 과정이 하나 더 있다. 제작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을지로 일대의 제적문화를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실전 청계천 메이킹> 워크숍이 바로 그 것. 시민 참여자 4인은 3D모델링 경험이 있고, 이를 실제 구현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모집했다. 최종 선정된 참여자들은 디지털 아트, 미디어 아트 등 주로 컴퓨터 작업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컴퓨터로 설계한 내용을 주먹구구식이 아닌 보다 효과적인 메이킹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바람이 이들을 메이킹 워크숍으로 이끌었다.

좌: 실천! 청계 메이킹 워크샵 현장/ 우: 퓨전360으로 설계한 서유리씨의 작품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진행된 워크숍은 시뮬레이션 툴 퓨전360을 이용한 설계부터 을지로 일대에서 진행되는 가공까지 제작의 전과정을 다루었다. 청계시소 작가 3인이 설계(송호준), 가공(전유진), 조립 및 완성(김성수)으로 역할을 분배해 워크숍을 이끌었다. 워크숍을 통해 제작된 것은 청계시소와 함께 설치될 바람개비 조형물이다. 먼저 바람개비 조형물의 몸체를 공통으로 설계 및 제작하면서 제작 과정에 익숙해진 후, 날개부분은 참여자 4인이 자유롭게 디자인해 제작했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과 실제 물성을 가진 것으로 작업할 때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됐어요. 내가 한 디자인이 실현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종류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구요. 을지로 사장님들께 많이 배웠습니다.


시민 참여자 서유리씨는“모든 길은 정밀집으로 통한다!”며, 워크숍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좋은 정밀집을 알게 된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디자인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작해야 할지 깜깜한 상황에서, 정밀 집 사장님이 내주신 퀘스트는 그녀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등불같은 존재였다고. 레이저커팅, 방전, 절곡, 밴딩 등 수많은 가공방식 중 디자인에 필요한 방법을 알려주시고 풀어 주시니, 좋은 정밀집 사장님을 만나면 작업의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사장님마다 디자인을 풀이하는 방식이 다르니 다양한 가게에 직접 방문해 나와 잘 맞는 업체를 몇 군데 알아 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의 그녀의 팁.  

좌: 아민테크 사장님께 설명을 듣는 최장우씨/ 우: 을지로에서 직접 베어링을 공수한 참가자들


단순 디자인이 아니라 재료와 부품의 특성까지 이야기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베어링만 하더라도 '내가 제대로 알고 쓰는 게 아니었구나' 라는 걸 알게 됐어요.


시민 참여자들이 몸소 체험한 것처럼 청계천-을지로 일대는 말그대로 제작의 실전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교육장이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거칠게 느껴질 수 있다. 어떤 면에서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단순히 인터넷으로 주문 제작을 맡길 때 보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청계천-을지로 일대라는 점이다.

완성된 바람개비를 설치하는 시민들


시민 참여자들이 완성한 바람개비 구조물은 청계시소와 함께 3일간 이어진 청계놀이터에 전시되었다. 더 자세한 작업과정의 우여곡절과 도면은 https://github.com/cgseesaw/cgseesaw-practical-making-workshop/wiki 에서 만나볼 수 있다.



Prototype 3: 무한진화


프로토타입3는 베니스 비엔날레 등 원거리의 전시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체 분리 및 조립이 가능하고, 보다 가볍고 이동성이 좋은 형태로 개발하는 것에 주안점이 있었다. 프로토타입3에는 앞선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지렛대’의 원리가 적용되었지만 전반적인 형태와 구조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프로토타입3 설계도


먼저, 프로토타입3는 혼자 타는 시소가 아닌 둘이서 타는 시소이다. 비행의 형태에서 착안한 날개형의 시소에 팔 위에 이동이 가능한 의자가 놓이고 의자 위에 사람이 앉아 앞뒤로 움직이며 균형을 맞추는 형태의 시소이다.


두번째로, 360도 회전이 가능한 형태로 설계되었다. 프로토타입3의 구조는 이동이 가능한 베이스 구조물 위에 메인 폴대와 몸체가 올라가고, 몸체의 양 옆으로 날개형태의 시소가 연결되는 방식이다. 방송용 카메라 붐 대를 닮은 베이스 구조물에는 핸들로 방향 조정이 가능한 이동형 바퀴가 부착되었고, 폴대 역시 360도 회전 가능한 형태로 설계되었다. 구조 설계를 주로 맡은 송호준 작가는 이와 같은 형태를 완성하기 위해 광범위한 기계형태를 참조했다.


채프만 레오나드의 카메라 붐대, 인공위성 받침대, 비행기, 롤러코스터의 레일까지 진짜 많은 자료들을 봤어요. 이런 것들 찾아내고, 알아가는 과정이 제작과정의 큰 즐거움이죠


마지막으로, 완전히 분해한 후 조립이 가능한 형태이다. 사실상 분해와 조립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각 부품에 대한 정밀한 설계와 해당 부품을 전담해줄 기술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의 작업장에서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 분업화된 여러 공장들이 협업하는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생태계에 최적화된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청계시소 프로토타입3를 만드는 데는 하나 당 1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한 바퀴와 이에 꼭 맞는 베어링 등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부품이 대거 사용되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신한정밀을 비롯한 20여개의 가공업체들의 노련한 사장님들 덕분이었다고 송호준 작가는 말했다.

프로토타입3 조립과정

프로토타입3의 최종 조립은 사전 신청을 받아 청계놀이터가 개장했던 5월16일~17일 양일간 시민들과 함께 수행되었다. 굉장한 규모의 부품들을 전시해 놓는 것 만으로도 세운교를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는 후문.


제작부터 조립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프로토타입3가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제작문화를 더 다양한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Reference.       


청계시소. “청계천 라이브!.” Online video. Facebook, 20/03/25 Web. 20/06/10

청계시소. “청계시소 청청투어 라이브!.” Online video. Facebook, 20/05/15 Web. 20/05/15

청계시소. “청계시소 프로토타입3 개요.” Online video. Facebook, 20/03/19 Web. 20/06/10

서유리. “Cgseesaw Practical Making Workshop.” 「Github」, Github,Inc., 20/03/02, https://github.com/cgseesaw/cgseesaw-practical-making-workshop/wiki/%EC%84%9C%EC%9C%A0%EB%A6%AC, 20/06/10 접속

최장우. “Cgseesaw Practical Making Workshop.” 「Github」, Github,Inc., 20/03/07, https://github.com/cgseesaw/cgseesaw-practical-making-workshop/wiki/%EC%84%9C%EC%9C%A0%EB%A6%AC, 20/06/10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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